면접에서 평가가 갈리는 진짜 기준
지금 직장으로 이직할 때 인생 마지막 면접을 보았다. 모의면접관 남편 앞에서 웃음이 나오는 걸 참고, 같은 예상 질문을 몇번이고 예행연습한 덕인지 무사히 면접 통과. 어느덧 나는 면접관으로서 새로운 구성원을 맞이하는 입장이 되었다.
한 시간 남짓한 면접 시간은 결코 짧지는 않지만, 한 사람을 완전히 알아가기에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집중적으로 많은 사항을 검증하는 동안 서류상 미처 파악할 수 없던 지원자의 생각, 태도, 말주변 등 많은 것이 드러나게 된다.
변호사들은 일반 대기업 취업준비생들만큼 면접에 단련되어 있지 않은 편이라, 거의 포장되지 않은 모습으로 임하는 경우가 특히 많은 것 같다. 가끔 밑천을 그대로 보이는 지원자들을 보면 탈락 이유가 너무 명백해서 참 안타깝다.
최소한의 면접 스킬은 어떤 것이 있을까?
면접관으로서 수많은 지원자들을 보며 느낀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화려한 답변보다, 기본적인 몇 가지가 합격과 탈락을 가르는 경우가 많다. 정말 기본이라 생각되는 요소만 짚어보겠다.
면접은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자리다. 그 첫인상은 생각보다 단순한 방식, 즉 표정으로 전달된다. 합격하고 싶다는 열망은 모두 비슷할 텐데, 의외로 미소를 띈 얼굴의 지원자는 몇 없다. 긴장 때문일 수도, 변호사라는 직무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면접 내내 무표정하거나 시큰둥해보이는 인상이라면, "이 회사에 정말 오고 싶은 걸까"하는 의심이 들게 마련이다. 반대로 짧은 미소와 또렷한 눈빛을 보여주는 지원자는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으로 보인다.
자기소개, 지원동기는 대부분 준비된 답변이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그 다음부터가 중요하다. 직무 질문이나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물을 때 비로소 지원자의 차이가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정말 질문에 단답식 대답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본인 성격의 장단점'을 이야기해보라는 질문에, '책임감이 강한 편이고 다만 완벽주의가 있습니다'라며 추상적으로 설명하면 설득력이 없다. 두괄식으로 장단점을 말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생생한 경험을 덧붙여야 한다. '면접용 장단점'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근거가 붙는 순간, 그 답변의 신뢰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면접 시간동안 지원자도 면접관도 모두 긴장 상태에 있다. 하지만 면접도 일종의 '대화'다. 지원자는 긴장 상태에서 본인이 준비한 대답만을 쏟아내기 바쁠 수 있는데, 그러면 서로가 충분한 소통을 하기 어렵다. 면접 초반에 이루어지는 가벼운 질문에 적응하면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만약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기 어렵다면, "잠시만 준비할 시간을 가져도 될까요"라고 스스로 여유를 가짐으로써 긴장을 풀어내도 괜찮다.
인터뷰는 회사에서 지원자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일할지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바짝 긴장하고 경계심을 가진 듯한 모습을 보면, 과연 입사한 이후에도 타 부서와 소통을 잘 하려나 하는 걱정이 된다. 어떤 지원자는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있게, 재치있는 한 마디로 면접관을 웃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순간 면접관의 마우스 커서는 합격 버튼으로 스윽 올라가는 것이다.
한편, 탈락 버튼을 클릭하게 되는 경우는 꽤 명백히 구별이 된다. 무난하게 잘 흘러가다가도, 몇 가지 신호가 보이는 순간 평가의 축이 빠르게 기운다.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요지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답변이 이어지면 면접관의 집중이 떨어진다. 두괄식으로 요점을 먼저 말하고, 필요한 설명을 덧붙여 구조화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나 역시 말하기에 그렇게 능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면접 자리에서 조리있게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떤 지원자는 최소한의 연습도 없이 그냥 일하다가 들어와 생각나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닐까 하는 수준으로 면접에 임한다. 이런 경우 커뮤니케이션 능력 전반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뿐만 아니라, 준비성과 태도 측면에서도 감점 폭이 커진다.
특히 지원자가 서류에 자세히 쓴 사건일 수록 그렇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이력을 단순히 읽고 가는 게 아니라, 지원자의 서류를 스터디하고 주요 질문을 정리해 간다.
그런데 지원자가 정작 해당 경험의 핵심 내용, 본인의 역할, 문제 해결 방식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신뢰가 흔들린다. 면접관은 서류에 적힌 내용이 과장된 것이 아닌지 검증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면접관들의 시각에서 이들에게 확신을 주어야 한다.
면접관이 추가 질문을 던지는 건 궁금해서가 아니라, 답변을 보완할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처음에 준비한 답변을 끝까지 밀어붙이거나, 질문의 방향과 어긋나는 이야기를 반복하면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지만, 대화를 통해 맥락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함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 함께 일하게 되더라도 협의가 쉽지 않겠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면접관으로서 '그 사람 참 면접 잘 보더라'하는 말이 나오는 경우는 결국 단순하다. 짧은 면접 시간 동안 특별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같이 일하는데 걱정되는 지점이 없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면접은 완벽함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불필요한 의심을 줄여가는 과정에 가깝다. 면접관 역시 같은 직장인이고 사람이므로, 그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말과 태도를 보여준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용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해서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막상 뽑고 나서도 함께 일할 때 보면 갸웃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걸 보면, 몇 번의 인터뷰만으로 한 사람이 이 회사에 적합한지 판단하는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협업할 때 궁합이 맞을지, 가장 중요한 가치가 서로 맞는지는 실은 오랫동안 함께 일해봐야 아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회사에 합격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낙담하지 않았으면 한다. 본인과 더 잘 맞는 자리는 따로 있다. 나 역시 지금 회사에 들어오게 된 것을 돌아보면 여러 선택과 기회가 운좋게 맞물린 결과였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인연이 쉽게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점을 가끔은 잊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