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과실 May 29. 2024

점심시간을 위한 2,000번의 기다림

오후에는 퇴근을, 오전에는 점심시간을

직장인이 되어 첫 번째로 얻게 된 습관은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이다. 촉박한 시간 속 빠른 걸음으로 떠나는 출근길에는 모닝커피와 아침식사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욕구 중 식욕보다 수면욕이 우선인 나는 늘 모닝커피의 손을 들어준다. 매해 건강검진 때마다 모닝커피가 위를 상하게 한다는 경고를 들으면서도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가끔은 정신을 차리고 몸에 좋다는 차나 맹물로 커피를 대신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유독 크게 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무실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꼬르륵 소리는 잦아지고 더 커진다. 소화기관이 움틀거리는 소리를 낼 때마다 빨리 점심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이유가 꼭 밥을 먹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간단한 다과를 제공해 주는 회사도 많고 냄새만 심하지 않으면 집에서 싸 온 것을 사무실 책상에서 먹을 수도 있다. 단순히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서라면 굳이 점심시간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자유롭게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시간이며, 운영시간이 업무시간과 동일한 은행이나 병원을 찾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동료들과 업무 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끄러운 사무실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3번의 이직과 4개의 회사를 거치면서 어느덧 직장인 8년 차가 되었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까지 약 2,000번의 점심시간을 겪었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수 천 번의 점심시간을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으며 더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내게 점심시간은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하루 중 가장 생기 넘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러한 시간들에 대해 쓰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의 맛있고 솔직한 이야기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