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를 잘 모셔야 문장이 산다

좋은 글 쓰기 운동본부 찾아기는 길 <7>

by 서정

문장의 주어(임자말)가 확실해야 뜻이 잘 통한다. 이를 ‘주어 잘 모시기’라고 한다. 하인이 주인을 잘 모셔야 일신이 편하고 반찬 없는 밥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우리말의 효율성

우리말은 다른 나라 언어에 비해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마도 수식어가 잘 발달되어 있어 굳이 주어를 명시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사가 통하는 탁월함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영어만 해도 명령형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주어가 있어야 뜻이 통하기 때문에 주어를 결코 생략하지 못한다. 우리말은 그만큼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생활과 달리 문자 생활에서 주어를 생략하면 글의 완전한 꼴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읽는 이가 글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는 흔히 ‘진도에서는 날마다 진도아리랑을 부른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진도에서는'이라는 단어 속에 '진도에 사는 사람들'이 함축되어 있다고 여기고서, 또 다른 사람도 그렇게 여겨 주리라고 믿고서 하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진도에는 현재 진도 출생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라 최근에 이사 온 사람, 친척을 방문한 사람, 여행 삼아 잠시 잠깐 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있다. 따라서 토박이이건 외래객이건 진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날마다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혼동은 문장에 주어(임자말)가 명시되어있지 않을 때 일어난다.' 진도에서'를 주어인 명사(이름씨)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장소를 나타내는 부사일 따름이다. '진도 사람들은'이라고 임자 되는 말을 확실하게 해 주거나 '진도에서는 누구나'라고 하여 어설픈 주어라도 표기해주어야 그나마 글다워진다.


은(는)이(가)의 활용 기술

'정부에서는 광복절 특사를 단행했다.' '서울시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연장키로 했다.' 역시 주어가 없는 문장이다. '정부는 …' '서울시'이라고 반드시 명사를 주어로 삼아야 한다. 어느 문장에서도 명사(인칭대명사, 동명사 등 포함)가 아니고서는 주어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주어 밑에는 반드시 은(는)이(가)라는 토씨가 붙어야 한다.

집주인이 행랑방에 쭈그려 앉아 있을 수 없다. 그곳은 종이나 하인들의 자리이고 주인은 안방의 아랫목에 의젓하게 앉아 있어야 집안이 소란스럽지 않다. 글에서도 명사로 된 주어가 뒤에 은(는) 이(가)를 달고서 제 자리에 의젓하게 있어야 내용이 소란스럽지 않다.


주어 모시기를 똑바로 해야 좋은 글의 관문을 뚫을 수 있다.

요점 ① 명사와 부사의 혼동 ② 주어는 반드시 은(는) 이(가)를 수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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