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어대디 Jun 07. 2019

#39 내가 아이와 단둘이 여행하게 된 이유!

육아 여행의 시작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투어대디입니다.

오늘은 제가 왜 아들과 단 둘만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첫 여행에 대한 느낌과 과정에 대해 어떠했는지 그 기억에 대해 써내려 가보려 합니다.

아들과 첫 여행을 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그동안 아이들과 여행하며 초보 아빠가 지금의 약간은 노련한(?) 아빠로 변해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좀더 성숙한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13살 아들과 9살 아들, 아들 둘의 아빠입니다.

현재 IT업계에서 일하는 17년 차 직장인이기도 합니다.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자녀의 육아와 교육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아니, 솔직히 관심도 없었던 무지했던 남자가 아빠가 되어 아들과 단둘이 여행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해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저와 같은 아빠들이 계시다면 이 글을 통해 아들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면서 아이들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첫째가 7살. 그러니까 6년 전에 단 둘만의 첫 해외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 대형 여행사 중 한 곳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2박 3일 홍콩 여행상품이 나왔는데, 1일간의 자유여행이 포함되어 있어서 고민도 하지 않고 결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아내에게 함께 가자고 할 수 없었던 이유가 둘째의 육아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첫째만 데리고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 주어서 우리들의 첫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의 해외여행이었던 저는 여행 준비에 만전을 기했고, 아들 역시 비행기를 탄다는 사실만으로 너무나 기뻐하며 며칠간 엄마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했습니다.

인천공항을 떠나 3시간여의 비행을 마치고 첵랍콕 공항에 도착했을 때 습기를 한껏 머금은 더운 공기가 우리를 맞이 했습니다.

저는 아들의 첫 해외여행을 기념하고 증거(?)를 남겨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을 공항 한 복판에 세워놓고 인증사진부터 찍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행기 안에서 힘들어했던 아들을 배려하지 못한 너무 이기적인 행동이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우리는 공항에서 현지의 가이드를 만나 버스에 탑승한 후 첫 방문지인 홍콩 섬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할리우드 로드, 소호로 향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마천루는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답게 항구와 바다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아들 역시 처음 보는 풍경에 지루해 할 틈이 없이 넋을 잃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타이청베이커리


소호지역에 도착하여 여러 곳을 둘러보다가 홍콩에서 정말 유명하다는 에그타르트 맛집인 타이청 베이커리에서 가이드가 에그타르트를 구입해서 다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입맛에 안 맞았는지 몇 번 먹다가 뱉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빠 입장에서는 무엇이든 잘 먹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내생각과 같지 않아 고민이 되더군요.

그 때 알아채야 했습니다. 큰 아들과 저의 입맛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이 때 이후로 본격적으로 큰 아들와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때마다 먹는 것 때문에 부딪히기 일쑤였습니다.


소호거리에서 아들과 한 컷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 세찬 소나기가 엄청나게 퍼부어서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얼핏 홍콩에서는 소나기가 금세 지나간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쉽게 그치지 않아 당황했습니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중 어떤 홍콩 현지인이 밖에서 편의점 안의 나와 아들을 보더니 들어와서 빨리 가자고 손짓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홍콩 현지인 가이드였는데, 우리가 약속된 시간에 버스에 나타나지 않자 직접 찾아 나선 것이었습니다. 버스에 탑승하니 우리 부자가 도착하지 않아 모두들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말 미안한 감정이 들더군요. 사람들의 눈총을 느끼며 자리로 돌아가 다음 일정을 소화하게 되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러 현지 레스토랑에 갔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한 팀이 되어서 원형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아들이 식사자리에서 음식을 몇 번 집어먹어 보더니 이내 젖가락을 내려놓는 것이었습니다. 왜? 입맛에 안 맞니? 라고 물었더니 다시 젓가락을 집어들더니 먹어 보이고는 맛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중화권 특유의 향 때문인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해외에 나가면 현지 음식을 경험해야 한다는 주의라 별도의 음식은 전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난감했습니다. 그때부터 아들은 늦은 저녁시간까지 별다른 음식을 못먹고 굶게 되었습니다. 아빠로서 정말 미안하더군요.


다음 일정으로 피크트램을 타고빅토리아 피크로 향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인위적인 도시 느낌 사이에 펼쳐진 빌딩 숲과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첫 해외여행을 하는 우리 부자의 기대감을 더하게 했습니다. 아이가 그 곳에서 야경을 보면서 "아빠 다음에도 여기에 야경보러 와요."라고 하는데, 잘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음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약간 가셨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참 단순한것 같습니다.


빅토리아피크에서 내려다본 야경


빅토리아 피크를 뒤로하고 일행이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트 투어를 하러 가고 남은 몇몇 사람들만 호텔로 가게 되었습니다.

많이 피곤했던 아들로 인해 가이드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 부자는 호텔에 가서 쉬기로 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맥도널드였습니다. 아무래도 저녁을 제대로 못 먹은 아이를 위해 무언가 먹을 것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근처에 맥도널드가 있어 우리는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각 나라별로 맥도널드가 있지만, 판매하고 있는 메뉴는 많이 다릅니다. 그래도, 어디서든 무난하게 먹을 수 있어 아들 또한 허기진 배를 달래기엔 충분했습니다.


그 당시 즐거웠던 첫 여행의 기억을 더듬으며 첫째날 일정을 생각해 봤습니다. 

첫 해외 여행을 하면서 우리 부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서로의 취향을 알게 되었고, 우리와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 들어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아이들에게 더욱 넓은 세상을 많이 보여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독서와 여행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아빠들은 너무나 바쁩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가 아닌가요? 매일 야근에 술자리에.. 주말에는 피곤에 찌들어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바쁜 우리나라의  아빠들..

그런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이 함께하는 여행이 아닌가 합니다.

저역시도 지금은 아들들과 여러 차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나름 아들들과 더욱 가깝게 되었고 함께하는 여행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을 해보시는건 어떨까요?


- 투어대디




작가의 이전글 #38 제주 한 달 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