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너희 피임하니?

by 몽운

시어머니는 처음부터 뇌에서 생각하는 단계를 건너뛰고 말을 내뱉으셨다.

그날도 주말이었고 어김없이 소중한 주말을 시부모에게 빼앗기고 있었다.

글쎄... 좋은 시부모를 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남편은 새벽은 운동으로 없었고 저녁은 회식이나 운동으로 없었다.

소소한 데이트는 없었다.

남편이 총각 때 어떻게 살았는지 같이 살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그렇게 평일이 지나면 주말이 왔는데 토요일 저녁을 가끔 둘이 외식을 하고

일요일에는 또 운동을 가고 없었다.

돌아오는 오후라도 데이트를 하면 좋았을 텐데.

시부모는 매주 우리를 불러댔다. 밥 먹으러 오라고.

그렇게 가면 밥은 항상 되어 있지 않았고 나는 밥을 해야 했다.

내가 부엌에서 일을 하는 동안 남편이 낮잠을 자거나 드러누워 티브이를 보았다.

입에도 맞지 않은 밥을 어디로 먹는지 입에 구겨 넣고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뒤통수에서 들랴오는 그 목소리.

"얘! 대충 하고 빨리 과일 씻어라."

그렇게 과일을 깎고 그들은 먹고 시아버지의 커피를 타고

그들이 보는 막장드라마가 끝나고

그들이 골아떨어질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내일 출근이잖니? 어서 가렴."

목소리를 들어야 그 집을 나갈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신혼의 데이트 시간은 먹고 싶지도 않은 식사와 노동

그리고 급체만 남았다.

매주 반복 되었다. 주말이 지나면 난 이틀은 앓아누웠다.

남편은

"엄마가 준비해 놓잖아. 가끔이잖아~."라고 했다.

내가 더 지혜로웠다면 남편에게 갖은 애교를 부렸을 텐데.

애석하게도 나는 여자의 애교를 비겁하고 능력 없는 여자의 소유물로 생각했다.

지금생각해 보면 애교 있는 여자가 가장 지혜롭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인 것 같다.


부엌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애! 이거하고 저거는 볶아라. 얘! 누구네집 며느리는........ 얘! 작은애는.........."

융단폭격기를 맨몸으로 받아내는 시간이 지나면

식사를 해야 했다.


그날도 매일 같은 그런 날이었다.

앞치마도 푸르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서 사과를 깎았다.

그때였다.

"얘! 너네 피임하니?? 누구네는 허니문 베이비 생겼다는데 너희는 왜 안 생기니?

다음 주에 한의원 한 번 가보자."

..................................?????????????

내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티브이를 보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와 거리가 생길 때마다 쏟아지는 폭탄들을 그는 막아주지 못하였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가만히 쳐다보았고 그 뒤에 말들은 충격으로 들리지도 않았다.

여하튼 여러 가지 개소리를 시전 하시다가 한의원을 가야 한다는 통보였다.


그렇게 나는 병원에 끌려갔다.

결혼을 한 지 2달쯤 지난 일이었던 것 같다.

한의사 선생님은 "스트레스가 있고 가만히 두시면 생길 것 같다. 몸을 돌봐주는 영양제로 약은 생각 하시면 된다. 결혼한 지 얼마 안돼서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시어머니 눈을 보며 말씀하셨다.

거기 끌려가 있던 나는 착한 며느리병에 걸린 멍청이였고 그걸 방치한 남편 또한 지질한 멍청이였다.

그렇게 나오는 길에 시어머니는 말했다.

"15일치씩 짓는다는데 이번에는 내가 지어줄게. 그 담부터는 니 돈으로 지어먹어라."

그러시며 20만 원 정도를 내셨던 것 같고 병원비는 내 돈으로 계산하게 하셨다.

그 이후 눈만 마주치면 대 놓고 임신이야기를 물으셨고

나는 시부모를 만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체하고 밤잠을 설쳤다.


이전 18화작은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