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가성비'는 언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웨이트로즈(Waitrose), 알디(Aldi), 로피아(Lopia) 사례

가성비는 처음부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일상생활에서 '가성비'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이 낮으면 '가성비가 좋다'라고 표현하고, 품질은 별로이면서 가격이 비싸면 '가성비가 좋지 않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그런데 가격과 만족감은 주관적인것이어서 확실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10만원하는 운동화  켤레에 어떤 사람은 '가성비가 좋다'라고 표현하고, 다른 누군가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성비' 동일한 상품군에서 다른 상품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지 않으면서 품질도 기대 수준을 달성하는  의미한다고   있습니다.


품질이 좋은데 가격까지 저렴한 '가성비' 좋은 상품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브랜드와 같은 외적인 것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동일한 상품을 비싸게 구매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낮은 가격에 높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 가성비는 매우 뛰어난 전략입니다. 문제는 기업들이 제시하는 차별점이 소비자들가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은 되지 못하거나, 경쟁상품군의 품질이 모두 좋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능적인 특징만으로 차별화하기에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결국 기업들은 기능적 특징보다는 감성적 특징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기 마련입니다. 이때 브랜드는 기능적 가치 그 이상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나 애플,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 안에는 제품의 기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과 상징들이 숨어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감정과 상징을 소비하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중입니다. 특정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내가 되고 싶은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현재의 나의 모습 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내가 되고자 하는 미래의 이상형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기업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브랜드에 다양한 감성적 요인들을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성비'는 언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요? 이것은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으로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에 마시는 생맥주의 첫 잔과 둘째 잔, 셋째 잔의 시원함은 다를 것입니다. 이처럼 어떤 상품을 소비하면서 만족되는 힘이 감소하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상품은 여러 번 소비할 때마다 만족도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결국 비슷한 상품이라면 저렴한 가격의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다른사람들에게 나의 보여줄 수 있는 사치품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상품은 시간이 흐를 수록 가성비를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반면 사치품은 소비할 때마다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이를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행하는 '과시적 소비'라고도 정의했습니다. 사치품은 처음부터 가성비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접했을 때의 전율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입니다. '과시적 소비'는 중독과도 같아서 한 번 좋은 것을 경험하게 되면 단계가 점점 높아지고, 더 비싼 것으로 향해가기 마련입니다. 욕망은 결코 배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성비'는 분명 소비를 이루는 한 축입니다. 상품에 대한 모든 정보가 열려있고, 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보다는 제품의 질을 따져보는 합리성 기준의 소비는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기업은 가성비 좋은 상품으로 경쟁을 하거나, 차별화를 시도해서 가치중심의 상품으로 대응하는 길을 선택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객이 만 원을 주고 특정 상품을 구입한다면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만원 이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구매를 한테니까요. 반면 기업은 고객에게 받은 만 원 보다 저렴한 비용을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이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벌리는 것을 '가치기반'이라 할 수 있고, 가격과 원가의 차이를 벌리는 것을 '원가우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산업에 속해있으면서도 가치기반의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기업이 있고, 원가기반의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맞다고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목표로 하는 고객이 다르고 기업의 전략이라는 것도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는 유사한 산업에서 가치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웨이트로즈(Waitrose)와  원가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인 알디(Aldi), 집중화를 추구하고 있는 일본의 로피아(Lopia)를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웨이트로즈는 1904년에 설립된 프리미엄 슈퍼마켓입니다. 웨이트로즈는 공정무역상품과 지역 상품, 프리미엄 상품 등을 갖추어 놓고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제품군의 경우 고급화전략으로 영국 슈퍼마켓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웨이트로즈가 중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디자인입니다.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밝기를 유지하는 다른 슈퍼마켓과 달리 매장 전체를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인테리어는 편안한 느낌을 강조하면서 곳곳에 나무 마감재를 적용하고 있고, 선반 사이에는 널찍한 공간을 확보해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웨이트로즈는 제품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계피향 설탕을 내용물이 훤히 보이는 투명용기에 담어서 판매하고, 통조림과 레토르즈 식품은 식품 사진을 패키지 디자인에 활용하여 내용물에 대한 성분정보를 사실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웨이트로즈는 가격보다는 가치로  승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반면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인 알디는 '초저가 할인점'이라는 원가기반의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노브랜드가 알디를 벤치마킹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디는 90% 이상의 제품을 자체 PB상품으로 운영하면서 테스코와 월마트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알디는 또한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매장은 저렴한 조명을 사용하고 인테리어는 최소화했습니다. 직선형으로 매장을 구성하여 상품 이동이 쉽게하고, 상품은 바구니나 박스에 담긴채로 진열합니다. 5명 이내의 직원이 청소부터 진열, 계산까지 모두 담당하면서 인건비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알디는 대형마트보다 15~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음에도 영업이익률은 5%로 업계 최고수준이며 매년 8% 이상 매출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웨이트로즈와 같은 가치기반의 비즈니스를 할 것인지, 알디와 같은 원가기반의 비즈니스를 할 것인지는 기업의 선택입니다. 가치도 높이면서 원가를 낮출 수 있다면 이상적이지만 이 두가지를 모두 달성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내부적으로 요구하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치기반의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중요할 것이고, 원가기반의 비지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생산관리, 품질관리, 재고관리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 원가를 낮추라는 압박을 지속하면 그 사람은 그곳을 떠나고 말 것이고, 반복적인 업무환경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창의성을 요구하면 그 사람도 그곳을 떠나고 말 것입니다.


가치도 높이면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집중화'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 중소 슈퍼마켓 로피아(Lopia)는 정육을 중심으로 한 신선식품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일본 전역에 50여개의 매장을 운영중인 로피아는최근 10여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중에 있습니다. 매장의 규모는 크지 않으나 인구 감소와 온라인 쇼핑 확대로 인한 오프라인 유통업계 위기 속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피아의 핵심 무기는 낮은 가격(Low price)이지만, 정육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는 높습니다. 지금은 슈퍼마켓으로 까지 발전을 했지만 정육을 중심으로 한 신선식품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육과 같은 특정 상품군에 집중을 하게 되면 차별화와 원가우위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로 정육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정육을 중심으로 신선식품을 판매한다는 인식이 형성되기 때문에 다른 매장과 차별화가 되는 것입니다. 좋은 품질의 다양한 신선식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매장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에 고정비와 변동비를 최적화시킬 수 있습니다.

가성비는 언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될까?


이전 05화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로 살아남은 기업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