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즈음에
우리는 행복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행복이 염원인 사람이 있기도 하고. 한데 왜 그토록 우리는 행복하지 못할까.
나는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스스로가 무엇에 행복한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행복을 말할 때 가장 많이 따라다니는 단어는 '돈'인데, 돈은 그저 콘텐츠다. 누군가 말했던 필요조건이기도 한데, 나는 돈을 버는 것 자체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것보다는 좀 더 근원적인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데, "살면서 어떤 것들을 해보니 행복하더라."라는 건 실증적인 그리고 경험적인 스토리다. 모두가 그렇게 겪어보고 살 순 없다. 그래서 말하려는 방법은 공부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 예측하고 추측할 땐 학습이라는 걸 한다. 미래를 내다 보고자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과정이기도 하니. 마음도 한번 공부해 보는 건 어떨까.
행복을 찾아가는 건 자신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다.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져야 하고, 어떤 것이 나를 기쁘게 하고, 어떤 것이 나를 분노하게 하며, 무엇에 대해 슬퍼하는지 찾아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행복을 만드는 구체적인 감정 조각들, 즐거움이나 기쁨일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안정감이나 여유로움일 수도 있다. 이런 감정들을 명확히 알게 돼서야 어떤 행동이나 환경에서 나의 행복이 비롯되는지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SNS를 통해 접하는 짧은 콘텐츠들이 우리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콘텐츠들은 행복의 나침반이 될 수 없다. 잠깐의 안도감이나 동기부여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휘발성이 강하고, 결국 듣기 좋은 소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볼 거면 차라리 인간의 감정선이 드러나는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는 법이지만.
자신을 안다는 게 쉽지 않기에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를 잘 알기 위해선 사회현상을 분석할 눈이 필요한데, 우리의 생각이나 가치관 그리고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자아는 독립적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이것들은 대게 우리 주변의 사회, 문화 그리고 그 안의 다양한 현상들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단순히 뉴스 헤드라인이나 SNS 트렌드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일상, 교육, 대중문화, 가족 구조, 정치,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흐름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나를 알 수 있을까?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개인적으론 인문학을 추천한다. 이것은 사회적 현상을 어떻게 분석하려 했는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고쳐야 하며 또 어떤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결과적으론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지 등 모든 걸 포함해서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다. 명언은 그저 받아들이기 좋게 해석하기 쉽다. 그러니 그 명언이 탄생하는 데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제대로 이해해야지만 올바른 학습이 되어, 그것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얻는다. 이런 학습은 본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돈이 많으니까 즐겁네? 나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라며 현상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돈이 많으니까 즐겁네? 나는 돈을 축적하는 게 즐거운 건가? 돈을 버는 과정이 행복한 걸까? 아니면 돈으로 사고, 먹는 걸 할 수 있어서 좋은 건가?"라며 더 구체적인 물음을 반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 즉, 학습은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는 능력도 갖게 하며, 인간의 감정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나는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들을 크게 두 가지로 말한다. 스스로의 내면을 잘 들여다 보고 마음의 모양을 찾아야 하며, 타인과 상대하며 그 마음의 크기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마음의 모양을 모르면 무엇을 위한 행복인지 몰라 행복의 지속성을 잃거나 타인의 기준이 자기 것인 마냥 착각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예로 순간을 즐기는 쾌락적인 행복에 빠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로 행복의 크기를 모르면 무한한 욕망에 빠지거나, 타인과의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교와 경쟁은 상대적인 행복을 추구하게 됨으로써 불만족과 부러움의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으니까.
결국, 행복을 찾는 것은 나 자신을 찾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모양과 크기를 이해하게 되고, 아주 구체적인 감정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막연하게 생각하면 그것은 언제까지나 안개로만 존재하며 쥐어쥘 듯하면서도 쥘 수 없는 뿌연 모습을 하고 나를 조롱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잘 알게 되는 순간. 행복은 짬뽕과 짜장 둘 중 하나의 형태로 내 앞에 먹음직스럽게 존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