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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ug 01. 2015

포도향기 바닷바람을 타고-대부도 해솔길 3코스

바다를 흥청흥청 그리고 싶은데 바다는 점점 나보다 멀리 도망쳐가고....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요즘 움직이려 하는 날 새벽은 항상 비가 내린다.

몇 번 속고 나서 비와도 가야겠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여장을 챙겼다.


교통이 좋지 않지만 바람이 많고, 포도향이 가끔 바닷바람에 전해 오는 대부도 숲길을 걷기 위해 안산에서 123번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학원일의 여운이 남아 일이 계속 물려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대부도의 비에 씻어낸 아름다운 풍경은 차분히 맘까지 가라앉혀 주었다.

‘대부 중고등학교’에 내려 안내판이 안내하는 대로 어심낚시터까지 걸어간 후 길을 시작했다.


낚시터는 작은 규모였고, 그 곳을 지나서 바닷길로 둘러 가며 습한 바다 안개가 남아있는 해안가를 바라보며 식사를 한 후 산책하듯 지나가는데 눈에 띄는 정물 하나 ‘밧줄’

너무 길어서 가지고 있는 작은 칼로 20여분 걸쳐 잘라낸 후 가방을 가득 채우고 걸어가다 스케치북을 펼쳐 들었다. 바다를 아우르는 섬의 풍경들...


다시 길을 떠나며 골프장 옆길을 지나 ‘큰 산‘으로 올라간다. 이름이 ’큰 산‘인데 그리 크지는 않다. 큰 산을 둘러 둘러가는데 비가 그친 줄 알고 거미줄을 치는 거미들에게 미안하게 길 마다 장막이 쳐 있다. 조심히 걷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푹푹 찌는 기온이 마치 찜통 같다.

산으로 올라가고 둘러가면서 나타난 반가운 손님, ‘게‘다 빨간 산 게를 보고 장난스레 카메라를 터트리는데 경계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참을 더 가니 조금씩 바람이 분다.

더군다나 시원하기까지 하다. 나무들 사이로 다리가 하나 보인다.

선재도로 건너갈 수 있는 ‘선재대교‘다

 


산을 내려가면서 선재대교 밑으로 가니 낚시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께 말을 붙였더니 몇 가지  이야기해 주시면서 옆에 잡아놓은 망둥어를 가져가서 드시란다. 망둥어는 자연산이고 우럭은 양식이어서 횟집 주인이 망둥어 먹고 우럭 내준다는 이야기가 있단다. 맞는 말이긴 한데 여하튼 황송하게 망둥어를 챙기면서 주인 맘이 바뀔까 봐 재빨리 인사하고 자리를 물러난다.

다리 밑으로 피서온 강태공들이 몇몇 뵌다.

'선재도'가 아름답게 안개에 묻혀 나폴리 부럽지 않다.



방파재를 따라 지나고 지나 다시 산으로 그리고 포도밭으로 그리고 다시 논으로 한참을 가다 보니 대부도에는 흔치 않은 수박이 넝쿨을 이룬다. 수박은 이제 주먹 두 개를 합한 크기로 아기 강아지를 보는 귀여움이 있었다. 조심히 조심히 지나쳐 방파제 길을 따라가다가 바닷가로 나간다. 바닷가에는 물이 빠져 바다로 향하는 길 두 개가 그림처럼 놓여있다.

왼쪽 길로는 쪽박섬까지 걸어갈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길 위에 자리를 펴고 뜨거운 물을 라면에 붓고는 그림을 그린다. 이 길이 바다로 가는 길이라면 그 길을 지나 끝이 없을 듯한 그 길을 지나...

술 한잔 들어가지 않았는데 술이 들어간 것 같다.



바다를 흥청흥청 그리고 싶은데 바다는 점점 나보다 멀리 도망쳐가고, 길어져 가는 길을 따라 눈만 멀어져 간다. 제길!

그렇게 바다에 취해 있다가 어둠이 나의 발길을 재촉하게 만든다.

부대를 지나 시멘트 공장을 지나 어둠에 가려진 길을 지나 16통 마을회관 종착지에 도착했다.

어둠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집으로 집으로 가고 싶게 만들었다.

어둠이....        



2015.07.29    

대중교통.. 123번 버스 타고 대부중고교하차/ 16통 마을 회관에서 대부동사무소까지 1시간가량 걸어서 123번 버스, 혹은 육 골 정류장까지 걸어서 30분 정도 790번 버스 타고 오이도역으로



https://brunch.co.kr/@2691999/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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