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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용 알비스 Aug 05. 2023

우리가 좋아하는 건, 그래서 좋아하는 것은

파란만장 자폐인 - 10 : 자폐인과 관심사의 상관관계 - 집착이라고?

사람들은 늘 그렇습니다. 자폐인이 좋아하는 것이 단 한 가지이며, 그러한 것은 공유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죠. 몇몇 미디어에서도, 심지어 우영우에게도 그런 프레임은 남아있습니다. 미안한 사실이지만 정확히 본 것은 아닙니다. 자폐인들이 좋아하는 것의 세계는 그야말로 복잡한 세계라는 것을 말이죠!


제가 있는 자폐인 그룹인 estas에선 선호하는 분야나 관심 있는 분야, 심지어 자폐에 대한 방향성 문제까지도 대단히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선호하는 캐릭터까지도 다릅니다. 실제 자폐인들의 선호 세계는 그야말로 각자마다 다른, 그야말로 우주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 진실입니다. 우리끼리만 해도 좋아하는 것이 통하는 분야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너무 상이한 분위기인 것이 실제 분위기입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이야기조차 그렇습니다. 저는 엄청난 야구팬이고, 특히 SSG 랜더스의 열성적인 팬입니다. 그렇지만 제 자폐인 친구 중에는 야구에 대놓고 관심 있는 자폐인을 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비자폐인 친구들이 더 야구에 관심 있는 형편입니다. 실제로 LG 트윈스 팬인 다른 장애계 인사와 온라인 대화를 하다가 하필 그날이 SSG 랜더스 대 LG 트윈스의 경기가 편성되어서 그 경기 결과도 대화 도중에 살짝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SSG 랜더스 팬인 야구팬들은 제 주위에 딱 하나밖에 없고 그나마 대학 후배 하나 정도밖에 없습니다. 그 원인은 저도 그런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천광역시 출신자라서 그럴 뿐이라는 상황이기도 하니까요. 오죽하면 제 미래 소원이 KBO 10개 구단 장애인 팬들이 자기 팀과 야구 동향을 이야기하는 토크쇼를 해보거나, 적어도 KBO 10개 구단 발달장애인 팬들이라도 다 같이 한 번에 모여보자고 제안을 하고 싶을 심정입니다. 저는 심지어 야구에 있어서는 세이프/아웃 등 간단한 판정 정도는 직접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반대로 저는 축구 경기를 보라고 한 뒤에도 전혀 축구 경기에서 무슨 전술을 쓰고 어떤 전략이 나왔는지를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월드컵 축구를 보더라도, 해설위원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경기를 이해하는 분량은 솔직히 평가하면 겨우 20% 수준입니다. 그나마 그 20%도 많이 친 점수이고 무슨 기술인지 설명을 해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제가 아는 다른 자폐인은 그 유명한 카잔의 기적을 현장에서 직접 봤던 이야기를 계속 자랑하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이야기는 더 이어져서 지난 2022 카타르 FIFA 월드컵 때도 가나전과 포르투갈전을 직접 봤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자폐인은 아마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때도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볼 것 같습니다. 


스포츠만 좋아하는 것이 전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특정 유튜버를 좋아하는지 여부까지도 달라서, 재한 러시아인 유튜버 크리스티나 옵친니코바 (흔히 ‘소련여자’로 알려진 그 크리스)에 대해서 저는 그녀 특유의 유머를 대단히 좋아하는데 반면, 제가 아는 다른 자폐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다른 자폐인에게 크리스티나 특유의 ‘나다’ 어법으로 인사를 일부러 했는데 그 자폐인이 그게 뭐냐고 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자폐에 대한 방향성 문제까지도 서로 다른 방향이라서, 아마 자폐인 그룹끼리 자폐인의 활동 방향에 대해 토론을 붙이면 그야말로 답이 없는 토론회가 되어 중구난방이 되는 토론회가 될 전망입니다. 아마 끝장토론을 붙여도 답이 나오지 않을 문제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있는 자폐인 그룹 estas를 지켜본 어느 교수는 “그들은 계속 토론하던 사람들이었어요!”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쉽게 말해서 자폐인을 여럿 세워놓고 좋아하는 것을 물어본다면, 모두가 다른 답을 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입니다. 예상과 다르게 실제로는 다양한 좋아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책을 샀는데 장르는 다 다르다?


세상의 자폐인들이 똑같이 하나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엔, 저는 그야말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저는 특유의 네이버 Keep에 저장해 놓은 각종 뉴스 등의 데이터 도서관 같은 것이 있는데, 고등학생 시절부터 쌓여온 것이 지금은 2만 5천 건 이상의 방대한 ‘전자도서관’이 되었습니다. 그 분야는 매우 거대해서 여의도나 용산을 중심으로 한 정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제가 전공했던 사진계에서 요즘 나오는 이야기들이나 작가들에 대한 정보, 심지어 가짜뉴스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벌어진 황당한 사건까지 다방면으로 모아놓은 것입니다.


