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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깨어날 확률, 1% 미만

자는 것만 같은데 왜 일어나질 않아요?

by seon young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급하게 달려간 응급실. 이 시간대에 응급실에 오는 것은 처음이다. 서늘하고 알싸한 바람이 감싸는 공간에 도착하자마자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모...."

"여기야.. 이리로 와..."


응급실 자동문으로 나오는 이모는 반 쯤 넋이 나가있었다. 그 표정을 확인한 내 머릿속도 점점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처음 마주한 응급실에서의 엄마는 잠을 자는듯 스스로 호흡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너무나도 낯선 모습. 자고 있는듯한 엄마를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몇 달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잠에 든 모습이어서인지 핏기가 없이 살이 쪽 빠진 모습에 눈물이 차올랐다.


엄마를 더 가까이에서 살펴 보려는데 엄마가 별안간 이리저리 뒤척이고 팔을 뻗기도 하고 난간을 잡기도, 하품도 하고 다리도 접고, 내 손을 꽉 잡기도 했다. 의식이 없는 상태가 맞는지 여전히 새하얘진 머리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면담을 해야한다며 나를 급하게 불렀다.


"전화로도 말 했지만 피가 너무 많아요. 의식이 돌아올 확률은 거의 없고 1% 정도 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뇌 CT를 보여주시며 전화로도 했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 이어 경과가 좋지 않을 경우 어디까지 치료를 진행할 지 결정해야 한다며 3가지 정도를 설명했다. 도저히 한 번에 기억할 수 없을 정도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의 말이 점점 작아지며 모니터의 엄마 CT 사진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꿈 같기도 하고 내 현실 세계만 잠시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응급실의 공기 안에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정신을 조금 차려 조금 전 보았던, 엄마가 움직임이 많은 상태에 대해 물어보니 그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만한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간호사 선생님이 왼쪽 뇌에서 피가 터진거라 오른쪽 편마비가 온 것 같기도 하다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을 금방 잊기라도 했는지 의식이 설사 돌아온다 해도 한 쪽 마비와 언어적인 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그 때에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잠시 그 때를 떠올려 이모에게 전화를 받았던 순간에서부터 응급실에 들어서던 때, 새벽 4시 응급실의 공기를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숨이 가파르게 차 오르고 마음 주위가 시큰해진다. 이 글을 다 쓰면 그 때를 다시 떠올리지 않을 예정이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 엄마의 핸드폰을 가방에 집어넣으려다 커버를 열어보았다. 커버 안에 적힌 포스트잇 메모에는 브로콜리, 순대국.. 사야할 것 리스트로 보이는 메모가 적혀있었다. 토요일에 만날 때에 반찬을 해서 온다고 했는데… 아마 나에게 해 줄 반찬에 대한 메모였을 거라고 생각하니 잘 참아왔던 눈물이 그제서야 터졌다. 금요일 새벽, 그 날은 몇 달만에 엄마를 만나기로 한 날의 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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