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우리 집 가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일인가구라 제가 마음대로 지었습니다

by poppy


어릴 적 학교에서 숙제를 할 때면 꼭 가훈을 적으라고 해서 뭘 적긴 적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때는 부모님께 “우리 집 가훈은 뭐야?”라고 물어보고는 했다. 사실 있지도 않은 가훈을 갑자기 생각하느라 바쁘셨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우리 집만의 확실한 가훈이 있다. 성인이 된 후로부터 계속 스스로의 마음에, 머릿속에 새기면서 다녔던 것 같다. 물론 일인 가구라 내가 투표하고 내가 결정했다. 삶이 흔들릴 때 가훈 앞에서 생각을 정리해 보면 꽤 간단하게 답을 찾기도 한다.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가


어떠한 선택을 할 때 답을 정하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은 뭘까?


종종 나를 붙잡고 물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운동을 미친 듯이 하기 싫고 그냥 도망가고 싶다는 건 알겠지만) 네가 어제 마셨던 막걸리를 해장하려면 오늘은 운동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하루하루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게 뭐가 그렇게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드는 건 알겠지만) 미래의 너를 위해서 틈새시간을 공략해서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중국 출장 전날에도 운동 2시간을 미리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공항으로 출발하는 것도, 다녀와서 피티선생님과 파트너 운동+천국의 계단을 탈 수 있게 되는 것도 다 우리 집 가훈의 영향이다. 내 안의 핑계들을 조용히 시킬 수 있는 비장의 무기 같은 것이다. 물론 매번 통하는 건 아니지만 가훈이 없을 때와, 있을 때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인간관계의 기준


현재는 조금 낯설고 불편하지만 미래를 생각해선 더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현재로선 좋은데 미래를 생각해서는 끊어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 가훈이 유용하게 쓰인다. 친구, 연인, 사회적인 관계 등등. 주변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 대입시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강요하는 사람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

•대화가 안 된다고 느끼는 사람


본인만의 기준을 정답이라고 말하며 내가 원하지 않는 부분까지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본인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말하면서 본인을 찬양하는 종교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은 거리를 두는 게 좋다.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말만 많은 사람을 말한다. "너는 내 말을 들으면 손해 볼 게 없다니까. 네가 이렇게 된 건 내 말을 안 들어서야. 너는 혼자서 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해. " 이런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기만 해도 정신이 건강해진다. 이런 사람은 가스라이팅 능력이 최강인 사람이다.

고마움을 전혀 모르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좋지 않다. "나는 이런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해."라며 받는 것만 할 줄 아는 이라면 그는 점점 더 많은 걸 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대회가 안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단순히 일상, 말장난 같은 대화가 아닌 좀 더 깊은 대화를 말한다. 가벼운 대화만 가지고는 인생의 깊이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진정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대화는 미래를 볼 수 있는 거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야 할 사람'

•인정해 주는 사람

•고마움을 아는 사람

•대화가 통하는 사람

+나를 발전시켜 주는 사람


지금의 나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어도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며 차이를 인정하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인 것 같다.

상대를 배려해 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나 고마움을 알고 표현까지 할 수 있다면 정말 좋다. 정말 친한 친구가 두 명 있는데 10년을 넘게 알고 지냈지만 식당에서 서로 물을 따라주면서 아직도 "고마워." "감사합니다."를 습관처럼 말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비슷한 결의 관계만 남는 게 참 신기하다.) 각자의 삶에 대해 깊은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면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다. 목표하는 꿈, 인생의 방향성, 추구하는 가치관 등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아주 좋은 관계다.

추가로 '나를 발전시켜 주는 사람'은 매운맛인 경우가 있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과의 관계는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인내하고 만나면 좋은 선생님, 자극제가 되어준다.



자기 계발도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 입사 시기에는 중국어를 단 한 글자도 말하지 못했다. 그 간단한 인사말조차 관심이 없었다. 업무 특성상 중국어를 말할 수 있으면 이점이 많아서 언어공부를 해야 했다. 사실 다른 직원분들은 번역기를 사용해서 일을 하시지만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빠른 업무속도를, 더 자유로운 미래를 꿈꿨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 맡고 있는 오더들의 중국공장 담당자 들와 영상으로 매주 수차례씩 화상미팅, 통화를 진행하며 업무를 본다.(답답하면 바로 전화 걸어 버리는 쾌감이 있달까..) 내가 지금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가훈 덕분이다. 매일 출근 전에 전화중국어를 30분씩 수업하는 것, 점심시간, 퇴근시간에도 틈틈이 교재를 보며 외우는 것, 매주 2회 퇴근 후 학원으로 가서 꼬마친구들 사이에 앉아서 교재 펴고 공부하는 것, 주말에는 중국인 친구와 언어교환을 하러 시간을 투자하는 것,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 등등 가훈을 생각하면서 해낸 길고 긴 과정들이 있었다. 수많은 유혹과 불안들이 나를 자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버텨냈다. ‘현재’는 괴로워도 그럼에도 ‘미래’는 신나는 일들이 벌어질 것을 알기에 해낼 수 있었다. 중국 출장을 갔을 때 택시 기사님과 수다를 떠는일, 공장 담당자들과 업무 외적인 대화 일상 대화(시시콜콜한 인생이야기, 가족이야기, 각자의 삶의 목표 등등)를 하는 것, 모든 게 가훈 덕분에 이뤄낸 결과물 들이다.





나는 내가 한 명이지만 최소 세명은 들어있는 느낌이 든다.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고 행동하는 나. 주저하고 망설이며 갈등하는 나. 그들을 바라보며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나. 이런 식의 여러 명의 내가 있기에 거창하게 가훈이라는 단어를 써봤다. 앞으로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알 수 없지만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하다 보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미래에 혹시라도 힘들 때 이 글을 다시 읽게 될 나야. 너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과거에도 잘했었고, 미래에도 잘할 거니 너무 조급해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아. 넌 주인공이니까. 세상이 뭐라고 하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살고 싶은 삶을 살면 되는 거야. 삶에 옳고 그른 정답도 없고, 영원도 없다.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고 만족하면 그것으로 꽤 괜찮은 삶이니까. 그럼에도 불고하고 너는 잘 해낼 사람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으니. 그대로 쭉 당당하게 걸어가. 내가 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테니.

< 과거의 나에게 미래의 내가 하는 고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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