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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용 알비스 Jul 24. 2024

자폐:똑같이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면서 짚는 그런 문제들

파란만장 자폐인 - 26 : 간단히 보는 자폐인들의 현실과 과제

2024. 3. 7 친구와 순댓국 먹다가 친구가 찍어준... (접니다!)

자폐인들에게 있어서 현실적인 문제들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자폐인들은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러한 것이 자폐인들에게 필요할 것입니다.


어른이 되기 이전의 자폐인들은 먼저 진단을 제때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일 것입니다. 요즘 자폐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의학계가 제일 관심 있어하는 것이 바로 조기발견 문제입니다. 이 지점에서는 당사자 진영도 별 말이 없는 사안입니다. 당사자 진영이 관심 있어 하는 그 관련 문제는 치료를 빙자한 무리한 개입과 자폐 특성의 말살 반대 이러한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특히 국가적 자폐 공인에 해당하는 한국 법률상 자폐성 장애 인정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비판도 지적되고 있는 지점 중 하나입니다. 특히 지능을 너무 많이 강조하는 것이 문제점입니다.


부모들은 특히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고, 한국의 경우 특히 행동 문제와 언어로 표현하는 문제에 유난히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특히 한국은 강력한 윤리 체계와 행동 규범 문화가 있고, 자율적인 인간이 아닌 지시를 이행하는 인간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서 한국에서는 아직 ABA 반대 투쟁이 벌어지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ABA가 요구하는 인간관이 조용하고, 점잖고 이런 문화가 ABA가 요구하는 인간관인데 결국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요구 시 되는 인간관과 닮았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하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학업 수준에 대해서는 간격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학업 수준의 이행 문제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경도로 갈수록 일반 학업과의 통합이 가능하고, 중증도로 높아질수록 ‘적어도 사람 구실만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수준의 교육 욕구 차이가 대단히 많이 벌어져있습니다.


이 시기에 부모들이 유난히 관심 있어 하는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자폐인에 대한 위치추적기 문제입니다. 자폐인들이 어디 있는지를 알고 싶다는 명분으로 위치 추적을 시도하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UN CRPD는 estas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불법’이라는 판단을 이미 내린 상태입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이런 위치추적기 이슈가 발생하면 거의 ‘사회생활 불가’ 일 것입니다. 행동반경이 매우 넓어서 부모가 설정한 ‘안전지대’ 이론을 적용하면 저는 어떠한 활동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 행동반경은 이제 장거리 통근이 일상적인 광역권 수준까지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인 전환기로 진입하게 된다면 자폐인들의 현실적 과제는 그야말로 ‘운명적인 순간’에 가까울 것입니다. 자폐인 삶의 질 수준이 이 시기에 결판나는데, 여기서 대학에 진입하는 정도라면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자립생활은 일단 가능하며 이제 그런 부류는 고급 직업 교육과 본격적인 완전한 독립을 향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일자리’ 정도에 진입하는 정도라면 돌봄 부담만 해소되었을 뿐, 자립 생활 등에서는 약간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부분 그룹홈 같은 일종의 기숙사 같은 장소가 필요할 것이며, 일상생활 훈련은 중고급 훈련 정도만 거치면 될 것입니다. 그 이하의 경우는 바로 언론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발달장애 자녀 양육 부담’ 그런 것을 떠올리면 됩니다. 그야말로 돌봄 욕구가 가장 강력한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 관련 실태라고 알려진 것 중 상당수가 이쪽에 집중된 것이어서 그렇습니다. 


경도 수준의 자폐인들은 바로 이런 것에서 불만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폐 관련 정책 상당수가 바로 중증 이상 발달장애 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자신들을 소외시키고, 결국 존재를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점점 이런 계급의 불만 사례가 점점 들려오고 있는데, 아직 한국의 자폐 정책은 ‘최중증 대책’만 가득하고 경도 자폐인 지원 정책은 부족하다는 것이 경도 자폐 당사자들의 비판입니다.


