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속에서 최고로 많이 떨던 꿈이었다.
얼마나 덜덜 떨었는지 참....
집 아닌 어딘가 다소 오픈된 장소에 하나 있던
업라이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치는 중이었다.
갈색 피아노였고 내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없었다.
최대의 문제는 내가 앉은자리에서 팔만 주욱
뻗으면 닿을 오른쪽 옆자리에 귀신이 서 있었다.
하얀 소복'같은' 옷차림에 머리도 길었지만 결코
금발은 아니었다. 그런데 대관절 왜 눈 색깔이
새파랗냐는 말이다! 파란 눈 처음 보냐고? 아니.
많이 봤다.
아주 오래전 미국인 집에서 한 달 지내는 동안
매일 아침 마주 앉아 진짜 금발인 미국인들과
불량식품(시리얼)을 먹었으니까. 가까이서 보면
눈이 정말 파란색인데 밝고 투명해서 속이 다
보인다. 눈알... 이라 해야 하나.. 인체의 신비.
아무튼 그저 미국인의 눈처럼 파랗기만 했다면
그렇게 무서워했겠나. 죽일 듯이 날 노려봤다.
그냥 노려보는 것과는 차원 자체가 다르다.
이 세상에서 그런 눈으로 노려보는 눈은 없다.
세상의 모든 분노와 증오를 다 끌어모아 한껏
진액으로 추출하여 가득 채운듯한 소름이 담긴
시퍼런 눈깔로 당장이라도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 눈깔에 얼마나 쫄았는지 피아노를 치고는
있는데 지금 내가 무얼 치고 있는지 모르겠고
찬송가를 쳐야겠는데 생각이 나는지 안 나는지
무슨 생각을 할 겨를 없이 옆의 서슬 퍼런 마귀를
외면하면서도 의식해 덜덜 떨며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 치기를 멈추면 방패가 사라진다 느꼈다.
어쨌든 현재 찬송가를 치고 있어 못 건드린다는
생각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손가락이 움직였다.
어쩌면 싱겁게 끝이 나고 꿈에서 깨어났다.
소름이 돋아 뒤늦게라도 마귀 쫓는 기도 뒤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다시 깨달음을 주셨다.
내가 음악을 할 때, 찬양하고 연주를 할 때에,
마귀가 얼마나 이글거리는 분노로 증오하는지,
나를 얼마나 해치고 싶어 하는지, 얼마나 나의
음악을 싫어하는지. 그런데 못지않게 중요한 건
그런 눈빛이라면 벌써 나를 열 번도 죽였을 텐데
정작 머리털끝 하나조차 건드리지 못했던 사실.
(실제로 일들은 많이 일어난다. 사고 해프닝 등.
찬양을 안 하면 비교적 잠잠하고, 하면 방해함.)
어릴 때 본 검은 채찍 마귀들의 실상이 그러했듯
이번에도 귀신은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대도
나를 해치기는커녕 건드리지도 못한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더 분노가
끓어올랐을지도. 지가 나에게 아무 짓도 못하니.
다만, 꿈에서의 내 모습이 실제 내 영적 상태와
연결되어 보이므로, 담대히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대적하지 못하고 겨우 연명하듯 가까스로
목숨 부지하는 안타까운 시즌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나를 늘 지켜주셨다.
너로 실족지 않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자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He will not suffer thy
foot to be moved: he that keepeth thee
will not slumber. Psalm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