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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Feb 26. 2020

3.[청두,成都]사천요리의 정수

50일 중국여행의 기록_청두


대륙의 객잔 e19

사천요리의 정수


사천요리의 본고장 청두에서 가장 오래된 마파두부집




맛집을 찾아서 다니기보다는 한식에 있어 기본적으로 필요한 마늘, 소금, 간장 그리고 설탕 등의 재료만 넣고 건강하게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먹는 것을 선호하지만, 여행의 큰 재미중의 하나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먹는 것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상하이에서 1여년간 어학연수를 할 당시에, 앞으로 언제 외국에 나와서 살아볼까 싶어서 정말 가끔씩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한식을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넌 고추장, 김치가 그럽지 않느냐?' 등의 친구들에게 질문을 받을 정도로, 한식을 지양하고 한국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중국 음식들을 먹으려고 했다. 결국에 한국으로 돌아가면 언제든지 한국음식은 실컷 맛보게 될테니 말이다.


한국사람인 내가 왜 김치찌개 등의 우리네의 소울푸드를 그리워하지 않았겠는가? 상하이에 있을 당시, 여행차 잠시 상하이에 다녀가셨던 부모님도 반나절의 중국음식을 경험하신 후에는 중국음식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셔서 결국 여행의 나머지 날들은 한국음식만 찾아다녔었다. 이렇게 습관과 문화가 무서운데, 사실 나는 그 1여년의 시간들을 중국음식과 나름 잘 지낸것 같다.


하지만, 굳이 그 당시의 단점을 얘기해보자면 중국의 모든 음식은 기름과는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체중이 불어나는 것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살을 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경험해본 자라면, 그 당시의 나는 적절한 균형감을 가지고 음식을 섭취해야했지만, 한번 길들여진 기름의 고소한 맛을 끊어내기 또한 쉽지 않았다.


50여일간의 중국 여행을 계획하면서, 나름 긴 시간동안 중국에서 지내야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식욕을 자제하고 정말 먹어봐야할 것들만 먹겠다는 다짐을 하고 중국으로 떠났었다. 이 다짐은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 반의 성공은 먹고 싶은 것들을 많이 참았다는 것이고, 반의 실패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체중이 불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음식에 대해서는 짜장면, 탕수육, 양꼬치 정도만 알고 있는 중국음식의 문외한으로서 사천성은 매운 음식이 아주 유명하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청두는 사천성의 중심도시로 말로만 들어오던 그 유명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으며, 청두를 대표하는 것은 판다이외에도 그들의 음식, 특히 매운 음식이 있었다.


중국여행을 하기 전에 식탐을 자제하자는 다짐이 있었지만, 청두에서는 꼭 먹어봐야할 음식이 있었으니, 우선은 식탐에 대한 억제력은 조금 접어두기로 했다. 청두에서 맛본 음식중에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 세 가지를 꼽고 싶은데, 워낙 유명한 음식들이라 청두를 대표하는 음식이라해도 무방할 듯 싶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음식에서 훠궈는 빠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청두에 방문하면 훠궈를 빼놓지 않고 먹지만, 나는 청두 다음으로 방문하게 될 충칭에서 훠궈를 맛보기로 하고 남겨두었다. 내가 중국에서 만난 사람들이 청두와 충칭 두 군데 중에서 훠궈를 먹어야 한다면 충칭이여야 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당유과자糖油果子


청두를 가면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당유과자다. 나중에 청두를 벗어나 다른 도시에서는 청두와 가까운 충칭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당유과자의 달콤함과 쫀득함이 생각나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던 것이, 우선은 이 당유과자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유과자는 사실 맛은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나라의 쫀득한 찹살도너츠에 녹인 설탕을 가볍게 입힌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중국의 차茶가 발달한 이유를 생각하면 중국 특유의 기름진 음식과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느끼한 음식을 먹고 난 후에 마시는 한 잔의 차는 입안의 개운함을 선사해준다.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느끼한 음식을 먹은 후의 개운함을 가져다주지만, 나에게는 느끼한 음식과 단맛의 음식의 궁합을 좋아해서, 청두를 여행하는 동안 밥을 먹고 난 후에 먹는 당유과자는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그리고 청도음식이 매운 맛의 본고장인 것을 생각하면 당유과자는 청두사람들이 잘 만들어낸 매운 음식과 궁합이 맞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둥근 모양의 당유과자는 그 크기에 따라서 나무꼬치에 꽂혀있는 과자 개수가 달라지는데 3개부터 5개까지가 일반적이고, 가격은 5~7RMB(한화 1000원 내외)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쫀득한 빵에 카라멜색의 단맛이 덧입혀지고 작은 깨가 점점히 박힌 모습의 당유과자는, 청두를 방문하면 한번쯤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만일 청두의 매운 음식을 맛본 직후라면 더욱 그렇다.





탄탄면担担面


탄탄면과의 첫 만남은 홍콩에 출장을 갔었을 때, 북경오리 메뉴가 유명한 한 음식점에서였다. 그때 먹었던 탄탄면이 너무 맛이 있어서 매번 홍콩 출장을 갔을 때, 빼놓지 않고 먹었는데, 특히 그 곳에서 맛보았던 탄탄면은 땅콩 베이스의 소스가 곁들여져 고소한 맛이 강했었다.


그렇게 홍콩 출장이 있으면 항상 먹었던 탄탄면이 중국 청두가 고향이라는 것은, 청두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그래서 청두의 곳곳에서는 탄탄면 음식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음식점마다 김치맛이 다르듯이 이 곳에서 집마다 탄탄면의 맛이 다르니, 어떤 집에서 탄탄면을 맛보아야 할지도 이곳에서는 고민거리가 되지만, 묵고 있던 호스텔 바로 근처에 방문해서 맛보았던 탄탄면은 아무 정보없이 들어간 곳이였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을만큼 맛있었고, 청두에서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옛 회사 동료가 데리고 간 탄탄면 역시 맛있었다. 비록 두 군데만 방문했었지만, 청두에서 태어난 탄탄면은 이 곳 어느 집을 방문해도 맛있지 않을까 하는것이 나의 결론이다.


