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초2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
콩만 했던 아이가 벌써…. 9세.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지나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아이가 그렇게 세 번의 소속집단을 바꿀 동안 나에게는 별다른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아이가 학교 정문을 처음으로 홀로 들어가던 날을 기억한다. 학교 정문을 지나 조심조심 종종 걸음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는 엄마는 나뿐이 아니었다. 아이의 뒷모습을 영상으로 찍는 엄마,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외치는 엄마, 아이의 손을 붙잡고 이런저런 신신당부를 하는 엄마, 여기저기서 파이팅! 사랑해! 할 수 있어! 소리가 들렸다.
초1 엄마 생활은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주위에서 ‘어떡해. 이제 고생 제대로 시작이야….!‘라고 겁 준 것보다초1엄마의 생활은 어렵지 않았다. 아이는 제법 언니가 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했고, 2학기 때부터는 혼자 등원을 하면 안 되겠냐고 재차 물었다. 아이는 홀로서기를 즐기고 있었다. 입학 후 한 달 정도만 바짝 정신 차리면 아이와 엄마 모두가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과연 얘가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공중화장실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친구하고 싸우면 자기 의견을 잘 말할 수 있을까...' 등등 학교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상상하며 나 혼자 걱정을 무수히도 만들어냈다.
초등학교 1학년을 무사히 마친 아이를 바라보며 대견한 마음이 컸다. 다행히 아이는 선생님의 말씀도 잘 따랐고, 친구들도 여럿 생겼다.
초2,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 초2병
초1은 외부 환경의 변화의 적응이 중요했다면 초2는 세상에 뛰어들고 싶은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몫이었다.
이제 아이는 건널목을 혼자 지날 줄 알고, 학교에서 나와 학원차를 찾아 탑승한다. 친구들과 정해진 시간에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고 몇몇 비밀 수첩인지 뭔지 하는 걸 만들어 비밀 상자에 넣어둔다.
세상살이에 고민이 많아진 초2
아이는 가끔 나에게 고민상담을 한다. 이것 또한 얼마 가지 않을 것 같아서 진지하게 들어주고 있다.
초2 여자아이의 고민은 이러하다.
* A 친구와 친해지고 싶은데 나랑 놀아주지 않아.
* B 오빠가 짓궂게 구는데 뭐라고 해야 해?
* C 친구랑 싸웠어. 어떻게 해야 해?
* 맘에 드는 옷이 없어. 긴 양말이 필요해.
* 춤을 잘 추고 싶어.
아이의 질문에 따라 내 마음이 울컥하기도 출렁하기도 하다. 어쩌면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이 나의 세상보다 더 속상한 일이 많지 않을까.
아이가 요즘 친구들에게 들은 말이라 했다. 엄마 마음은 매우 속상하다. 아이가 상처를 이겨내며 척박한 인간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개입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돌덩어리고 짓누르고 있는 중이다.
‘ 그 친구 누구야!! 이름 대! 몇 반이야?! 집 어디야?! 그럴 때는 너도 입냄새 장난 아니거든?! 너 코딱지나 체크하시지!!! 너도 꼬집어야지 가만히 있었어?!?!‘ 공격적인 말들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끝까지 참아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초2와의 대화뿐.
그저 아이의 마음을 달래고 다양한 방법을 알려줄 뿐이다.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종종 눈물이 맺혀있다.
오늘 아침에도 핸드폰과 물통을 두고 간 아이에게 화를 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겠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그랬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그저 너의 홀로서기 속에 상처가 없었으면 하는...눈물짓는 날들이 적기를 바라는 불안한 엄마의 모습일 뿐.
초2병은 엄마의 병인가봐.
파이팅! 할 수 있어!는 나 자신!!
초2엄마야. 참아 그저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