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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용 알비스 Jul 18. 2024

'발달장애인 신화'를 깰 자폐인들의 대연구시대

파란만장 자폐인 - 25 : 자폐인의 (신) 자폐연구 시대 도래

한국에서는 아직 잘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자폐인 당사자들이 알아서 연구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미 자폐인 연구자들은 자기들의 연구 세력을 구축했고, 이제는 아예 ‘견제’를 하는 수준이 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이런 것이 자폐인들이 직접 만드는 학회지, 즉 저널!


자폐인들은 자신들의 자폐에 얽힌 제반 문제를 이제는 ‘답답해서 내가 친다’는 자세로 자신들에 얽힌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자폐인 당사자들끼리의 학회지도 나와있고, 한국자폐학회라고 한국 내 자폐 전문 학회에서는 이제 자폐인 당사자의 입회를 허가했고 2024년 7월 저도 입회했습니다. 사실 이 입회는 제 역사상 최초의 특정 학회 가입이기도 합니다. 찾아보니 제 주위에도 몇몇 자폐인 당사자가 가입하기도 했다 합니다. 이러한 풍조를 자기들은 ‘신 자폐연구’라고 부른다고 할 정도입니다. 과거의 비당사자 연구에서 벗어나 당사자들이 직접 연구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전에 어느 학술 연구자의 자폐 관련 연구에 참여했다가 뒷이야기를 들었는데, 컴퓨터 공학에 대한 연구였다지만 자폐 관련 연구에 자폐인 당사자들이 연구에 각종 질의사항 등 견제를 엄청 넣는 등 강력하게 연구 결과와 도출 과정의 정당성 등에 대한 강력한 질문이나 대응 등을 경험하는 엄청난 실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정도였습니다. 이 연구자는 영어 학술지에 기고했었기에 그런 경험을 한 것입니다.


한국 자폐 당사자들의 연구는 어떻게 보면 2024년 현재의 상태는 ‘프로토타입’ 단계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가능성이나 논의의 출발점이 이제야 싹트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미 자폐인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진출까지 가능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자폐인의 연구 참여가 점점 더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비자폐인들의 자폐 관련 연구에서 자폐 당사자들의 연구 참여도 함께 증가한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부모 등의 연구가 활발했지만, 최근 들어서 자폐인 당사자가 직접 연구에 참여하거나 최소한 ‘연구대상’에 오르는 일이 있습니다.


저도 이미 ‘연구 대상’에 오른 적도 있고, 실제로 실험에 참여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이 나올 정도의 연구 프로젝트 등에 참여해 본 적도 있었고, 작은 연구프로젝트지만 자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본 적도 있었습니다. 대신 이 연구 결과를 본 자는 평가에서 “연구의 기초적인 틀 등은 괜찮았으나 선행 연구 등에 대한 부분 등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나중에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것은 자폐인들의 연구 활동에 있어서 프로토타입이라는 점에서는 가능성은 보여줬다”라는 평가를 덧붙였습니다.


저 이외에도 자폐인 당사자 연구자 후보생 물망에 오르는 이들은 몇몇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estas에는 그런 케이스들이 꽤 있습니다. 심지어 전통적인 문헌연구나 질적연구, 자문화기술지 이외에도 컴퓨터 계산에 의한 분석 방식을 도입한 한국 자폐인(미등록이기는 하지만)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원본 데이터를 구한 뒤 프로그래밍을 한 뒤에 컴퓨터 계산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놀랄만한 것이, 저도 컴퓨터 계산에 의한 분석 방식을 도입한 것을 보고 놀랐으니 말입니다.


일단 대학에 진출한 자폐인이 늘고 있는 것은 연구의 출발일 것입니다. 연구자 진입의 전제조건인 대학 학부 진입이 점점 활성화되면서, 이러한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갈 길이 먼 이슈 중 하나이긴 하지만요. 한국에서 자폐인이 대학을 졸업할 확률은 10% 이하(한국장애인고용공단 통계 참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자폐인이 연구에 나설 확률은 더 낮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는 벌써 자폐인 당사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학술 저널까지 있는 등 ‘발달장애인 신화’를 깨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발달장애인 신화’는 ‘발달장애인은 지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였고 그에 수반하는 대학 진학은 있을 수 없다는 편이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점점 깨져가거나 벌써 깨진 사례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자폐인이 대학원에 진학한 사례는 아마도 뉴스거리가 될 수준일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자폐인이 박사 학위를 보유한 것은 딱 한 명, 윤은호 박사만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 자폐인 연구자 1호이기도 할 것입니다.