특유의 하나에 집중된 것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자신이 보기에는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제가 겪는 일에는 집중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제가 그냥 ‘그렇다고 카더라’ 성이라도 잡아내는 것들도 가끔은 있으니 말입니다. 심지어 몇몇 이슈나 관심사는 특정 관심사, 특히 정가의 동향이 매우 시끄러워서 자칫 ‘주화입마’가 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시선 돌리기’를 하라면서 정신과 의사조차 “시선 돌리기를 위한 관심사를 가져야 한다”라고 진단했을 정도입니다. 이런 시선 돌리기를 위한 가장 만만한 관심사나 이슈는 제게는 역시나 야구이긴 하지만요.


심지어 좋아하는 것이 비슷해 보여도 자세한 스타일을 찾아보면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게임 분야를 좋아한다고 해도 관심 있는 장르나 스타일이 달라서 이것에서 서로 차이를 보이는데, 저는 주로 시뮬레이션 게임, 특히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경영 시뮬레이션을 선호하는데 반면, 어떤 자폐인은 리듬 게임을 선호하고, 어떤 자폐인은 포켓몬만 찾아다니고, 어떤 이들은 롤플레잉 게임을 선호합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오래 두고 판단하는 게임에서는 실력이 있지만, FPS 게임처럼 즉시 반응해야 하는 부류의 게임에서는 비자폐인들과 같이 게임을 한다고 해도 매일같이 패배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요즘의 e-Sports와 상당히 멀어진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게임 스타일이 오래 두고 판단한 다음에 결정하는 게임을 선호하는 저와 달리 신속한 진행을 중시하는 요즘의 e-Sports와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관심사라고 해도 그 속을 알아보면 대단한 차이를 보이는 편입니다. 비자폐인들은 꼭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맨날 집착이라고 부르는 등의 비난을 하고 있는데, 우리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비자폐인들이 하는 그런 집중된 관심을 우리 자폐인에게는 맨날 집착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식 발상이라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왜 집착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기들이 가지는 관심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자폐인 차별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자폐인이 관심사가 생겨서 가지게 되는 지식은 그야말로 나중에 사소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우영우의 고래에 대한 관심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또 다른 알레고리로 사용되듯이, 자폐인의 관심사에서 생겨난 자신의 지식은 다른 곳에서 의외로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자폐인들이 가진 지식이 잡다하더라도 결국 그것이 나중에는 또 다른 자원이 될 것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사소하게 모으는 기사 스크랩도 나중에 알고 보면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된 순간을 적은 기사였던 것으로 밝혀진 적도 있어서 최근 역사적인 순간이 된 기사를 따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관심사는 또 다른 관점에서는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심사를 계기로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경우도 간혹 존재합니다. 저도 솔직히 그랬는데, 예전에 KBS 2TV <미녀들의 수다>를 엄청 챙겨보고 심지어 출연 패널들하고도 이어질 정도 수준의 팬이었는데, 지금 제게는 이때의 자산이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매력적인 존재들이었으니 2014년에서야 단념했지만 출연진들과 사랑에 빠져보고 싶다는 헛된 욕망이었지만 그런 것을 챙기던 와중에 결국 이뤄진 것이 결국 자폐인이던 제가 결국 세상 속으로 완전히 나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X로 이름이 바뀐 트위터를 다루기 시작했고, 대학시절 등의 영향을 받아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인생 최초의 술친구인 따루 살미넨 때문에 또 막걸리도 배웠을 정도입니다. 지금도 좋아하는 술은 막걸리일 정도입니다. 심지어 예전에 있었던 악연도 나름 어설프지만 진정시킬 수 있게 된 계기까지 되었을 정도입니다. 사실 예전에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 중 하나와 악연이 하나 있었는데, 완벽한 마침표만 안 찍었을 뿐 그나마 나름 진정이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자폐인들에게 관심사를 물어보느라 결국 제가 있는 자폐인 그룹인 estas에 관심사를 물어봐도 결국 다른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것입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심사가 표현되고 있습니다. 가끔은 전문가급 지식이 나오게 될 정도이기도 한 이런 세상에서, 내가 가진 관심사가 곧 범죄는 전혀 아닙니다. 자폐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슨 집착이고 위험하다는 것입니까? 자폐인의 관심사는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건, 그래서 좋아하는 것은 그야말로 달라요!



[작가 이야기] 이제부터 9챕터에 걸쳐 Act 2가 시작됩니다! Act 2에서는 독자 여러분이 대단히 오해하는 자폐인들의 실제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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