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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Jan 10. 2017

김일성 뱃지

그들만의 리그

요즘 오피스는 여러모로 진통을 앓고 있다.  어떤 비즈니스든지 제일 흔하고 어려운 것은 인력관리이다.  잘 생각해보면 평소 분제가 있다고 생각한 곳이 언제나 꼬리를 물고 결국은 발등을 찍게 되어 있다.  미리 손쓸 수도 있었겠지만, 어쩌면 눈에 보이는 데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가 당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내가 겪는 어려움이 꼭 그런 것이다.


지난주 스테프 3명이 의논이라도 한 듯 같은 날에 사임을 하겠다고 통지를 해왔다. 2주 notice를 주었으니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3명이 한꺼번에 사라지게 되어 오피스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 세명은 일을 시작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대 두 명, 삼십 대 한 명의 직원들이다. 어느 날부터 이 셋이 뭉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한 비경험자들이라 공감대가 많으려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이 확연하게 있었는데... 교회를 너무나 열심히 다니는 직원들이다. 늘 셋이 모이면 재미있게 나누는 이야기인즉슨, 교회 수영회 이야기, 부흥회 이야기, 리더십 트레이닝 이야기... 이런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같이 거들며 대화를 이어나갈 수도 있고, 아예 내가 대장 노릇을 하며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 오피스에서 적지 않은 직원들이 하루 종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그건 이슈가 될 수 있는 문제이다.  


직원들 중에는 개신교, 가톨릭, 무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공존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특별히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직원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세명이 뭉치면서 그 특정 종교가 눈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딱히 눈총을 줄 생각은 없었는데 눈에 거슬리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새 직원들이라 트레이닝 기간이 길어진다고는 생각했지만 적나라하게 이야기 하쟈면, 제일 게으르고, 효율성 바닥이고, 실수 많고, 실력이 늘지를 않는다. 그런 직원들이 입으로는 늘 " Bless you, I love you, He loves you... "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그들을 보는 내 시선은 고와지지 않았고, 그렇게 이 세명은 한꺼번에 resign notice를 건네 온 것이다.  


세 사람 모두 직장을 잡기 위해 힘들어하던 처지였는데 우리가 트레이닝을 다 시켜주며 자리를 마련해 주었었다.  혜택이라면 큰 혜택을 누리는 처지였다. 그렇게 시작한 직장에서 짧게 지내다가 나가면서 Unemployee Compensation (실업수당)도 미리 신청을 해 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나보다 더 황당해했던 우리 매니저가 그 친구들의 그런 부당한 불로소득을 막기 위해  담당 공무원이랑 며칠을 열심히 전화통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진작에 처리를 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차라리 잘 된 일이다..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참 씁쓸하다는 결론만 남는다.  결국은 우리 병원의 매뉴얼에 종교에 대한 항목도 추가했어야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병원 가운에 비둘기 뱃지를 달고 다녔다. 가끔 그 뱃지를 발견한 환자분들이 반가이 인사하시는 적도 있었다. 무서운 치과치료 받으러 왔는데 한결 마음이 가볍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 때 버렸다.  그 뱃지의 의미가 무겁기도 했지만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컸었다.  우리의 마음으로, 또 그로 인한 행동으로 내 신념이 나타나는 것이지, 그렇게 눈에 보이는 싸인으로 표시를 하고 다닌다면 김일성 뱃지와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만의 리그 (Inner Circle)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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