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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회사는 어디에 있을까?

양반댁 노비가 때깔이 다르다고들 하던데, 것도 양반 나름인데

습기 가득찬 출퇴근길. 회사 내 불만 가득 찬 공기가 맵쌀하다.


회사는 뿌리깊게 박힌 피라미드형 관료제를 네트워킹형, 애자일(질린다 정말)형으로 변경하려고 깡깡하게 자리잡았던 수직을 억센 프레스로 눌러 수평으로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10대 그룹사의 경영 방향을 본받아 최근  기업가사이 유행인 <00님> 문화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업무는 상명하복, 개김은 눈치상 2번 제한, 기타 등등.


경력인 나는 한 발짝 먼치서 회사를 바라본다. 안에서 머무른 시간에 대한 배려와, 함께 시간을 나눈 이들과의 정도 있겠지만 신입부터 지금까지 이 회사만 바라본 이들과는 명확히 다른 시선이다. 성골인 이들은 '이건 못 참아'가 별로 없고 견디지 못하는게 별로 없다. '회사가 그렇지 뭐'라는 말을 뱉는다는 건 내겐 '이 회사 참 별로지'인데,  그들은 간략한 자조의 표현인 것. 다른 시선에 대해 궁금증이 들면서도 한켠 부러운 마음이다. <덕질>이 힘든 나이기에 그저 더 나은, 멋진 오빠들이 나오면 홀딱 옮겨타는 내 DNA가 여기서도 같게 발현되는걸까.


3학년까지의 인생을 톺다보면 <우리 회사 너무 좋아>라고 말했던 친구는 단 한명도, 단언컨대 없었다. 회사에 대한 좋은 표현은 '우리 회사 나쁘지 않아'의 not bad의 관점이지 'good'으로 나간 경우는 전무하다. 회사는 노동 착취의 본체이니 애초에 직원의 입장에서는 좋은 위치에 서 있기가 어렵고, 여기서 not bad와 bad가 갈리는 기준은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돈? 명예? 직급? 위치? 출퇴근? 안정 vs 도전?)중 우선순위의 무언가를 잘 맞춰주느냐, 아니냐로 판정된다. 재밌는건 그 가치들을 만들어주는 것이 다시 돌아가 기업가가 되고, 기업가는 직원의 가치추구는 안물안궁. 대차대조표나 영업이익이 더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경영이념으로 놓치고 싶지 않은 가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어떤 직원의 3/6/10/20년 근속년수가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자자.  똑같은 닝겐의 입장에서.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똑같이 자본주의에서 돈맛 아는 사람 입장으로.

일단 나 돈 좀 벌고, 그 다음 좀 안정되면 직원들 고용해서 인건비 주고, 아, 최저임금보다 더 챙겨주고 복지도 많이 줘야겠다~~~ 

하는 세상 혜자로운 기업가가 그 어디에 존재할까? 자산가는 나에게 계약된 임금을 지불하면 미션 완료고, 나는 언제나 그 누구로도 대체 가능한 사람이다. 나라는 직원이 있건, 없건간 그는 물려받은 빵빵한 유산으로 언젠가는 더 빵빵하고 의젓한 그룹의 총수가 되 있을거다. 나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기에 불행한 개미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에게는 선택이라는 무기가 있고, 그는 단지 나와 맺은 근로계약서 낱장으로 내 삶을 휘두를 힘은 전혀 없다. 


지난 직장에서 많이 존경했던 임원께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무릇 방에 갇히고 보니(=임원이 되고 보니)
내가 얘기를 하는것보다 밑에서 하는 얘기를 많이 들어줘야하는건 응당 당연하고 
만약 그들에게 공감이 되지 않으면 왜 공감이 되지 않는지
내 안에서 솔루션을 찾는게 정말 중요하더라. 그래야 애들이 좀 갈증이 해소된다하고, 잘 따르더라고. 


입사, 퇴사 등 인력 턴오버가 잦게 생긴다는 건 기업 운영상 좋은 사인은 아니다. 직원 개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회사 문화의 문제인지, 아니면 외부요인(대대적인 스카웃)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제의 요를 흔들 수 있는 일련의 '정책'과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회사의 역할이다. 

정말 신기하게 인턴을 했던 회사, 직전 회사, 지금 회사의 기업가 모두 <우리 회사가 참 사람이 착하고 좋다>라고 쉽게 생각하는데, 어느 회사나 구조와 조직이 냉정하지 개인이 하나같이 나쁜 곳은 없다. 그리고 당신 앞에서 쉽게 나쁠수 있는 사람도 없다


좋고 착한 개인을 좋지 못하게 만드는 경영 구조 속 암덩어리에 대해 

방에 계신 그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고, 직원의 고민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 


좋은 회사는 어디에 있을까? 맥주 목넘김이 참 까끌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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