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도는 끝나지 않는다.

엄마의 기도가 내 심장으로 들어온 날

by 트래블메이커
성철스님은 살아계실 때 자기를 만나려면 3000배를 하라고 했다고 한다. 불심이 강했던 엄마는 처녀 적에 성철스님을 만나기 위해 3000배를 했다.


지금도 엄마의 기도는 멈추는 일이 없다. 절에 갈 수 없는 날에도 집에서도 기도문을 마음속으로 되뇌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절에 가면 108배는 기본이고, 108 염주를 무릎을 꿇고 불경 책을 읽었다. 그리고 다시 기도를 하셨다. 기도의 생활화였다. 기도의 대상과 기도의 목적은 오직 가족.


아빠, 그리고 나와 동생.


결혼 전 아빠는 엄마의 마음을 얻기 위해 종교를 바꾸었다. 엄마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진정으로 불교에 입문했다고 한다. 마음을 얻기 위해 종교를 바꾸었다라..... 종교란 가치관. 삶을 지탱해주는 그런 정신적인 지지대.. 가 되어주는가 보다.


엄마는 왜 그렇게 기도를 멈추지 않았을까.

내 딸도 어릴 때 나처럼 절에 놀러다닌다.


학생 시절


내가 다섯 살쯤 되었을 무렵, 엄마를 따라 절에 가는 일이 즐거웠다. 일요일 새벽마다 몽롱한 정신으로 차에 올라탔지만, 부모님과 나들이 가는 정도로 좋았던 것 같다. 새벽 공기에 가득 찬 절간도, 차갑고 미끌미끌한 절 바닥의 느낌도, 바닥에 까는 회색 방석의 푹신한 느낌도 좋았다. 향 내음도 좋았다. 무엇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먹던 절밥이 짜고 맛있었다.


나는 왜 절을 하는지 모른 채 그냥 엄마를 따라 108배를 했었다.


우리 가족은 매주 일요일 아침 새벽 5시쯤 일어나 차로 한 시간 가량을 달려 북한산의 한 절로 향했다. 그리고 돌부처님 앞에서 엄마를 따라 108배를 했다. 쉽지 않았다. 왜 내가 절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고행의 끝에 먹는 절밥이 그렇게 맛있었다. 유독 짰던 절 김치와 미역 줄거리. 텁텁한 된장국에 찐 밥. 그리고 디저트로 내어주던 떡. 절밥이 맛있어서 일요일이 좋았었는지도 모르겠다. 남기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우걱우걱 먹어서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마음속으로 불교를 거부했다. 엄마에게 반항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고 엄마와 딸의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불교에 대한 묘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엄마에 대한 반항심의 표출이었다. 엄마가 외우도록 시킨 불경 책자를 엄마 몰래 찢었다. 집 근처에 대형교회가 생기자 교회 안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목사님은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다.


첫 수능의 실패


내가 고3 첫 수능을 실패하자, 엄마의 기도는 더욱 불이 붙었다. 처음에는 아빠도 같이 엄마와 함께 기도했지만 내가 한번 입시에 실패하자 본인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은 부처님을 원망한 나머지 절과 기도를 잠시(?) 끊었다.


엄마의 기도와는 반대로 나의 엄마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절정이었다. 부모님의 사업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들을 기도로만 해결하려는 것 같은 엄마가 미련해 보이고 답답했다. 싫었다. 재수학원에 다니며 나는 굳게 결심했었다. ‘ 대학에 들어가 내 마음대로 살 거야’ 나는 친구를 거의 사귀지 않않았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을 수 없었다. 마음이 힘들었다.


입시를 50일 정도 남긴 가을날. 이 날은 몸도 아파 결국 학원 조퇴를 신청했다. 부모님께는 따로 연락하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몸이 아프니 만사가 짜증이 났고 결국 패배감과 좌절감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졌다. 집 이외에 갈 곳은 없었다. 그렇게 집에 도착했다.


엄마의 기도가 내 심장으로 들어온 날


엄마가 내 방문 앞에서 108배를 하고 있었다.


내 방문 앞에 방석을 깔고 백팔염주를 손에 두르고 땀을 흘리며 절을 하고 있던 엄마. 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몸이 뜨거워지며 눈까지 열이 올랐다. 눈물이 터지려는 걸 막았다.


"엄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더운데..?"

" 너 왜 지금 와. 무슨 일 있어?"

"좀 아파. 쉬게.. 좀 잘게."


난 방문을 닫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소리 없이 엉엉 울었다. 엄마는 도대체 왜 내가 없는 방을 향해 왜 절을 하고 있었을까. '도대체 엄마는 왜 저래.. 절한다고 내가 머리가 똑똑해지는 것도 아니고 진짜 짜증나....' 엄마의 기도가 내 심장으로 전해졌다는 게 왠지 받아들이기 싫었던 그날. 그날은 그렇게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던 거로 기억한다.


오직 기도뿐..


엄마는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엄만 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바뀔 수도 없고 날 도와줄 수도 없었다. 오직 기도뿐이었다.


난 기독교 재단에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그곳에서 불교동아리에 내 발로 들어갔다. 학교에서는 필수적으로 성경도 읽어야 했다. 동아리에서는 불교 공부를 했다. 방학이 시작되면 한 달 정도 큰 절에서 스님들과 함께 기도하며 지내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대학에 들어가 종교를 조금은 깊이있게 공부하며 방황했던 내 정신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일, 그리고 인생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집에서 기도하는 엄마와 나.


엄마가 물려준 것. 기도하는 마음.

엄마는 왜 그렇게 기도했을까. 기도가 없이는 살아가기가 힘들었을까. 왜 그렇게 매 순간이 그렇게 간절했을까.. 두 아이를 낳고 사는 나를 보며 엄마는 이제 무슨 주제로 기도할까.


아이를 낳고 길러보니 조금은 엄마의 마음을 알겠다.

할 수 있는 것이 기도 뿐인 순간들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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