성인기에 진입해도 쉽지 않은 삶의 과제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먼저 대학에 진입하는 자폐인들은 한국 기준으로 전체 10% 수준이고 결국 졸업에까지 골인하는 비율은 더 낮습니다. 그나마 과거에 ‘아스퍼거 증후군’이라 불렸던 집단들은 이미 대학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고, 해외의 자폐인들 중 대학 진입 등에 성공했다는 부류는 대부분 이런 케이스들입니다. 최근에 중증 자폐라고 알려진 당사자가 대학에 잘 적응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이것은 극히 예외적으로, 일반 학문이 아닌 예체능 계열이어서 가능했었습니다.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로 서구권은 벌써부터 대기업이나 IT 등 고부가가치 직업에 종사하는 자폐인들이 늘어났고,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경우에는 자폐인들은 다들 IT 분야에서 일한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이지만, 한국은 아직 저부가가치-단순직 위주의 일자리에 종사하는 자폐인 비율이 더 높고 직업 훈련도 이런 분야에 너무 많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개인적 평가이지만, 사무실의 사무보조 업무 중 상당수는 자폐인들도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2024년 7월 기준 제 본체가 하는 일이 바로 이런 일이 기도 합니다. 또한, 문화예술 분야 관련 일자리 등의 이슈가 최근 한국에서 주목받는 자폐인 활동 분야이지만, 진입과 활동 등에 있어서는 아직 개선해야 할 지점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자폐인의 예술대학 진입을 통한 전문 예술인으로의 발돋움이 현실적인 어려운 지점입니다.


독립생활도 여전히 과제입니다. 독립생활을 이루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점들이 있는데, 특히 주거지 마련과 생활 기술의 확보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또한 독자적인 생활 설루션이 나올 수 있게 하는 체계는 더 부족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평생교육을 넘어서 문화예술 향유권도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정도로 사회문화적 욕구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자폐에 대한 문제는 의외의 지점이 변수라 하겠는데 바로 자폐를 둘러싼 인식 문제가 새로운 충돌 지점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의 자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 이슈, 특히 짐이 되는 자폐 등의 문제 등 ‘발달장애 클리셰’에 갇힌 문제가 많았었는데, 개인적으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창작물에서의 ‘발달장애 클리셰’를 완전히 깨버린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수준일 정도로 한국에서 자폐를 둘러싼 인식은 변화가 너무 없었고 부정적 이슈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우영우 이후에야 자폐에 관한 논의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사이에 조용하게 성장한 estas 등 자폐인 당사자 집단들이 점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고 서구권의 자폐 인권 운동 사조 등과의 결합 등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자폐 전쟁이 벌어질 것임을 알리는 징조일 것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자폐인 하면 아직도 부모의 희생 이런 것을 너무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무엇보다도 당사자의 노력과 사회적 지원과 배경 등이 자폐인의 성공을 이끄는 요인이라지만, 아직 한국은 자폐인의 성공 뒤에는 꼭 부모의 희생·헌신 이런 것이 언급되지 않으면 이상한 것처럼 오해받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경다양성 등의 이념은 그러한 관점의 전환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겠지만, 이 사안은 당사자 집단에서도 논쟁이 있을 정도로 복잡한, 자폐인 내부의 전쟁이 될 수 있는 사안일 것입니다. 


자폐인 내부에서는 각자의 자신감이나 역량 부족이나 사회적 현실 등의 문제로 세상으로의 전진을 두려워하는 일이 있는데, 이러한 사회를 향한 전진을 자극할 수 있는 동기 부여와 역량 강화, 사회적 지원 등이 과제가 될 것입니다. 또한 자폐인 당사자들이 ‘행성을 건너는 여행’을 각오하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다른 당사자 집단 등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미 한국에서는 estas 등의 조직을 통해 자폐인 세계의 조직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반 대중들이 자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단 필요한 것을 꼽자면 무엇보다도 적절한 관심과 지원일 것입니다. 자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은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적절하고 충분하게 있는 상태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자폐인들은 그런 것을 잘 챙기기 어렵지만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가 의외로 필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또한 자폐인의 스펙트럼성을 존중하고, 자폐인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지원 사항은 없거나 있어도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자폐 관련으로 지원하는 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오류가 바로 자폐인의 스펙트럼성을 무시하는 태도인데, 자폐인은 다품종 소량생산도 아닌 거의 맞춤형 생산에 가까운 방식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짜야할 특성도 있습니다. 학교로 치면 대학생 수강신청 결과 같은 방식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비자폐인들이 자폐인을 지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지점이 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자폐인의 현실과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만 이 책이 아니라 논문 하나를 넘어 학회지를 만들어도 좋을 수준으로 매우 거대한 사안입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사실은 자폐인은 매우 다르기 때문에, 저는 ‘똑같이 다르다’라고 이야기하는 그런 것이 자폐인에게 가장 필요한 과제를 해결할 열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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