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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ma Ward Jan 29. 2017

에어비엔비 본사에서 느낀 충격

나는 왜 그런 곳에서 그렇게 일했지

퇴사 이후, 당장 안정적인 월급이 중단된 나는 장기 여행을 떠나기 전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고심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에어비엔비였다. 부모님 집에 얹혀살지만 오빠의 결혼으로 방 한 칸이 빈 상태. 이 방을 에어비엔비로 굴려보기로 결심했다.


에어비엔비 호스트가 되는 건 서울에서 간접적인 세계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런던에서 경영 공부를 하는 모로칸 학생,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 미국 커플, 출장 차 서울을 방문한 베트남 걸들. 이들을 호스트 하며 이들이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에 즐거워했고, 한국의 음식을 대접하며 간략하게나마 한국을 알려주는 것이 즐거웠다.


어느 날, 에어비엔비 관련 리서치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호스트에게 관련 경험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응해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시간도 많은 한량이었기에 오케이 했다.


그리고 마주한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 에어비엔비 본사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한국 지사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호스트로서의 경험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나는 7월에 예정되어있는 샌프란시스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저.. 7월에 샌프란시스코 갈 건데, 혹시 에어비엔비 본사 방문해도 될까요?'

다소 무례한, 당돌한 질문이었는데, 본사에서 일하시는 한국계 미국인 분께서 연락처를 흔쾌히 주셨다. 오실 때쯤 연락 주시라고.


그리고 7월, 나는 샌프란시스코 땅을 디뎠고, 이 감사한 인연을 통해 에어비엔비 본사를 방문하게 된다.

널찍한 중앙 광장이 게스트를 맞이한다. 자유로운 차림새의 직원들이 애완견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신선한 각종 음식과 맥주, 음료들이 가득한 식당에서 테이크아웃을 해 중앙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몇 개의 층을 돌며 직원분께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아, 저분이 ceo에요.'라고 가리키신 곳을 보니 바로 그 '브라이언 체스키'가 아무렇지도 않게 오픈 테이블에 앉아서 일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대기업의 윗분들을 비교적 쉽게 볼 수 있었던 층에서 일했음에도 나는 2년 반 동안 회사 대표의 얼굴을 한번 정도 본 적이 있다. 그 외에는 항상 경호원을 대동해서 프라이빗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는 대표의 동선으로, 실제로 그분을 뵙기는 정말 어려웠다.


에어비엔비의 업종 특성상, 이렇게 오피스 자체를 '쇼잉'에 강하게 꾸며놓은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참 부럽고 멋진 환경이었다.

미국 기업을 무작정 찬양할 생각은 없지만, 너무나도 수직적인 한국 대기업이라는 환경에서 일하던 나에게 에어비엔비의 업무 환경은 컬처쇼크 그 자체였다. 자신의 애완견을 데려오고, 책상에 발을 올려놓고 일하고, 에어비엔비의 CEO조차 오픈 데스크에서 열심히 통화 중이었다.

정말 효율만 나온다면, 다른 무엇이 중요할까. 쓸데없는 눈치, 상명하복, 모든 규율들로 직원을 '옥죄는' 문화에서 일했던 나에게 이것은 정말이지. '이렇게도 일할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한 중요한 경험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유능한 한국인들을 계속 만나면서, 그들은 자신의 확실한 스페셜티를 가졌고, 비록 비전공자일지라도 완전히 깊게 개발 분야를 파고들어서 커리어 전향을 한 케이스도 보고, refer 베이스의 채용 문화, 일단 refer로 추천을 받으면 다음부터는 완전 실력을 평가하는 인터뷰 시스템으로 '실력만 있다면' 오픈된 채용 시스템 이야기도 들었다.

에어비엔비에서 개발자로 일하시는 분이 사무실로 데리고 오신 강아지. 이럴 수가.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와 옆에서 일하다니.


샌프란시스코의 스마트함, 날씨에서 느껴지는 캘리포니아 여유, 사람들의 친절함, 조금만 가면 나오는 바다 뷰, 그리고 곳곳에서 느껴지는 아티스틱함까지. 이 도시의 똑똑한 사람들이 이뤄내는 시너지가 너무 흥미로웠다.


(더 자세한 에어비엔비 샌프란시스코 헤드쿼터의 모습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officelovin.com/2014/04/28/airbnbs-san-francisco-headquar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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