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남의 꿈 이야기. 내가 아무리 기적 같은 경험을 일상처럼 했다지만, 그녀의 꿈이 너무 웃겨서 나누어본다.
유학 초기, 또래 한국 친구가 없다시피 했는데 같은 영재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한 명 있었다. 언니는 미국에서 7년 한국에서 7년 살다 왔고 나와 나이차이가 별로 없음에도 금식을 잘했다. 좋은 집안에 형편도 썩 괜찮았는데 고등학생 나이에 무슨 기도할 일이 그렇게 많았던 건지 언니는 내 방 옆에서 무려 사흘 금식 중이었다. 3시간 안 먹기도 못할 듯한 내 옆에서 말이다.
내 방은 어디냐. 난 한인교회에서 살고 있었다. 모스크바 한인교회 중 유일하게 건물을 소유한 교회였는데, 방 한 칸 안에 화장실과 욕조가 딸린 게스트룸에서 수년간 살던 때, 언니도 허락받고 옆 손님방에 머물며 금식기도를 했던 것이다. 내 방 문을 열면 바로 앞 문이 목사님 사택이었다.
처음에는 거의 소통이 없는 목사님 부부였으나, 그다음에 온 분들은 상당히 친화적인 분들이라 우리를 자주 불러주셔서 밥을 함께 먹기도 했다.
그날은, 내 기억이 맞다면, 언니 금식 마지막인 사흘째 날.
언니가 나에게 말했다.
- 나 꿈에 양파링을 봤어.
- 양파링?
- 어, 양파링.
- 아니, 웬 양파링? 언니 너무 굶어서 이제 꿈에
막 한국과자까지 나오는 거 아니야? ㅋㅋ
- 아니야.. 양파링이랑 OOO를 봤어.
둘 다 과자 이름이었는데 두 번째는 기억이 안 난다.
- 언니,너무 웃겨~ ㅋㅋㅋㅋ
- 그게 목사님 댁에 있는 걸 봤어.
- 목사님 댁?
십여 분쯤 지났을까. 사모님께서 우리를 부르셨다.
"얘들아, 오늘 밥 같이 먹자! 밥 먹으러 와~"
보통은 각각 알아서 해 먹는다. 세면대나 욕조에서
쌀도 씻고 설거지도 하고 세수도 하고 다 했지만,
오늘은 불러주셨으니 언니와 들어가서는 사모님께
방금 들었던 언니의 꿈 이야기를 했다.
- 사모님, 언니가 꿈에 양파링을 봤대요.
- 뭐? 양파링??!!!!!!!!!
대답은 사모님이 아닌, 목사님이 하고 계셨다.
반문인가. 아니다. 분명 순간 눈빛이 떨린 듯...
두려움이었을지도....
- 양파링을 봤다고?!
- 네, 목사님 댁에 양파링이 있더래요. ㅋㅋㅋ
되게 웃기죠~
목사님은 충격을 받은 듯 무섭다고 하시며...
숨겨둔 양파링을 꺼내 오셨고....
언니가 말한 두 번째 과자도 정말 있다고 하셨다.
교회 건물이 북쪽 가난한 동네에 있었기 때문에
한인마트와 거리가 매우 멀고, 더군다나 양파링
같은 과자는 몇 년간 한 번도 사 먹어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한인마트에 거의 안 가서
어떤 한국 과자를 파는 줄 몰랐다.
- 야, 너무 무섭다 진짜. 나 이 양파링 어제저녁에
처음 사 온 거거든. 평소에 안 먹는데 와.....
목사님은 무서워 몰래 먹을 수 있겠냐셨고
언니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히죽 웃고 있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고, 별 꿈을 다 꾼다 싶었다.ㅋㅋ
양파링이라니...
이런 꿈은 꿔 본 적이 없어...ㅎㅎㅎ
금식을 하면 영이 더 맑아지게 된다.
물론 무조건 굶는다고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언니가 기도응답을 받았는지, 물어보긴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덕분에 양파링을 먹었고
정말인데, 지금도 편의점에서 양파링을 볼 때면
어김없이 그 언니의신박한 꿈이 생각난다.
그 뒤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 위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아들딸들은 대언하며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고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들을 보리라. Joel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