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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이 용기를 만날 때

아홉수의 용기

by 저나뮤나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 어릴 적에는 약점을 감추는 법을 모른다. 인지력은 채 발달하지 않았고 사회성은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터라 있는 그대로의 내가 세상에 드러난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그 안에는 꾸밈없는 진심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고는 깊어지고 눈치가 생기며 타인의 기대와 사회의 규범을 의식하게 된다.


그때부터 우리는 자신을 조율하기 시작한다.


나의 일부분은 숨기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골라 세상에 내민다. 이런 삶은 얼핏 편안해 보인다. 비난받을 일도 줄고 비판 속에 서는 일도 줄고 사회 속에서 인정받기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 삶이 반드시 편하거나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는 삶은 겉으로는 단단해 보일 수 있어도 속은 허전하다. 왜냐하면 그 삶은 내면의 만족이나 진정한 자기 이해를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기준이 내 안에 있지 않고 타인의 손에 쥐어져 있을 때 나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기대에 나를 맞추며 살아가야 한다. 그 속에서는 무엇이 진짜 만족인지 어떻게 살아야 내가 나답다고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마저 흐려진다.


이런 삶이 계속되면 나와 세상이 만나는 접점에는 진짜 내가 서 있지 않게 된다. 그 자리에 선 것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내가 만들어낸 "나처럼 보이는 누구"일 뿐이다. 겉으로는 기능하지만 내면은 점점 고립된다. 진짜 내가 세상과 만나는 일은 줄어들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얕아진다. 그래서 겉돌고 고립되고 외로워진다.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과 연결되지 않은 느낌과 공허를 경험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애초에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결핍과 연약함은 인간 존재의 본질에 가깝다. 이 단순하고 명확한 진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랫동안 "강해야 사랑받는다"는 착각 속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용기는 나의 약함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 용기는 진실한 삶을 향한 문을 연다. 가까운 사람에게부터 나의 연약한 조각을 조심스레 꺼내어 보여 보자. 그 작은 용기는 관계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며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더 명확히 알게 해준다. 그 경험은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는 관계가 내게 얼마나 깊은 위로가 되는지를 알게 해준다.


우리는 모두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약점이 용기와 손을 잡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그것은 진실한 삶의 시작이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따뜻한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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