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물어봐야합니다.

질문 하나가 만드는 차이점

by Project Keepgoing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문을 잘하지 않습니다.

혹은, 질문을 못 하도록 길러져 왔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14년 G20 정상회의에서 있었던 장면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를 줬음에도 잠시 정적이 흘렀고, 결국 그 기회는 다른 나라 기자에게 넘어갔습니다. 그 장면은 외교적 해프닝이기 이전에, 우리 스스로의 문화적 민낯을 드러낸 순간이었습니다.


아마 그 짧은 침묵의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이 동시에 스쳤을 겁니다.


“틀리면 어떡하지?”
“이 질문이 너무 수준 낮아 보이면?”
“괜히 주목받는 건 아닐까?”
“이 정도까지 물어봐도 되는 걸까?”


질문 하나에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그 사이 기회는 조용히 지나가 버립니다.


이런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질문하는 법보다 정답을 말하는 법을 먼저 배워왔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보다, 답을 잘 말하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환경에서 자라왔습니다. 질문은 호기심이 아니라, 때로는 무지하거나 무례한 행동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괜히 튀지 마라”, “눈에 띄지 마라”는 문화가 더해지며 질문 앞에서 우리는 더 쉽게 움츠러듭니다.



제가 외국 대학에서 강의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아니, 저런 것까지 물어본다고?”


정말 사소한 질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습니다.

이미 설명한 내용이거나,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질문의 ‘질’이 높다고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웠던 건 교수님의 태도였습니다.

교수님은 단 한 번도 질문을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어설픈 질문일수록 더 천천히 설명했고, 그 질문을 계기로 수업의 흐름을 조정하거나 설명 방식을 다듬기도 했습니다. 질문은 방해가 아니라, 수업을 완성시키는 재료처럼 다뤄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을 아끼는 문화는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제가 수많은 매장을 다니며 판매 직원들을 코칭했을 때,

가장 많이 나왔던 공통적인 개선 포인트는 늘 같았습니다.

바로 질문의 부족이었습니다.


판매 직원분들은 대체로 고객의 말을 아주 잘 경청합니다.

표정도 공손하고, 태도도 친절하고,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씀 주세요”라며 늘 대기 상태로 서 있습니다. 무엇이든 해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만, 정작 먼저 묻지는 않습니다.


사실 질문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저희 매장은 처음이신가요?”

“어떤 상품을 보고 오셨어요?”

“원하시는 스타일이나 용도가 있으세요?”


이 정도 질문만으로도 고객의 상황은 훨씬 선명해집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이 질문조차 건너뜁니다.


괜히 부담을 줄까 봐,

괜히 귀찮게 하는 것 같을까 봐,

혹은 거절당할까 봐 말입니다.


그다음 단계의 질문은 더더욱 어렵게 느껴집니다.

평소 쉬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시는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계신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이런 질문들은 ‘너무 사적인 건 아닐까’라는 이유로

아예 시도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놀라운 건, 이미 꽤 오랜 시간 관계가 쌓인 고객과 직원 사이에서도 이런 질문이 거의 오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서로 얼굴은 익숙하고, 대화도 나누지만 정작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은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화는 늘 상품 주변을 맴돌고, 관계는 친절 이상으로 깊어지지 못합니다.



제가 한 명품 주얼리 브랜드 매장에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약 30분 정도 대기한 후 매장에 들어가자, 시니어로 보이는 직원분이 친절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라인을 말씀드리자 목걸이와 팔찌를 직접 착용해 볼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도와주셨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비교적 데일리 한 아이템을 원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추천해 주시는 제품들을 직접 착용해 보니 제 눈에는 하나같이 너무 작고, 아기자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저는 같은 주얼리라도 체구, 외모, 스타일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보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제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자, 직원분은 제 구매 의사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하셨는지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질문하지 않으실까?

직원분도 분명 궁금하지 않았을까요.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스타일이 문제일까,

가격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이유일까.


이럴 때는 사실 복잡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점이 조금 망설여지세요?”

“생각하셨던 스타일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직접 착용해 보시니 느낌이 어떠세요?”


이런 단순한 질문 몇 개만으로도 상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답을 안 하면 어떡하냐고요?

무례하게 느껴지면 어떡하냐고요?

사실 대답을 할지 말지는 고객의 선택입니다. 그건 직원이 책임질 영역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번 물어보는 제스처만으로도, 이 고객의 진짜 니즈에 다시 한 번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저는 매장을 둘러보다가 처음에 봤던 것보다 훨씬 크고, 색감이 독특한 목걸이를 직접 착용해 보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화려할 수 있지만, 체구가 있는 저에게는 오히려 데일리 아이템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그제야 직원분이 “아하” 하고 반응하시더군요.


“이 주얼리는 너무 화려할까 봐 추천을 안 드렸는데, 고객님이 착용하시니 정말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네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만약 제가 스스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이 매장은 분명 다른 브랜드에 저를 빼앗겼을지도 모른다는 걸요.


그날 저는 아주 분명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궁금하면 물어봐야 합니다.

묻는 것은 귀찮게 하는 행동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며, 니즈를 정확히 맞추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배려입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우리는 끝내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고객 경험은, 바로 그 질문 하나에서 갈리기 시작합니다.





PROJECT KEEPGOING 올림


Instagram: @project.keepgoing

Youtube :www.youtube.com/project.keepgoing

Contact : projectname.keepgoing@gmail.com


그 어떤 감상평과 의견도 감사히 받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