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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근무 중, 누군가 남긴 쪽지

010-1234-5678

by 책글놀

도서관은 주말 근무가 있다.

작은 도서관이라도 예외는 없다.

인원에 따라 2~3개 조로 나눠서 근무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야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일을 하면서 주말근무 하는 게 적응하기 가장 힘들었다.

평생 주말은 쉬는 날인 줄 알고 살았는데,

일을 해야 한다니! 쉽사리 적응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도서관은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은 편이 아녔다.

특히 주말은 더 그랬다.

평일에는 바로 옆에 있는 학교에서 학생과 선생님들이 자주 왔는데,

주말은 학교가 쉬는 날이니 이용자가 평소보다 없는 건 당연했다.




내가 근무조였던 어느 날.

나는 일반자료실 데스크에 있었고, 다른 선생님은 2층에 디지털 자료실에 계셨다.

자료실에는 이용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 덕분에 (?) 밀린 내 일을 하고 있는데, 자료실 문 밖에서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밖을 보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자료실 벽에 붙은 직원 현황표 앞에 서 있었다.


직원 현황표에는 직원들의 이름과 사진이 붙어있었다.

한참을 보고 있던 이용자는 자료실로 들어오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자료실로 들어오 줄 알고 기다리고 있던 나는,

밖으로 나가버리는 이용자를 보고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2층에서 선생님이 내려오셨다.

벌써 점심시간이라고 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바늘이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주말이라도 시간이 참 빠르구나.

우리는 미리 시켰던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믹스 커피를 태워 자료실로 갔다.


작은 도서관은 점심시간을 확보할 수가 없다.

언제 이용자가 올지 몰라서 밥만 후다닥 먹고 다시 자료실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교대하기에도 애매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7년 전쯤은 그랬다.)


자료실로 돌아간 나는 데스크 모니터 앞에 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010-1234-5678 전화 부탁드립니다"


'일반 자료실 담당자한테 온 메시지인가? 평일에 전해드려야겠다.'


모니터 앞에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일을 시작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자료실이 아닌 내 개인 휴대폰으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는데, 왠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많이 본 전화번호인데?'


전화를 받으려던 찰나, 모니터 앞에 붙여진 전화번호가 보였다.

징~징~ 010-1234-5678 징~ 징

포스트잇에 써진 전화번호와 똑같은 번호가 내 휴대폰에 찍혀 있는 게 아닌가.


받아야 할까?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이용자 한 분이 말을 걸어왔다.

화들짝 놀라는 내 모습을 보고 오히려 이용자가 사과를 했다.


"아, 죄송해요. 이 책이 제 자리에 없는 것 같은데, 찾아주실 수 있나요?"


휴대폰을 뒤집어 놓은 채, 이용자와 서가로 책을 찾으러 갔다.

민원을 해결해 드린 후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부재중 3통이 찍혀있었고, 메시지도 한 통 와 있었다.


13  00.png


"안녕하세요, 제가 쪽지 남겼는데 연락이 없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보시면 전화 부탁드립니다."


뭐지?

나는 이 시골 마을에 아는 사람이 없는데 누가 내 번호를 알고 연락을 했단 말인가?

혹시, 같이 근무하시는 선생님은 이 번호를 아실까?

자료실을 나와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 다음 주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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