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하루종일 병원검진이라 오롯이 아빠 혼자 아이를 보아야 하는 날이었다. 아침에 배 든든하게 먹이고 나서 책도 읽고 게임도 하려 했던 내 야심 찬 계획은 단 한 번도 잠들어 주지 않는 아이에 맞추어 무산되었다. 오전이라는 그 긴 시간 동안 잠시를 쉬지 않고 칭얼댔고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공동육아라고 신신당부했던 고양이는 아이가 울면 베란다로 도망갔다가 잠잠해지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나타나 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어떻게 오전이 지나가고 결국 아이는 까무룩 잠들었다. 아이가 깰까 한 시간은 온 집이 조용했던 것 같다. 시원한 바람이 불길래 열어두었던 창문도 옆집 할머니들의 이야깃소리, 부릉부릉 차 지나가는 소리, 깔깔대며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소리에 그만 닫아버렸다. 어느 정도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밀린 집안일을 시작했다. 청소기는 못 돌리니 청소포로 밀대질을 하고 오전에 이미 돌아간 빨래를 볕 잘 드는 마당에 널어 젖혔다. 밀린 설거지도 하고, 신생아는 생수도 끓어먹여야 한다고 해서 물도 한주전자 끓여두었다. 다행히 아이는 아직도 꿈속에 있다. 무슨 좋은 꿈을 꾸는지 가끔 배넷웃음도 지어준다. 그 모습을 고양이가 멀찍이 바라본다.(이 녀석은 왜 때문인지 아직 아이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빨래 마르는 소리, 주전자에 물 끓는 소리, 새근새근 아이의 숨소리 그걸 바라보다 잠든 고양이의 코 고는 소리. 세상 평화로운 것들 사이사이. 마흔이면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해 봤을 줄 알았더니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세계가 아직은 신비롭기만 하다. 이것도 일상이 되면 지치고 힘겹겠지만 꽤 오랜만에 경험하는 낯섦이 나쁘지만은 않다.
맞다. 아직 초보아빠여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