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

by 이유주

수 많은 말들이 오가는 하루가 있다. 최근에는 하루, 하루가 지나갈 수록 수 많은 말이 나를 향해있음을 알게된다. 고요하고도 묵직하게 흘러가는 하루들은 가벼운 이야기들로 주변인들과 필요한 말만 하며 살아가는 나 자신을 허락해준다. 그렇게라도 묽어져야 편안해지는 거니까. 삶은 농도를 조절해야하는 먹물과 같으니까.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하고, 탐구를 하고싶기도 하는 존재들이다. 원래 사람은 변화하는 존재고 내가 바라보는 그 사람이 내일, 내일 모레에도 그 모습 자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니 지금 바라보는 그 순간의 내 앞의 당신과 오늘의 당신 그리고 미래의 당신의 모습을 내 스스로 해석해보기로 했다. 이 해석 또한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 앞의 존재하는 사람이 과연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지, 의도를 숨기고 만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생각은 애시당초 의미가 없음을 깨닫는다. 와야할 인연이니 온 것이고, 가야할 인연이니 간 것이지만 그래도 왔다갔다하는 그 수 많은 사람들 중 내가 만나고 싶은, 꼭 담고 싶은 누군가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LET'S TALK ABOUT 프로젝트였다.


그 이야기들을 말로만 담다보니, 내 주변 동년배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담고싶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절대 마주할 수 없는 인연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모두 그 사람보다 그 사람 너머의 것을 바라보는데 집중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다연이와 나는 대학시절 같은 학부 동기다. 다연이를 생각하면, 정말 작가는 작가구나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다양한 수식어의 문장을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람을 적절히 존중하는 법과 그에게 걸맞는 말을 적절히 표현할 줄 아는 작가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명량함과 단호함으로 세심하게 사람을 대한다. 또한, 하고있는 일에 대해서도 대상을 존중하고 객관화해서 생각할 줄 아는 프로 작가다. 참 매력적인 사람이지 않은가.


'무대'와 '공연' 그리고 '예술'의 아름다움을 함께 예찬해왔다. 서로 대학시절 춤과 노래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라 결국 무대 곁에 머물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그녀의 말은 나에게 한 때의 새로움이자 다시금 잊고있던 나의 꿈과 기회들에 대해서 고민해보게끔 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나는 다연이를 만날 때마다 늘 터닝포인트를 지나고 있었다.


다연이와 나는 1박 2일동안 서울여행을 하면서 재잘재잘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특별히, 서울역 부근 계단에 앉아서 캔맥주를 마시던 날이 기억난다. 그 날 무척 더웠는데, 다연이와 건물이 빼곡한 서울을 보면서 대화를 나눴던 그 순간의 대화들 말이다. 그 대화는 내 마음의 얼어있던 감정이 조각조각 무너져 결국 내 눈물을 차오르게 만들었다. "넌 큰 별이야. 큰 별은 큰 별 만의 매력으로 살아야하는거야."


국립현대미술관도 가고, 파묘 팝업도 함께 다니면서 따로 또 같이 넘실넘실 서울을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천안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곳을 함께 다니면서 새로움을 또 채우고 그녀는 서울로 올라갔다. 그렇게 서로 함께 시간을 나눴던 한 번의 천안, 한 번의 서울이 나의 이번 2024년도를 빼곡히 채웠다는 것을 그녀는 알아야 할텐데.


그녀는 매우 중요한 순간에 아주 진중하게 본인의 이야기와 조언을 해주고 떠난다.


이 글들을 적다보니, 수 많은 말들과 경험과 시간들을 매우 매우 매우 줄여서 적어야함에 아쉬움이 매번 든다. 그래도 그 중에서 몇 가지 언급이라도 해보자면, 2015년 둘이서 과잠을 입고 술먹고 바라봤던 병천 밤 하늘, 그 이후 5~6년 후에 만나 천안에서 서로의 근황을 물으면서 마셨던 차와 술 들도 빼곡히 적을 수 없다는 나의 한계가 아쉽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빼곡히 적혀있고 저장되어있으니 걱정없다. 이 사랑스러운 그녀와 나는 겨울에 또 다시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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