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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니바 May 25. 2022

가지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가지 토마토 볶음

길거리에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저녁엔 가로등 불빛 아래 날벌레들이 부쩍 많아졌다. 따뜻하게 느껴졌던 공기가 슬슬 덥게 느껴지는 5월 말이다.


나는 원래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름과 겨울 중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겨울을 택할 것이다. 겨울이 암만 춥다 해도 옷을 더 껴입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여름엔 땀으로 온몸이 젖어도 옷을 벗을 수 없다. 크리스마스와 설 명절 등 연휴가 다량으로 포진된 겨울에 비해 여름엔 설레는 마음으로 연차를 몰아쓸 공휴일도 딱히 없다.


여름철 날씨 뉴스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불쾌지수는 여름의 절정에서 기승을 부린다. 더위가 주는 불쾌함은 아스팔트 위의 아지랑이처럼 기어 올라와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이들과 만나 각종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 여름은 참 여러모로 골치 아픈 계절이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요리를 시작한 뒤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많은 양의 채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성인 기준 하루에 최소 500g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먹을 것을 권장한다.


채소 500g이 어느 정도 분량이냐면...


채소 500g 분량. 배달 음식과 외식, 인스턴트식품 위주의 식사를 했던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양이다. / 사진 출처 : 농민신문 기사


그나마 다행인 건 생각보다 내가 채소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5월로 접어들자 고공행진하던 채소값이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시들시들해 보이던 초록잎채소들은 서서히 본연의 탐스러운 초록빛을 되찾고 있었다. 만물이 생동하는 여름, 채소들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특히 오이와 가지, 토마토 같은 여름 제철 채소들이 슬그머니 매대의 중심을 차지하는 날이 많아졌다.


지난겨울, 가지가 먹고 싶어 종종 가지가 놓인 매대를 기웃거리다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실비실한 가지의 몸매에 실망하고 뒤돌아 선 것이 수차례였다. 여름이 찾아오자 비로소 제철을 맞이한 가지는 먹음직스러운 보랏빛 광채를 띄며 토실토실 살이 올랐다.


여름은 가지의 계절이다. 가지는 짙은 보랏빛 광채가 돌고 옆으로 통통한 것이 맛있다. / 출처 : 픽사 베이


가지 옆 매대에는 새빨간 완숙 토마토가 쌓여 있었다. 토마토 앞으로 집결한 사람들은 홀린 듯 너도나도 봉지에 토마토를 담기 바빴다.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탐스러워 보이는 가지와 토마토를 장바구니에 가득 담았다.


장보기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풍성한 잎사귀를 이리저리 흔드는 가로수들이 보였다. 그들은 어제 보다 더 짙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올여름의 강렬함을 예고하듯 한낮의 햇살이 푹 눌러쓴 모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럼에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순간이 반가웠다.


여름도 나쁘지 않은데?


여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채소들을 양껏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당장 오늘 집에서 가지와 토마토로 뭐 해먹을지 잽싸게 머리를 굴렸다.



[가지 토마토 볶음]


[요리 재료]

가지 1개, 토마토 1개, 양파 1/2, 계란 1개, 다진 마늘 1/2큰술, 된장 1/2큰술, 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고춧가루 1/2큰술, 알룰로스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 올리브유, 파슬리



[만드는 법]

1. 가지와 토마토는 한 입 크기로 양파는 잘게 썰어준다


2. 고춧가루, 맛술, 간장, 알룰로스, 된장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3.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다진 마늘과 계란을 넣고 스크램블로 볶는다.


4. 계란이 익으면 양파 토마토, 양념장을 넣고 볶다가 가지를 넣는다. (너무 뻑뻑하면 물 조금 붓기!)


5. 가지가 익으면 깨와 참기름을 뿌려 마무리한다.


6. 고기 맛이 나는 가지 토마토 볶음 완성!!



먹고 싶은 재료들은 있는데 마땅한 요리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일단 볶는다. 볶으면 맛은 평타는 친다.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가지와 토마토, 이들과 잘 어울릴 것 같은 계란과 양파를 넣어 볶았다. 맛이 있을까 살짝 걱정하며 가지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 안에서 팡팡 터지는 가지즙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가지가 가지가지하네!


본래 가지와 토마토는 라자냐나 파스타 등의 재료로 서양에서 많이 먹는 조합이다. 그런데 간장과 된장으로 간을 해 불고기 맛이 코팅된 가지는 새콤한 토마토가 어우러져 이색적인 퓨전 음식으로 거듭났다.


여름이 다가오는 건 여전히 두렵다. 그러나 가지는 반갑다. 가지는 대표적인 여름 채소답게 몸을 시원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가지와 토마토, 내가 좋아하는 싱싱한 여름 채소들과 함께할 생각에 설렜다. 제철 채소들과 함께 몸과 마음의 열기를 낮추고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올여름도 후딱 지나가겠지?


 



*자세한 요리 과정은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이 글과 사진을 무단 도용하거나 2차 편집 및 재업로드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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