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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블메이커 Dec 28. 2022

하루 3시간만 파는 붕어빵

드디어 먹어본 3시간 붕어빵. 그런데 알고 보니...

서울을 탈출하여 경기도에 둥지를 트고 애정을 가진 지도 1년 남짓. 마을 축제로 시끌벅적했떤 가을도 지나고 조용한 겨울이 왔다. 유독 추워진 겨울 날씨 때문인지 학원가를 제외하고는 아이들을 보기 어려워졌다.


두 달 전, 골목길 붕어빵 포장마차를 발견하다

두 달 전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경, 유독 아이들이 길게 줄 서 있는 포장마차를 발견했다. 나도 붕어빵이 먹고 싶어서 줄을 서볼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학원을 기다리며 붕어빵을 기다리는 포장마차에 어른이 줄을 서는 게 조금 멋쩍어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섰다. 같은 날 오후 5시경. 우연히 다시 그 길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빈 포장마차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 후로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오후 2-3시경에는 분명히 있던 붕어빵 포장마차가 4시가 지나면 장사를 하지 않는 꽁꽁 묶인 포장마차로 바뀌는 것을 알게 되었다. 2시간만 파는 붕어빵인가?



붕어빵은 세 시간만 판다

붕어빵을 판매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시간은 1-4시. 아이의 하원 시간은 5시이므로 이미 붕어빵은 살 수 없는 시간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붕어빵을 팔지 않는다. 우연히 그 시간에 붕어빵 포장마차를 봤다고 하더라도 줄이 길다. 대략 한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추운데도 기다려 붕어빵을 사 먹는 것 같았다.


드디어 만난 세 시간 붕어빵

어느 날 아이가 '엄마, 오늘 나 일찍 데리러 오면 안 돼? 한 세시 반쯤?'이라고 물었다. 확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오후 내내 일하는 동안 아이의 간절한 표정이 떠올라서 일을 빨리 끝내고 3시 40분쯤에 학교로 서둘러 갔다. 아이와 함께 카페를 가서 수다를 떨까, 과자를 사서 집에 가서 놀까 고민하던 중 붕어빵 포장마차를 발견했다. 그것도 붕어빵 대기 줄은 딱 1명! 나는 대기 번호 2번이었다.   



돈을 받지 않는 붕어빵 사장님

앞사람이 붕어빵을 10개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신이나서  ' 드디어 먹어보네. 이 붕어빵!, 엄마 우리 몇 개 살 거야?'라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우리도 한 10개 살까? 동생도 주고 아빠도 주자. 근데 붕어빵이 좀 작다. 한입거리인데? 얼마인지 물어보자'


그런데 앞사람이 붕어빵 값을 계좌로 돈을 이체하겠다고 하자 붕어빵 사장님은 돈을 안 받겠다며 그냥 가라는 것이었다. 두어 번 더 계좌번호를 묻는 사람에게 손사래를 치시더니 얼른 가라고 다그치기까지했다. 그리고 나에게 물으셨다. ' 몇 개 드릴까요?'


두 개만 주세요

오늘이 아니면 못 먹는다는 생각으로 붕어빵 10개를 사려고 했는데 돈을 안 받겠다고 하는 사장님의 말을 듣고는 '2개만 주세요'라고 했다. 아이는 얼굴에 실망한 눈치가 역력했다. 10개를 사도 돈을 안 받는 상황을 바로 앞에서 보았는데 20개를 산다고 돈을 받으실까.


알고모니 사장님의 본캐, 즉 직업은 목사였다. 동네 사람들에게 전도를 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지인들이 붕어빵을 판매하는 건 어떻겠냐고 추천하여 이렇게 매일 잠깐씩 아이들에게 붕어빵을 주고 있다고 했다. 


붕어빵을 파는 목사님


붕어빵 목사님

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따라서 교회의 전도방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추운 날에 돈도 받지 않고 아이들에게 붕어빵을 주고 사라지는 이 따뜻한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목사님은 이 붕어빵을 나누어 주며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까. 어떤 생각을 하실까. 목사님과 붕어빵이 구워지는 동안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사님, 왜 붕어빵을 무료로 주시면서 전도하시는 거예요?'

'기도하라고, 교회 다니라고 말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세상이잖아요. 붕어빵을 나눠주며 아이들에게 엄마들에게 말해요. 천국은 있으니 희망을 가지고 기도하라고'

'이 재료들도 직접 다 사신 거예요?'

'당연하죠. 아침마다 그날 구울 붕어빵 재료만 사요'



결국 목사님은 2개만 달라는 우리에게 4개의 붕어빵을 주셨고, 돈을 받지 않으셨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목사님이 '어떤 교회의 목사이니 어디 교회로 와라'라는 말도 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순수하고 숭고한 마음을 전하는 일

순수하고 숭고한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힘든 요즘 세상이다. 나처럼 머릿속이 복잡한 사람은 감히 이 순수한 붕어빵을 먹을 수가 없어 첫째 아이에게 2개, 둘째 아이에게 2개를 주었다. 나는 한동안 이 생각에 빠져 답을 얻으려고 노력할 것 같다.



' 붕어빵 목사님은 붕어빵을 주고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 나같은 보통 사람은 이런 행위에 목표가 없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거 같은데... 뭘까. 아무래도 목사님을 한번 더 만나 직접 물어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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