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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브랜드는 어떻게 경험을 만들어가는가?

전통기업은 어떻게 디지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가?

구찌(GUCCI)는 어떻게 트렌디한 브랜드로 거듭났는가?

명품 브랜드 중에 구찌(GUCCI)의 변신이 놀랍습니다. 구찌는 밀레니얼 세대를 적극 공략하면서 브랜드 명성을 높여가고 있는 중입니다. 구찌가 놀랍다고 평가되는 것은 총매출의 60% 정도가 35세 이하의 소비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찌는 더 이상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구찌의 이 같은 성공은 2015년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마르코 비자리’와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수석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르코 비자리’는 무명에 가까웠던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수석 디자이너로 발탁하면서 브랜드의 주 고객을 밀레니얼 세대로 재정의합니다. 그리고 미켈레는 기존 절제되고 우아한 그러나 지루했던 구찌의 디자인을 화려하고 파격적으로 바꿉니다. 빈티지하면서도 괴짜스러운 구찌에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기 시작하면서 그저 그랬던 브랜드에서 힙한 브랜드로 완벽하게 부활합니다.


온라인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기존 명품과는 다른 행보였습니다. 디자인의 혁신과 함께 온라인 전용 상품을 강화하고,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쳐나간 것인데요. 이를 통해 구찌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힙한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소셜미디어 속의 자유분방하고도 괴짜스러운 이미지 메이킹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많은 명품 브랜드들은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면 희소성이 무너질 것으로 보았지만, 구찌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였습니다. 무게를 잡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고객들에게 더욱 다가간 것입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는 기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구찌가 온라인 전용 상품을 강화하고 인플루언서를 섭외에서 명품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간 점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일상을 글이나 사진, 동영상 등으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를 정확히 파고든 구찌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전시 활동과 예술 관련 행사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예술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유구한 역사’ ‘장인 정신’ ‘트렌드 리더’라는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마케팅의 소재가 됩니다. 르네상스 미술 및 컨템퍼러리 미술을 다양한 형식으로 구찌의 의상과 핸드백에 적용시켰습니다.  마케팅에서도 컨템퍼러리 행위 예술과 같은 형식의 비디오 콘텐츠를 제작,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 미디어에 소개하며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오프라인 활동과 함께 구찌는 ‘구찌 플레이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찌 브랜드에 대한 특별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사람들이 직접 그 장소에 방문할 경우 체크인 뱃지를 제공하여 개인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재미 요소를 통한 공유 심리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구찌의 전략은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트렌디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구찌는 성공하고 다른 기업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한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통해 객관적인 품질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전 세대보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습니다. 이들은 브랜드보다는 자신의 가치와 맞다고 생각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특징이 있는 것입니다.


핵심은 ‘가치’입니다. 가치란, 단순히 값비싼 것이 아닌 값진 것을 의미합니다. 물욕과 과시욕을 채우기 위한 소비보다는 좋은 삶의 방식과 더 밀착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구찌의 사례를 단순하게 벤치마킹하기보다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라는 부분에서 다시 한번 본질에 대한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에게서 해답을 찾은 펜더(Fender)

“어쩌면 기타의 시대는 끝났을지도 모른다”.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타 연주자 중 한 사람인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실제 기타 판매량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었고 관련 산업은 침체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일렉트릭 기타는 은밀하고 천천히 죽어 가고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팝과 랩에 열광하면서 세계 최고의 기타 메이커로 유명했던 깁슨(Gibson)은 2018년에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았던 기타 산업에서 희망을 찾아낸 기업이 있습니다. 파산 신청한 깁슨과 함께 기타 시장을 양분했던 펜더(Fender)인데요. 펜더 최고경영자 앤디 무니는 코로나 대유행과 상관없이 2021년은 기록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펜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펜더는 해답을 고객에게서 찾아냈습니다. 펜더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기타를 왜 안 배우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등을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소비자 및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펜더는 비즈니스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첫 번째는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인 '펜더 플레이'를 통해서 청년과 여성을 공략합니다. 펜더 플레이는 유튜브와 유사한 구독형 악기 레슨 서비스입니다. 한 달에 9.99달러를 결제하면 최고의 음악가들에게 기타와 베이스, 우쿨렐레 등의 악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악기를 배우는데 최적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나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게 됩니다.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되던 시기에 펜더는 기타, 베이스, 우쿨렐레 학습 동영상을 90일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첫 주에만 5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되는데요. 놀라운 건 신규 가입자의 20%는 24세 미만이었고, 70%는 45세 미만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입자의 45%가 여성이었습니다. 팝과 랩에 빠져 있는 청년들과 기타를 배우지 않을 것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여성을 새로운 소비자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두 번째는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펜더는 코로나 이전부터 단순한 기타 제조업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해오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여가는 한편 악기 판매업체인 스위트워터, 아마존, 월마트, 독일의 악기 판매 회사 토만 등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유지 수준에 머물렀던 오프라인 판매점이 코로나로 인해 90%가 문을 닫게 되었음에도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하게 됩니다.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활동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과거 '기타를 파는 것'에서 '소비자가 기타를 가지고 노는 것'에 관심을 둔 것인데요. 펜더는 기타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연주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기술 도입과 마케팅 전략을 실행합니다. 펜더 플레이에서는 20분만 배워도 노래 한 곡을 서툴지만 연주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연주자가 좋아할 만한 곡을 추천하거나, 레슨 받는 과정을 모니터링해서 도전과제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펜더는 악기를 통해서 사람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덕분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세 번째는 초보와 고수를 모두 잡는 ‘U’ 자형 판매 전략입니다. 초보 연주자를 확보에는 외부환경이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악기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요리나 악기 연주와 같이 평소 관심 있었던 취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한 것인데요. 코로나 이전에 출시한 펜더 플레이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새로운 소비자층이 생겼지만, 그동안 펜더에 충성한 마니아들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기타를 구매한 사람들의 90%는 12개월 이전에 포기하지만, 10%는 기타 연주를 취미로 만드는 데 성공하고 이후에는 다양한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평생 동안 기타를 5~7개 정도 추가로 구매하고, 여기에 1만 달러를 쓰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펜더 브랜드에 충성하는 사람들만 잘 관리해도 기본적인 매출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충성고객이란 '특정 회사의 상품이나 브랜드, 서비스 등을 반복적으로 재구매하거나 이탈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을 의미합니다. 충성고객은 주변 사람들을 추천하거나 적극적으로 추천할 의향이 있는 고객을 포함하는 것으로 매출액과 매출 기여도, 비용절감, 구전효과, 재구매 측면에서 중요성을 갖습니다.




