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배우기 위해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겨울 흉내 내는 가을처럼 당연히 겨울의 포근한 날. 겨울은 또 가을 흉내 내듯 거리가 황야롭다.
80 사는 것이 목표라면 겨우 절반인데, 살아온 날이 찰나 같아 걱정이다. 살아갈 날도 덧없을까 봐. 빠르게 달렸고 쉴 만큼 쉬기도 했건만, 누구에 비해선 느린 것 같고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해 뵌다. 나름대로 쌓아온 것이 있음에도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참 박하다. 평가라고 해봐야 지금 이 수준에 비교 밖에 더할까, 비교가 부질없음을 잘 알지만 본성인걸 어쩌겠는가. 비교가 나쁘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생각하고 있다는 거니까. 비교 자체를 안 하는 사람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안 할 테니 말이다. 한데 여태껏 살아온 바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봤어도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하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 물론 나도 아니니 스스로를 잘 다스려야겠지.
만감이란 단어로도 부족한 감정들을 겪었고, 또 격하게 겪어갈 거다. 인생 다 그렇다며 달관할 성격은 아니니까. 나는 욕심 내서라도 더 많이 느낄 테다.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다양한 감정을 배우기 위해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라고. 이렇게 적고 보니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뵌다. 나도 모르게 뱉고 되뇌었던 말이 이젠 확고한 인생관이 된 채 말이다. 어느 기준선으로 보자면 뒤도 아니고 앞도 아닌 인생이겠으나, 나름대로 가치 있는 것 같다. 스스로의 기준선을 만들면 된다지만 그건 또 그만큼 고된 일이잖는가. 몸 움직여 느꼈으면 됐다. 괜한 끼워 맞춤이나 선 긋기로 규정짓기보단 팔다리 움직여 이것저것 느꼈으면 됐다. 앞으로도 그만큼만 해 주면, 적어도 덧없는 나머지를 살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인생이 이렇소라며 만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약간의 소망을 안고, 예고 없이 터지는 감정들을 받아내며 나머지 반 생을 채워 나갈 요량으로 오래간만에 글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