자폐인들의 연구 분야가 전통적인 사회복지·특수교육 등을 벗어나 일반 인문사회과학·과학기술 등으로도 확장해 나가면서 그러한 관점에서의 자폐인 시선의 자폐연구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제는 부모나 비당사자 전문가 시선에서 벗어나 당사자 자체 시선의 자폐연구가 벌어지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거기에 자폐인이지만 자폐 이외의 연구를 하는 사례도 간혹 있습니다. 이미 자폐인 의사와 의대생 모임에 우영우의 진짜 버전인 자폐인 변호사(미국과 일본에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도 나오는 세상인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자폐인의 연구는 이제 점점 공인돼가는 분위기입니다. 제가 만난 자폐 전문 연구자는 영국 국왕으로부터 OBE를 받았습니다. 영국 국왕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이름 뒤에 OBE를 붙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선 이제 사실상 이런 것이 공인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자폐인 교수가 나온 것은 이미 전설적인 사실입니다. 템플 그랜딘이 바로 미국인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헬렌 켈러처럼 장애 관련 신화의 현대적 버전으로 알려진 인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자폐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바로 유전자니 발생 요인이니 하는 의학적 자폐 연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자폐인에 대한 유전자 연구 프로젝트인 ‘Spectrum10k’를 해외에서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자폐인 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대로 프로젝트가 유야무야 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가끔 자폐 관련 연구 결과를 보지만, 아직도 자폐인의 현실적인 지원이나 사회적 과제에 대한 명쾌한 연구를 잘 보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자폐 연구에 대해 언론이 띄워주는 것은 오직 발생요인이니 치료 방법이니 뭐니 하는 소위 ‘의학적 연구’뿐입니다. 


자폐인 의사나 의학자들도 있지만, 그들은 그런 관심에 대한 반발이 꽤 센 편입니다. 이미 국제적인 자폐 관련 성명서인 《Open letter to the Lancet Commission on the future of care and clinical research in autism》에서는 이미 의학적 연구에 대한 규탄이 담긴 상태이고, 한국에서도, 그것도 제가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주로 서구권에서 서명했지만, 한국·일본·콜롬비아에서도 서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자폐 연구의 첫 번째 적은 의학적 연구에만 집중하는 세력들을 견제하는 것입니다. 한국 자폐 관련 연구는 대부분 의학적 문제에 집중한 터라 그렇습니다. 이미 성과라고 공개된 것이 대부분 의학적 연구 위주인 것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다음으로의 적은 연구자 인원 풀이 좁다는 것과 그것을 지탱할 비용이 적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선 그나마 몇몇 연구는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하지만, 정작 자폐인 당사자가 연구를 주도한 것이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폐인의 고용 수준 문제로, 연구를 뒷받침할 자체적인 자금력과 동력 등에는 애로사항이 있는 편입니다. 누가 단순직을 한다는데 연구자를 쓰겠습니까? 영미권은 전문 연구자나 그런 것을 뒷받침할 만한 돈이 있지만, 한국에선 ‘발달장애인 신화’의 영향으로 그런 것이 가능할 수 있어도 신뢰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연구자 인원 풀이 좁은 것도 문제인 것이, 한국에서 자폐인이 연구를 하기에는 그 인원이 그것이 그것일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저도 트레이닝을 좀 받으면 연구자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고 연구보조원 정도는 지금도 가능한 수준이니 말입니다. 한국에서 자폐인이 대학에 졸업할 확률이 10% 이하이니, 연구자 진입은 더 어려울 수준일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대학 입학은 수능시험 제도의 문제로 진입장벽은 더 높아지는 편입니다. 또한 일반 학문 전공자 수도 적고 예체능계 비율이 꽤 있다는 점도 자폐인 연구자 등장의 위기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적은 바로 연구자가 되고 난 뒤 생계문제일 것입니다. 저조차 대학원 진입이 일시 보류된 것도 원인은 바로 ‘생계문제 해결이 되지 않아서’입니다. 대학 강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고, 연구자의 길을 걷는 학문의 상당수는 연구자의 길보다 실제 현장을 중요시하는 분야가 있어도 그런 것을 자페인에게 허용하는 경우는 적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발달장애인 신화는 점점 좋은 의미로 깨져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폐인이 ‘발달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거부된 연구 이런 것도 점점 가능해져 가는 상황입니다. ‘한국 발달장애인 신화’에서 이제 마지막이 될 듯한 깨져야 하는 것은 ‘자폐인의 결혼과 출산’과 ‘자폐인의 선출직·임명직 공직 취임’ 정도만 남았습니다. (이미 한국 밖에서는 이 두 가지도 이뤄진 바가 있습니다,)


자폐인이 이제 자신들의 시선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 자폐인들도 연구에 나설 시점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 자폐인들의 가능성도 점점 열리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할 지원도 당연히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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