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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Nov 09. 2023

암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마음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동네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이후로 그 자료들을 가지고 지역 내에 가장 큰 대학병원에도 방문했고, 서울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는 암 전문 병원을 찾았다. 유수한 의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내 상태가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응급의 상황은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수술을 많이 받는다’였다. 마음이 한결 놓이면서도, 찜찜한 이야기였다. ‘젊은 사람들은 보통 수술을 많이 한다니……. 이런 이야기를 듣고 수술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나? 나는 암이 뭔지도 모르는데? 현대의학은 아직까지 암이 발생하는 원인도 제대로 못 찾았다는데, 그냥 냅다 갑상선을 제거하는 선택을 해버린다고……?’     


몇 날 며칠을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 봐도 납득이 되질 않았다. 어차피 지금 시점으로 수술 날짜를 잡는다 해도 서울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6개월도 더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에 암이란 것이 뭔지, 갑상선이 뭔지 공부를 해봐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갑상선을 없앨 때 없애더라도 내가 왜 이 병에 걸렸는지, 이 병은 뭔지,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관련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면 이런 식으로 남들이 보통 잘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던 적이 내 인생에서 크게 두 번 있었다. 가장 처음은 수능 공부에 관련한 것이었다. 중학생 때까지는 공부가 재밌어서 그냥 했던 것인데, 고등학생이 되니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때 나는 내가 왜 대학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부모님께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를 잠깐 쉬면서 왜 대학교에 진학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 당시 우리 집은 이 일로 난리가 났고, 나는 내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생에 첫 가출을 감행해보기도 했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4년을 무사히 보내고 졸업 시기가 왔을 때쯤 고등학생 때 가졌었던 비슷한 결의 질문에 이르게 되었다.

‘왜 내가 회사에 입사해야 하는 거지? 뭘 해서 돈 벌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지원하고 싶은 회사도 없는데?’ 그 당시 내 나이 스물네 살은 가출하기엔 머리가 커져서 몸을 사렸으나, 집에서는 내가 고등학생일 때와 현저히 달라졌다. “내 집에서, 내 돈으로, 내가 해주는 밥 먹을 거면 회사 가고 아니면 집 나가!” 어머니의 단호한 말에 상처를 받았으나 반박할 수 없었기에 그 길로 길을 나섰다. 맞는 말이라 다른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서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암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수술을 왜 꼭 해야만 하는지, 암이란 것이 무엇인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는 딸의 모습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물러설 수 없다는 마음이 든다. 이것은 나의 건강에 관련된 문제 아닌가?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하고 우선되는 문제다.     


[암 수술 후 예후가 좋음. 그러나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름]

[완전히 암을 제거해도 전이 또는 재발할 확률이 높음] 

[적극적 감시 요법을 했을 시, 80%는 수술을 받지 않고도 살아감]     


나는 이 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병원에서 들었던 이야기, 온라인상에 떠도는 각종 말만 믿고 내 건강을 두고 배팅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수술을 했다가 부작용이 더 크게 온다면, 나는 내가 싫어질 것 같다. 모든 정보를 다 알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알아보고 나서 내 온전한 마음에서 수술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하고 싶다. 그 사이 병이 악화된다고 할지언정 그 또한 나의 책임이니 내가 모든 것을 감당하기로 마음먹었다. 




안녕하세요, 여로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이거 소설 아냐?'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이야기들이네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글 쓰면서 제가 저를 응원해 준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저의 글이 당신에게도 무엇이 될 수 있길 바라며...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peace!


여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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