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대한 기억 소환하기

이루지 못한 꿈은 언제나 문밖에서 서성인다.

by 이서연

어른들의 진로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40~50대의 중장년 재직자와 은퇴자 일반인 등이 함께 듣는 자리였다.

인생 중반에 나의 진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정리를 해보는 시간이었다.

생각정리 툴을 이용해서 마인드맵을 작성하는 시간이었는데 우선 첫 번째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나열해보라고 말씀드렸다.


내가 좋아했던 일을 나열하면서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각자 생각해 보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그중에 발표를 마치신 한분이 얼굴 안색이 매우 안 좋아 보였다.

순간 강의 내내 계속 마음이 쓰여서 쉬는 시간에 그분께 질문을 했다.


"혹시 강의시간에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아뇨 그게 아니라..""

그분은 뭔가 골똘하게 고민을 하는 듯싶더니 심각하게 말씀을 이어나갔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이런 나 자신이 너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울컥하게 되더군요"

"어떻게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고 회사 집, 회사 집 이렇게

살 수가 있었는지 정말 감정이 복받쳐서 참기 힘들었어요".

.

말씀을 이어가는 그분의 얼굴이 잠시 슬픔으로 일그러지는 듯했다.

나는 그분에게 "선생님뿐 아니라 저도 그랬는걸요" "그때는 모두가 그런 시절이었죠"

"그래도 선생님처럼 성실하게 지금까지 해오셨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으로 우뚝 서계신 것 아닌가요?

라는 짧은 위로와 격려를 진심으로 전해드렸다.


사는 것이 팍팍하다 보면 내 꿈이 뭔지 이 나이에 무슨 꿈을 꾼다는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꿈은 저기 저 지나가는 교복 입은 학생들에게나 어울릴 일이지 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늘 뭔가 아쉽고 마음속에 허전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게 뭘까 라고 스스로 질문해 보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마도 배움에 대한 결핍과 갈급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내가 상상하고 바랬던 환경과는 너무도 달랐던 가정환경과 배움의 중단은

마음속에 응어리처럼 남아서 삶의 결핍이 되었다.

나는 대학을 두 번이나 재수를 했다.


불합격해서 재수를 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지 못한다고 해서

그럼 내년에 해주세요 다시 내년에 해주세요 라고 한 것이 재수를 하게 된 이유이다.

딸의 등록금 지원보다 하나밖에 없는 오빠의 사업 자금이 더 중요했던 부모님은

끝내 나의 공부에 대한 욕망을 채워주지 않으셨다.

내가 고등학교부터 꿈꾸었던 방송에 대한 꿈도 한 번도 물어보신 적도 없고 그냥 최대한 빨리 취업을 해서

가정에 도움이 되기만을 바랬던 마음이 가장 크셨다.


그 뒤로 나는 살면서 나의 마음속 욕망? 꿈?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언제 가는 나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거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살 거야 라고 늘 외쳤다.

결혼 전에 부모님이 소개해준 직장일도 적성에 맞는 직업이 아니어서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언제 가는 나도"라는 마음속 나의 모습을 늘 꿈꾸고 기억했다.


결혼 후 경력단절이 된 후 얻게 된 직업도 내 적성에 딱 맞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일속에서 내가 원하던 직무를 단계적으로 찾아 나가다 보니 비슷한 업무를 찾을 수 있었고

점차 내 꿈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했다.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있는 게 분명하다.

머릿속에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나의 행동도 따라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생각대로 내가 방향을 잡아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면서도 끈을 놓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은 언젠가는 그것이 나의 꿈을 이루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어떠랴!

지나간 나의 꿈을 한번 소환해보면 어떠랴!

지금이라도 내가 원하던 어릴 적 작은 꿈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생각해보면 어떠랴

그것만으로도 나의 가슴은 설레고 매일 뜨는 태양도 의미 있게 보이지 않을까?

나는 지금 어디에 서있나? 새로운 출발선 바로 그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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