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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피터 Nov 11. 2020

글을 쓰기로 했다.

선언

  글을 쓰기로 다짐을 한다. 누군가는 나의 기록들을 읽을지 모르니,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보기로 한다. 이름은 천휘재, 피터라고도 불리고 있다. 본명은 조부모님께서 작명소에서 받아왔다고 전해진다. 숫자 천을 의미하는 한자어 천(千)과 빛 휘(暉), 재상 재(宰)로 이루어진 내 이름은 일종의 빛나는 국무총리? 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성은 영양 천씨로 중국에서 유래한 성씨다. 명나라의 천만리 장군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조선에 파견되어 왜군을 섬멸하는 공을 세우고 귀화했다고 한다. 천씨의 기원은 쓰촨 성 일대에 살았던 고대 소수민족 저(氐)족이라는 정보도 찾을 수 있다. 별명인 피터는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의 영어식 발음이다.


  직업적으로 나는 동양사상 및 명리학 연구자다. 현재 서촌 작업실에서 커피를 내리며 명리학(사주팔자) 기반 개인 상담과 소규모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 학문을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정규 1집 음반을 발매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피터아저씨’라는 팀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현재는 멤버들 모두 결혼 이후 생계활동으로 시간과 에너지가 남지 않아 잠정적으로 휴식기를 갖고 있다. 가장 유명한 노래는 '옥수수'로 god가 옥수수 밭을 걸어가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 bgm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왜 내 마음에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내재되어 있을까. 다들 비슷한 마음일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시작은 참 잘하지만 마무리를 못한다는 꾸지람을 많이 들어왔다. 사주명리적 관점으로도 나는 완성 및 결실과 관련된 에너지(재성)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 대신 누구보다 시작은 잘하고, 무엇보다 생각이 많다. 우주의 기원 및 본질과 관련된 생각에서부터 방금 전 창문 밖으로 날아간 새의 이름은 무엇인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고민하고 찾아보고 또 생각한다. 책도 나름 많이 읽는 것 같다. 나의 삶을 몇 단어로 요약하면, ‘생각’과 ‘공부’ 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들이 대부분 물질적이지 않고 생각과 마음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힘쓰고 있고, 에너지도 많이 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내 두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 허무함을 자주 느끼곤 했다.


  그러다 너튜브에서 어느 심리학자의 강연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주제가 ‘생각의 물질화’였다. ‘생각을 물질화한다니… 바로 이거다!’ 하고 번쩍 했던 것 같다. 심리학자는 생각을 물질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글로 정리하는 거라 주장했다. 나는 이치에 맞다고 크게 동의했다. 음양의 관점으로는 생각과 같이 가볍고 비물질적인 요소를 양으로, 형태가 있고 물질화되어있는 요소를 음으로 볼 수 있다. 생각과 고민만으로는 부족하다. 물질화의 과정인 음의 형태로 완결/완성되어야 비로소 조화를 이루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글의 형태로 나의 고민과 생각들을 물질화하고 완결 짓는 과정을 통해 나의 삶이 그저 흘러가 버리고 흩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 완결되기를 바란다. 일종의 완성하는 훈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인간의 완성물은 돈으로 전환되기 마련이기에, 궁극적으로는 나의 공부를 물질화의 과정을 통해 돈으로 까지 연결하고자 하는 참 현실적인 실리적인 훈련이기도 하다.


  생각은 이미 충분히 했다. 이제는 생각하는 인간이면서 동시에 노동하고 성취하는 인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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