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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구별짓기 보다는 라이프 스타일 중심으로

인구통계학적 소비자 분류의 한계점과 라이프스타일 구분

마케터들이 규정한 세대별 구별짓기

베이비부머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Y세대), Z세대처럼 인구통계학적으로 특정 세대를 규정하곤 합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비슷한 성장환경과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한 세대 전만 해도 관광목적으로 해외를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요즘 세대들은 믿을 수 없겠지만 1980년대까지 순수 목적의 해외여행을 위한 여권은 아예 발급되지 않았습니다. 일반인이 해외에 나가려면 기업의 출장, 학생의 유학, 해외 취업 등의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만 가능했습니다.


해외여행의 전면적 자유화가 이루어진 것은 1989년입니다.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에 진학한 세대가 X세대입니다. 1970년부터 1980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1987 민주화 이후 사회 전반의 경직된 분위기가 완화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풍요와 자유 속에서 성장한 세대입니다. X세대는 해외여행 자유화의 열기를 업고 전세계로 배낭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를 통해 글로벌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이전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갖지 못했던 것들로 새로운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대표되는 X세대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개성을 존중하고 표현하기 시작한 세대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구분

1981년부터 90년대 중반까지를 '밀레니얼 세대(Y세대)'라고 합니다. '밀레니얼'은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시기’를 뜻하는 ‘밀레니엄(millennium)’의 형용사형입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인터넷과 함께 자란 최초의 디지털 원주민이기도 하지만, 한참 예민하던 청소년기에 와환위기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여파로 하루아침에 정든 직장에서 쫓겨나던 부모 세대를 보고 자란 세대이기도 합니다. 풍요로움, 자유, 인터넷을 통한 손쉬운 연결 속에서 성장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함도 함께 경험한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생까지는 'Z세대'라고 합니다. ‘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뜻합니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와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내 몸의 일부처럼 여기며 살아온 세대입니다. 수평적인 디지털 세계에서 살다 보니 정보나 관습이 일방통행식으로 전달되던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갖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와 Z세대(1997~2010년생)를 통칭해서 '디지털 세대'라고 규정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옷이나 신발, 책, 전자기기 등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 있어서 온라인 비중이 다른 세대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이들에게 온라인을 오프라인의 보조적인 수단이 아닙니다. 그렇다 보니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디지털 경험이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디지털 세대는 사람을 사귀는 방식도 다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는 혈연·지연·학연에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반면 MZ세대는 인터넷과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손쉽게 연결될 수 있는 세대입니다. 혈연·지연·학연 중심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역량과 성과 중심의 수평적 관계를 선호합니다. 이전 세대와는 조금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취향과 경험

각 세대별 특징들을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이지 맹신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세대라고 규정되는 MZ세대의 인구수는 1700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을 모두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까요? 이들은 모두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까요? 1981년생부터는 밀레니얼 세대이고 1980년생은 X세대인 걸까요? 태어나서 성장한 시대를 중심으로 특정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제는 소비자를 인구통계학적 특징이 아니라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중심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방법론이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서 개인마다 독특한 삶의 양식을 말합니다. 개인의 가치, 동기, 감정, 개성, 인구통계적 특성, 가족, 준거집단, 사회계층, 문화 등이 반영되어 시장의 구분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예를 들어 '조명'보다는 '루이스폴센 PH 스타일'이라고 하는 것이, '청바지'보다는 '와이드 커팅 진'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묘사입니다. 이처럼 라이프 스타일은 취향이나 사물, 공간을 투영합니다. 특정 상품군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디테일할수록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취향은 순간의 경험들이 쌓이고, 체득되고, 정제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됩니다.


라이프 스타일 관점의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러닝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주변에서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학생에서부터 직장인, 주부에 이르기까지 연령대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러닝을 취미로 즐기고 있는데요. 러닝 크루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나이키 런 클럽(Nike Run Club)을 통해 매일 자신의 러닝 성과를 SNS에 남기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선호하는 브랜드는 조금씩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디다스 퓨어부스트'를, 어떤 사람은 '나이키 페가수스'를, 어떤 사람은 '아식스 젤 카야노'를 신고 달립니다. 똑같이 '러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조금씩 원하는 것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인구통계학적 특성이 아니라 소비자 개개인이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한다'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는 표현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해줄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라이프 스타일인지를 규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는 개인화된 경험을 원하고 있고, 이것을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 모든 산업과 비즈니스는 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제안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입니다.


라이프 스타일의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과 같은 외부환경을 먼저 관찰해야 합니다. 외부환경은 기업이 컨트롤할 수 없지만 시장의 성장과 축소에 영향을 미칩니다. 외부환경이 바뀌면 브랜드의 사업화 방향도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고객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오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1월에 탈(脫) 아마존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이전부터 변화되는 외부환경에 맞춰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이키는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기존 소매업체와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전 세계 소비자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D2C 선언 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유료 회원제로 개편하고, ‘나이키 라이브’와 같은 체험형 직매장을 늘려 고객 접점을 높여왔습니다. 또 고객 맞춤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기업 셀렉트(Celect)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나이키는 '실적'과 '고객 경험'을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관계의 구심점이 되는 브랜드로

코로나 이후 라이프스타일은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코로나 충격이 몰고 온 비대면 사회는 단순히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빠르게 하는 데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생산과 소비, 유통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화를 넘어 비대면·비접촉 경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입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新소비 세대와 의·식·주 라이프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측면을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의(衣) 관련 라이프 트렌드로는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커스터마이징 패션, 윤리적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 선호,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즉각 제공되는 온디맨드(On-Demand)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식(食) 관련 라이프 트렌드로는 가사 노동의 효율성 추구로 장보기 외주화 성향이 심화되고 가정 간편식 소비가 확대되는 중입니다. 또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식품을 소비하는 경험이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식품 소비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住) 관련 라이프 트렌드로는 다양한 취향이 반영된 공간으로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집은 단순히 잠만자는 곳이 아닌 의무로서의 집과 휴식의로서의 집, 놀이로서의 집 등 다양한 역할이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이후 집은 바이러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있습니다. 따라서 집은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으로서 변화할 것입니다.


라이프 트렌드는 결국 효율화와 가치소비 중심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빨래와 건조, 다림질과 같은 '노동'으로서의 일은 효율적인 방식을 선호할 것입니다. 세탁을 대행해주는 '세탁특공대' '런드리고', 청소 도우미 서비스인 '미소' '청소연구소'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서비스는 주부를 포함한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빨래와 청소 같은 노동을 대행으로 해결하고 이렇게 확보된 시간을 자신을 위해서 활용하는 것입니다.


반면 가치 중심의 소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주로 '나'를 위한 소비와 자신의 신념와 일치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맞춰주는 방문 홈트레이닝 서비스가 '나'를 위한 소비라면, 윤리적 신념이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 소비하는 것을 가치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가격이나 품질이 절대기준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은 육식이 아니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찾으려고 열을 올립니다. 동물권에 관심이 생긴 사람은 유기견보호센터에 기부를 하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권장하는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지구를 살리는데 기꺼이 동참을 합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나를 알아봐주는지, 나에게 반응하는지와 같은 관계를 원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과거 기업이 경쟁 상품 대비 더 좋은 특징 중심으로 제시했던 USP(Unique Selling Point, 고유판매제안)보다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장면이 그려질 수 있도록,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의 개성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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