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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방이 Sep 01. 2021

청계천 다리 밑 사랑

한낮의 더위로 땀줄기가 등을 타고 흘렀다. 난  청계천의 다리 밑 그늘에 앉았다. 바람이 불었다. 시원했다. 더위를 피해 앉아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중절모를 쓴 노신사가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있었고,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까르르' 소리를 내며 저들끼리 웃고 떠들어댔다.


건너편에는 20살가량 돼 보이는 남녀 커플이 앉아 있었다. 남자 녀석은 여드름 투성이에 통통한 안경잡이였다. 하얀 라운드 티에 남방을 걸친 모습이 꼭 30대가 되면 샌들에 긴 양말을 신을 것만 같았다. 여자는 평범했다. 딱히 특징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약간 긴 얼굴 형에 긴 머리를 뒤로 묶었다.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조금 촌스러웠다.


커플은 꼭 붙어 앉아 사랑을 하고 있었다. 바로, 키스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느끼고 있었다. 표정이 그랬다. 뭔가 매우 심각하면서도, 황홀경에 빠져 있는 듯한 표정. 남자 녀석의 거시기는 엄청나게 발기되어 있을 게 뻔했다. 여기가 사람이 많이 다니는 청계천 계단만 아니었다면 그들은 벌써 뽕잎을 땄을 것이다.


키스를 한참 하다 잠시 자세가 틀어지면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이 왔다. 그럴 때마다 커플은 어김없이 눈을 감고 심각한 얼굴로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사내는 그렇게 멈춰  한숨을 쉬곤 했다. 그러다 다시 키스를 하고 오묘한 표정을 짓다가 입술이 떨어지고 한참 후 다시 키스를 하는 짓을 30분이나 계속했다.  예상이 맞다면 둘은 연애 초보다. 키스도     봤을  같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엄청났다.


난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부푼 거시기와 키스, 그리고 성욕과 성욕의 억누름, 또 그 억누름을 달래는 느끼한 한숨, 여름날의 더위와 사람들이 한 데 섞인 청계천 풍경이 거북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을 계속 관찰했다. 싫어도 계속 보게 되는 B급 공포 영화처럼.


30 넘게 그들의 애정행각을 보다 보니, 사랑이 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키스 중간에 눈을 감고 심각한 표정으로 거친 숨소리를  쉬는 것일까? 사랑은 꼴림일까? '너랑 하고 싶다' 욕망일까?


'하고 싶다' 욕망, 사실 따지고 보면 그건 혐오스러운 것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니 자연  자체이다! 그런데    커플이  보기 싫을까. 질투인가. 인간이 '너랑 자고 싶다' 욕구를 '너를 사랑해'라는 문학으로 대체해온 이유를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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