탄탄면(좌) 그리고 종 모양의 만두 종수교钟水饺(우)


위 사진은 옛 직장동료가 청두에서 유명한 탄탄면 맛집이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가 먹은 탄탄면과 종 모양의 만두인 종수교이다. 잘 삶아진 쌀면 위에 특제소스에 볶은 고기가 듬뿍 올려진 모양으로 크지않은 그릇에 담겨 나와서, 남자 성인은 한 그릇으로는 절대 배가 부르지 않을 양이다.


그리고 이 집 탄탄면은 홍콩에서 맛봤던 것과는 다른 점이, 홍콩에서 먹은 탄탄면은 국제도시인들이 살고 있는 도시답게 맛과 모양이 모두 세련되었지만, 이 곳은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답게 모양새는 더 투박하지만, 중국 본토의 오랜 역사가 담긴 맛이라 생각하니 깊은 맛이 있는 것 처럼 느껴져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종 모양의 만두는 탄탄면과 꼭 함께 주문해서 먹어야하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 이 곳으로 나를 안내해준 옛 직장동료는 고추기름 듬뿍 적셔진 만두를 탄탄면에 감아먹어야 한다는 팁을 건네주었다. 탄탄면의 고소한 맛과 만두에 묻혀진 매운 고추기름의 맛이 잘 어울려져서 인 듯 했다. 우리가 단짠의 조합을 좋아하듯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조합이 궁금하다면 탄탄면과 종수교를 함께 먹어봐도 좋을 듯 하다.



청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찬 중 하나로, 우리네 물김치와 비슷하게 생겼다. 식초맛이 강한 물김치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맛으며, 탄탄면과 고추기름에 적셔진 만두를 먹고 이 물김치를 한 조각 먹으면 입맛이 개운해지면서 강한 식감이 느껴져 더 맛있게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치킨과 무 또는 짜장면과 단무지의 조화처럼 말이다.



위 사진은 청두에서 머물던 호스텔 바로 옆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먹었던 탄탄면과 종수교이다. 확실히 이 전에 얘기했던 탄탄면과 만두의 모양새가 다르다. 이 집의 탄탄면은 볶은 고기의 양이 조금은 적었고, 만두의 피는 확실이 두껍다. 하지만 이 집 역시 정말 만족스럽게 식사를 한 곳이여서 두번이나 방문해서 식사를 해결했었다.



마지막 사진은 정말 한 입크기의 양의 작은 그릇에 담겨나오는 것으로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많이 시켜먹고 있어서 도대체 무슨 맛일지 궁금해서 시킨 음식이다. 이 음식의 이름은 첨수면甜水面으로 소스의 맛이 단연 일품으로 쉽게 얘기해서 우리의 양념치킨처럼 달콤함과 매콤함의 비율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어서 중독성이 강한 맛이였다. 그 동안 청두에서 먹은 탄탄면의 맛을 뛰어넘을 정도의 맛으로, 지금도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마파두부麻婆豆腐


청두에서 맛본 음식 중, 소개하고 싶은 세 가지 중에서 하나 남은 마지막 음식은 바로 마파두부이다. 우리가 흔히 한국에 있는 중국집에서 많이 먹는 음식은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인데, 마파두부 역시 한국인들이 중국집에서 많이 시켜먹는 음식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에게 어느 정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음식인듯 하다.


마파두부가 청두가 고향이라고 하고, 한국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음식이니 꼭 먹어봐야 할 음식리스트에 올려두었다. 이곳까지와서 오리지널 음식을 맛보지않고 지나친다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았고, 여행의 재미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청두에서 만난 옛 직장동료는 탄탄면집 뿐 아니라, 유명한 마파두부 집을 소개해주었다. 마파두부가 이 집에서 탄생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유명한 이 집은 청두에는 본점을 포함해서 여러 지점이 있다. 본점과 지점의 음식맛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한국에서도 체득한 사실이라서 꼭 본점에 가서 마파두부를 맛봐야했다. 역시나 유명한 집답게 아주 커다란 음식점 규모에도 불구하고 대기시간이 있었고, 그 대기시간을 거쳐 본고장의 마파두부를 맛볼 수 있었다.


사천음식의 매운 맛과 한국의 매운 맛은 전혀 다른데, 일단 매운 맛을 내는 재료자체가 다르다. 한국은 고추가루를 베이스로 해서 매운 맛을 만들어내지만, 사천음식은 산초가루를 베이스로 해서 매운 맛을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매운 맛과 이 곳의 매운 맛은 전혀 다르다.


청두, 충칭 등의 지역에서는 산초가루를 음식에 즐겨사용하는데, 마파두부를 맛보는 순간, 한국인의 매운 맛은 이 지역 사람들의 매운 맛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감에는 단맛, 짠맛, 신맛 등의 여러 종류가 있어 이들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서 그 음식의 맛을 좌우하기도 하는데, 청두의 유명한 마파두부집에서 맛본 것은 오직 극한의 매운맛이였다. 이 세상의 식감은 매운맛밖에는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마파두부의 매운맛때문에 흰 쌀밥에 두부를 열심히 건져내서 먹었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보통의 평범한 입맛을 가진 나에게는 그냥 매운맛의 마파두부가 왜 유명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청두를 방문한다면 마파두부의 얼얼한 맛은 한번 맛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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