피자를 배달하는 이커머스 기업, 도미노피자

전통기업 중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성공한 기업으로 ‘도미노피자’를 들 수 있습니다. 도미노피자는 2010년도에 턴어라운드 캠페인을 통해 여러 가지 혁신을 시도했습니다. 피자 맛을 비롯한 고객 경험 혁신, 어디서든 주문 가능한 AnyWare 주문 시스템, 매장을 촘촘하게 배치해 배달 시간 단축하는 요새(Fortress) 전략 등이 대표적인데요. 결과적으로 10년 만에 도미노피자 주가는 30배가 올랐고, 온라인 주문율은 70% 수준에 달합니다. 도미노피자는 다른 기업들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매장당 매출과 수익을 10%씩 늘리면서도 온라인 주문 시대에도 매장을 대폭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도미노피자는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고객 경험을 높여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업 중인 관리자와 직원 수, 주문 수, 현재 교통상황 등과 같은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해 배달 소요 시간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주문이 언제 준비될지 예측하는 정확도를 95% 수준으로 높이기도 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주문 방법을 효율화하기도 했습니다. 도미노피자는 전화나 APP 이외에도 구글, 페이스북, 애플 워치, 자동차 터치스크린, 스마트 TV, 알렉사를 비롯한 음성 인식 서비스 등에서도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문자 서비스인 SMS를 통해서 원하는 피자 이모티콘을 보내기만 해도 주문이 되도록 했고, 클릭 없이 앱을 열기만 해도 자동으로 주문되는 제로 클릭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도미노피자를 이용해 보면 몇 가지 특이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받은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도미노피자 앱을 설치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해야 합니다. 스타벅스나 파리바게트 선물 쿠폰은 카카오톡 안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도미노피자는 자사의 APP에 회원가입 후 쿠폰을 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물론 회원가입 후 주문이 이루어지면 다양한 할인쿠폰 혜택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은 싫어하지만은 않습니다. 도미노피자는 고객정보를 얻고, 고객은 쿠폰을 얻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제너시스 BBQ가 도미노피자와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해(2020년) 8월 황광희의 유튜브 웹 예능 ‘네고왕’을 통해 한 달 동안 BBQ앱에서 황금올리브 주문 시 7000원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19,000원짜리 치킨을 11,000원에 판매한 것입니다. 단, 할인은 BBQ앱과 홈페이지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BBQ는 행사 한 달 만에 회사 앱 가입자가 3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7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올해(2021년) 들어서는 배달료, 수제 맥주 할인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21년 1분기 BBQ 앱을 통한 매출은 지난해보다 200%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BBQ의 자사 앱이 활성화되면서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같은 외부 배달앱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BBQ의 지난해 매출액은 3255억 5754만 원으로 전년 대비 32.1% 늘었고, 영업이익은 549억 7788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250억 7308만 원에 비해 119%나 올랐습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를 가보면 대부분의 조직이 오프라인 현장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마케팅 역량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BBQ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1회성 캠페인이 아닌,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옴니채널(Omni Channel) 관점에서, 여러 개의 채널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트리플 미디어(Triple Media) 관점에서, 무엇보다 고객 경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BBQ(제너시스)에게서 도미노피자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전통기업의 디지털 경험 혁신, 도미노피자, 펜더 플레이, B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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