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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ma Ward Apr 07. 2020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이 가고 싶다

(하이킹을 했던 콜롬비아 살렌토의 ‘cocora valley’)


4년 전 여행 기록을 들춰보았다. 생일 기념으로 상해 여행을 갔다가 중국에 꽂혔고, 결국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상해로 석사행을 했다. 상해로 가기 전 6주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콰도르 끼토, 콜롬비아 보고타, 살렌토, 까르따헤나, 멕시코 멕시코시티, 레온, 오아하까를 돌고, 미국 엘에이, 시애틀, 캐나다 벤쿠버에서 마치는 짧지만 강렬한 배낭여행을 했었다. 샌프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기업과 학교들을 방문하면서 그 도시의 독특한 스마트함과 생태계에 매료되었었다. 남미에서는 도시마다의 매력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말할 수 없이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되어 하루하루를 꽉 채워 먹고 마시고 돌아다녔다. 다시 북미로 돌아와서 여행을 마쳤을 때, 언젠가는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아메리카 땅을 밟았었던 경험이었다.


그 때 내가 적었던 글들을 보면 지금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저 내가 원했던 것은,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먹고 살만큼 벌어서 여유있게 사는 것. 그것이 왜 한국에서는 그렇게 힘들었을까? 한국을 나올 때, 나의 시작점 자체는 ‘중국에서 제대로 성공하겠어’가 아닌, ‘내가 원하는 밸런스 있는 삶을 살고 싶어.’였던 것 같다. 그래서 경험한 중국은, 중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이었던 나에게 내가 원하는 좋은 일을 잡기에는 장벽이 높았고, ‘삶의 질’을 중요시 여기는 나에게 성에 차지 않았다. (물론 학생 신분으로 돈을 절약하며 살아야했던 당시 상황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싱가포르였고, 석사 교환학생 대상국 중 ‘내가 일을 잡을 수 있는 곳’으로 고르다보니 싱가포르가 1순위였고, 교환학생으로 오게 되었다.


3.5개월이라는 짧은 교환학생 동안의 경험 이후, 싱가포르에서 일을 구하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턴을 하던 회사에서 정규직 오퍼를 받아서 지금 1년 4개월 차 일을 하고 있다. 이제 싱가포르에서 산 지도 2년이 되어간다니, 시간은 참 빠르다.


4년 전에는 언젠가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유럽이 궁금하다. 싱가포르의 물가나 시스템이 미국과 비슷한 면이 많고, 극강의 자본주의 나라에 살면서 이와는 다르게 굴러가는 나라들이 궁금해졌다. 한자리 수의 % 세금을 내고, 의료비가 미국만큼 비싼 곳, 생활비와 교육비가 비싼 싱가포르. 덜 주고 덜 받는 실용주의의 나라에서 살면서 나는 ‘unstable’함을 느낀다. 싱가포르에서 내가 원하는 삶 - 적당히 돈 벌어서 가정을 꾸리고 밸런스 있게 사는 것 - 그것이 참 ‘비싸다’. 내가 원하는 정도의 수준에 이르려면 싱가포르에서는 내가 엄청나게 열심히 일해서 승진을 하고 이직을 해서 수익을 늘리거나 겁나 부자인 남편을 만나야될 것만 같다. 그리고 깨닫는 건 : 그렇게 살기 싫어서 한국을 나온 것이었다.


더 sustainable한 삶을 살고 싶다. 이것은 재정적으로는 수익을 늘리던지, 지출을 줄이던지, 생활비가 덜 드는 생활 형태에서 살아야함을 의미한다. 회사 생활에서 드는 ‘시발 비용’이 점점 커져가면서 나의 지출도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를 다시 줄이려 하고 있다. 참 이상하다. 수입이 없는 학생 시절에는 참 적은 돈으로도 잘 살았다. 그런데 수중에 돈이 주어지면 지출해버리기는 너무도 쉽다. 특히 물가가 높은 싱가포르에서는 ‘하우스 푸어’도 아닌 그냥 ‘푸어’해지기 너무나 쉽다.

(Austria Innsbruck 오스트리아의 인스브루크, 이번 뮌헨에 가면서 인스브루크와 같이 근처 도시들도 돌아보려 한다)


그래서 나는 10일 뒤에 독일에 간다. 독일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행을 하면서 독일이란 사회를 알아보고 싶다. 내가 싱가포르에서 느끼는 ‘결핍’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싶다. 내가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나는 맞는 곳에 있는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인가. 지난 4년의 여정을 결정하는 큰 계기는 모두 여행 그리고 사람이었다. 도시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가보려 한다.


그것의 결과는 ‘역시 싱가포르 만한 곳이 없어’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아무렴 좋다. 나에게 맞는 옵션들을 계속 열어두고 싶다. 여행을 통해서 나 자신에 대해 더 침잠해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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