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무 살

내 인생의 첫 실연

by 몽운

나의 꽃다운 20대의 시작은 아슬아슬하게 시작이 되었다.

그래도 사춘기 후 정신을 차리고

새 출발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해 나가고 있었다.

뉴욕의 생활을 꿈꾸며 안 하던 영어 공부도 해 보며

종일 그림을 그리며 그럭저럭 캠퍼스에 흠뻑 젖어 있었던 때에

나의 인생에 첫 실연이 찾아왔다.


새벽에 걸려온 언니의 전화.

"아빠가 돌아가신 것 같은데........ 사고가 난 것 같아....

엄마도 중환자실에 있고..... 나 지금 운전할 사람 찾고 있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무슨 말은 했는지 그다음부터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제 아침에 아빠에게 전화가 왔었고

나는 아직 나는 아빠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아빠의 말에 단답형으로 대답하며

이제 작업실로 가야 한다고 쌀쌀맞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나중에 기억과 이야기를 맞춰보면

늦은 저녁에 동생이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고 했다.

엄마가 동생에게 아빠 엄마가 지금 병원에 와 있는데

걱정 말고 자고 있으라고 했는데

너무 늦은 시간 전화였고 느낌이 이상해서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고..

언니가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큰 접촉사고가 있었고

아빠는 사망하셨고 엄마는 중환자실에서 수습 중이었다고 했다.

언니는 집으로 가는 버스가 지금 없으니

아침에 오라고 본인은 학교 선배가 차로 데려다준다고 해서 지금 간다고

나에게 전화를 했다고 했다.


그 기분은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다.

현실감이 없다는 것이 맞겠다.

당황하고 놀라서 어안이 벙벙한 편에 가까웠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볼이 떨리고 눈에서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어떻게 하지... 어떡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쳐서일까

갑자기 미친 졸음이 몰려왔다.


병원에 갔을 때는 엄마는 아빠의 사망 소식은 모른 채 수습 중이었고

아빠는 빈소로 옮겨져 있었다.

상태가 좋지 않아서 관에 들어가기 전의 모습을

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는데

어른도 아이도 아닌 그 어디쯤이었던 언니와 나,

아직 청소년인 동생은

처음 생긴 이 상황에서 큰 아버지의 지휘아래 그 자리를 지킬 뿐.

그 일은 아직도 후회스럽다.

가끔씩 희미해진 아빠의 모습을 머리로 그려본다.

이제는 기억 속에 추억에만 남은 아빠의 얼굴이

벌써 희미해져 느낌만 남아 있을 뿐,

희미한 그 모습이 잘 다듬어지지가 않는데 그것이 그렇게 사무치도록 그립다.

그 얼굴이. 서글프다.

어떤 감정을 느낄 준비도 생각이라는 것을 이러나 지도 않는 상태였다.


나의 스무 살.

내 인생에 가장 이쁘고 슬펐던 시절.

내 인생에 첫 굴곡이 생긴 해였다.

나의 첫 실연은 그냥 돌아가셔서 슬펐습니다로 끝나지 않았다.

그 후 모든 것은 변했고

나 또한 많은 것을 바꾸어야 했고

또 많은 것이 바뀌기도 했다.


그래도 그때는 무섭지 않았다.

내가 전부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몰랐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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