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부재는 나의 세상을 좁게 만든다
저는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를 곧잘 시키는 편입니다.
카페인이 필요하기도 하고, 칼로리 걱정 없이 깔끔하게 마실 수 있어서 좋기 때문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출근길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메가커피에 가보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만 줄지어 이어지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아메리카노는 가장 안전하고 익숙한 선택이죠.
그런데 올해 저는 개인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말고 다른 음료를 마셔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입맛을 바꿔보자는 차원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작은 일화를 말씀드릴게요.
제가 잠시 함께 일하던 브랜드의 한 매장에서 VIP 고객님들을 모시고 행사를 진행하던 날의 이야기입니다.
그 브랜드는 초고가 명품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MZ 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며 예전의 명성을 조금씩 회복해가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매장만의 VIP 고객님들을 초청해, 새롭게 바뀐 브랜드 이미지와 방향성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본사가 주관하는 대형 행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행사 준비는 매장 매니저님들과 직원분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했습니다. 행사에 필요한 다과와 접대 용품을 준비할 수 있도록 별도의 예산도 이미 지급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니 준비 과정에서 큰 무리는 없을 거라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당일, 본사 담당자가 매장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매장 한편에 마련된 다과 존 때문이었습니다.
그곳에 준비되어 있던 것은
초코파이 몇 개,
그리고 쌀과자 몇 봉지였습니다.
VIP 고객님들을 모시는 자리였고, 브랜드의 새로운 이미지를 소개하는 중요한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에 놓인 다과는 마치 급하게 편의점에서 사 온 듯한 구성에 가까웠습니다.
보통 VIP 행사를 준비할 때는 유독 먹을 것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고객님들이 “아, 이 브랜드는 디테일이 다르구나”라고 느끼게 만드는 가장 쉬운 장치가 바로 먹을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브랜드는 아예 로고가 들어간 디저트를 맞추기도 하고, 어떤 곳은 신선하고 보기 드문 과일이나 한입거리들로 테이블을 채우기도 합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태도와 센스를 보여주는 요소인 셈이죠.
그런데 그날 준비되어 있던 다과는 너무나도 그와 대비되는 한 상이 었습니다. VIP 고객님들을 모시는 자리라고 보기에는 너무 평범했고,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했던 이미지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준비했던 직원분들께 혹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물어봤을 때, 돌아온 반응은 더 씁쓸했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거든요.
알고 보니 그분들은 실제로 VIP 행사를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었고, 어느 정도의 기준으로 준비해야 하는지도 전혀 감이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가는 카페만 가고, 별다른 디저트나 새로운 간식을 접해본 경험도 많지 않다 보니 “과자 몇 개 사다 놓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마트에서 초코파이를 골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저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경험의 부재가 이렇게까지 큰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 역시도 어떤 분야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가 미술품 경매, 스포츠 문화, 게임, 혹은 제가 잘 알지 못하는 특정 취향의 세계에서는 제 감각과 지식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자각이 들었죠. 그런 상태로는 누군가에게 ‘좋은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식적으로 제 경험의 폭을 넓히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왜 그것이 인기를 얻고 있는지, 어떤 맥락 속에서 발전해 왔는지를 하나씩 들여다보고 직접 경험해 보려는 태도를 가지기로 한 겁니다.
카페에 가서도 늘 마시던 아메리카노 대신,
이곳의 신메뉴는 무엇인지,
이 카페가 밀고 있는 시그니처는 무엇인지,
요즘 트렌드는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왜 이렇게 두바이 쫀득 쿠키가 그렇게 유행인지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관찰하고, 때로는 직접 먹어보고 느껴보는 겁니다.
조금은 귀찮고, 조금은 익숙하지 않지만 내가 편안한 선택만 반복하는 순간, 내 사고와 내 일도 그 틀 안에 갇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고객을 이해할 수 있고,
다양한 선택을 해봐야 더 입체적인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내가 사는 세계가 넓어질수록,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세계도 넓어지는 법이니까요.
그게 바로, 제가 아메리카노만 마시지 않기로 한 이유입니다.
PROJECT KEEPGOING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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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감상평과 의견도 감사히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