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손녀의 엄마가 아니야. 할머니야.
생 엄마도 85년생인 나도 엄마. 아이를 키운, 키우고 있는 똑같은 엄마인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우는 관점은 예전과 지금이 왜 다른걸까?
친정엄마 찬스
친정엄아에게 육아 지원을 받으면서 엄마와 육아방식으로 자주 싸운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나는 친정엄마의 도움을 최대한 늦춰 받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엄마찬스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법. 일을 하기 위해 아이들을 엄마에게 부탁할 때가 생긴다. 엄마와 나 사이에는 그다지 큰 트러블이 없는 듯 보였다. 며칠전 엄마가 우리 집에 와서 이런 말을 했다.
"내 친구가 딸 집에 손녀보러 갔다가 딸이랑 엄청 싸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딸집에 가서는 조심해야해. 잘못하면 상처받고 돌아온다고 조언해줬어. 애 봐주고 욕 먹는다고..."
겉으로는 "그래? 응." 했지만 나는 속으로 당황했다. 도대체 내가 엄마에게 무슨 상처를 주었지? 애 봐주고 욕 먹는다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참아왔던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
믿고쓰는 육아템. 젖병소독기를 샀다. 더이상 젖병을 끓일 필요없어 엄마! 하지만 엄마는 굳이 고집스럽게 젖병을 끓인다...내가 쓰는 젖병은 끓는 물에 삶으면 꼭지 구멍이 닫힌다. 하지만 엄마의 젖병 소독에 대한 고집은 변하지 않는다.
엄마가 젖먹이 둘째를 맡아주는 날이면 팔팔 끓는 물에 몸을 푼 젖병들이 건조기에 올려져 있다. 엄마에게 2~3번 거듭 이 악물고 이야기했다.. "내가 쓰는 젖병은 끓는 물에 소독하면 안돼..엄마..."
끓는 물에 젖병을 꼭 소독을 시켜야 한다는 고집. 현대 과학 기술을 신뢰하지 않는 저 고집. 젖병이 무슨 옛날 천기저귀냐고.......
친정엄마 집에 갈 때면 엄마는 둘째 이유식을 만든다. 엄마는 꼭 마늘 한 톨을 이유식에 넣어 끓인다.
너도 꼭 마늘 넣어 끓여 응?
응. 그래. 알겠어.
엄마가 그렇게 날 키웠으니까....이해는 한다. 하지만 솔직히 겁이 났다. 어떤 육아책이나 인터넷 자료에서도 7개월까지 이유식에 마늘 한 톨을 넣으면 면역력에 좋다는 사실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하지만 엄마는 아이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마늘 한톨을 넣어 이유식을 만들었다. 어느 날은 아이가 마늘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목과 얼굴이 빨갛게 올라왔다. 아오. 올게 왔구나...
아.....화가 났지만 일단 참았다. 엄마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엄마, 이유식에 뭐 넣었어?"
"마늘,,조금"
"얼만큼? "
"한 세톨?"
"으앙...조금만 넣지 왜 그랬어"
다행히 아이의 열기운은 몇 시간이 지나자 가라앉았다. 아마도 마늘로 인해 일시적으로 몸에 열이 오른 모양이었다. 엄마가 나를 키운 시대에는 맘카페도, 육아책도 없었다. 지금은 아이가 조금만 아프거나 이상해도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엄마 시대에는 어른들에게 물어물어 알게된 방법으로 아이를 키웠다.
이유식 또한 그저 죽을 먹였다가 밥을 먹이는 게 이유식의 과정이었다는 걸 . 또한 이유식을 만드는 건 엄마들한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왜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했다. 가끔 외출을 할 때마다 마트에서 산 시판이유식을 먹이게 된다. 그런 나를 보는 옆자리 할머니들이 이런 말을 한다.
"요즘 엄마들은 정말 편해. 이유식이 잘 나오니 사서 먹여도 되고. 애들이 뭘 알아. 돌 전부터 바깥음식에 길들여 지는 게 안 됐지 .."
도대체 애들이 왜 안 됐다는 말인지......요즘 엄마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유식을 산다.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것이 모성이라고 생각하는 이 세대차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첫째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친정 엄마의 냉장고에는 500원짜리 아이스크림부터 3000원짜리 아이스크림까지 손녀를 위해 다양하게 구비. 아이에게 삼시세끼를 아이스크림으로 먹이려는 계획인 것처럼 냉동고 한 쪽을 아이스크림으로 채워놓는다.
하루에 1개씩 먹던 아이스크림을 요새는 이틀에 1개씩 먹는 것으로 줄이려고 노력 중인데 엄마는 내가 없으연 아이에게 아이스크림 하루에 3개를 먹여버린다..이 사실을 알게된 남편과 나는 멘붕이 온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도 마찬가지. 초대형 노래방 사이즈...대용량 과자를 준비해서 아이에게 큰 기쁨을 선사한다.
나에게는 엄격했던 그 엄마는 어디갔을까...
나의 육아 정보의 출처는 육아책과 맘카페. 하지 말야야 할 것도 꼭 해야할 것들도 넘쳐난다. 그러니 당연히 되는 대로. 할머니에게 봐왔던 대로, 조금은 대담하게 아이를 돌보는 친정엄마의 육아법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58년생 엄마의 육아도 내가 상상할수 없는 또다른 엄청난 지옥이었을 것같다.
천기저귀를 매번 빨아 사용했고 물티슈가 없었으니 가재수건을 사용한 위대한 모성. 오 마이 갓...
할머니는 유모차도 없던 시절 어떻게 8남매를 키웠을까. 엄마는 어떻게 새벽장사를 하면서 두 남매를 키웠을까. 그저 엄마니까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여기며 참고 했을까? 모성이라는 시대적인 압력에 숨막히진 않았을까.
오늘도 엄마는 나를 키웠던 그 방식대로 아이들을 돌봐준다. 두 손에는 아이스크림과 사탕이 들려있다.
또다시 작은 전쟁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