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까지 마셔도 한심하게 보지 않는 술자리
술을 마시다 보면 막차 시간이 남아도 홀연히 떠나버리는 사람이 있고, 끝이 없는 것처럼 새벽까지 주구장창 달리는 사람이 있다.
술자리를 일찍 떠나는 이유들은 많다. 다음날 중요한 스케줄이 있거나 집이 멀어서 택시비를 아껴야 한다거나 그날 컨디션이 안 좋다거나 하는 것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들을 끝까지 잡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해 보면 나도 20대 중반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그 이후부터는 술자리 동료가 집에 간다 해도 잡지 않았다. 위에 설명한 이유들처럼 우리에게 술만큼이나 중요한 일상들이 하나둘씩 들어차고 있다는 걸 납득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술을 마시기 전후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책임을 인지한 채, 술자리만큼은 충분히 즐기기로 마음먹고 나가는 편이다. 애매한 취기로 집에 돌아가기 싫은 마음이 크고, 한두 병 정도로 취하지 않기에 긴 시간 즐길 것을 감안한다. 후회 없이 즐길 걸 확신하고 마시는 것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끝이 없는 것처럼 진하게 즐기는 사람들이다. 술자리를 일찍 떠나는 사람들은 우리를 심하게는 징그럽게도 본다. 친한 사람들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한심하게 보기도 한다. 늘 그렇다. 부지런한 사람들 중 술을 오래 마시는 사람도 있고 짧게 마시는 사람도 있는데, 그중 짧게 마시는 사람들은 우리를 그렇게 본다.
길게 마시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술자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사정을 인정하는 게 함께 오래, 그리고 즐겁게 술자리를 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집에 빨리 간다고 재미없게 보거나, 술을 오래 마신다고 나태하게 본다면 서로는 섞일 수 없는 사이다. 그걸 인정할 정도로 마음을 여는 게 좋은 술자리의 미덕이다.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더라도 누군가 맥주를 마시고 싶다 하면 인정해 줘야 하고, 뜬금없는 안주도 먹고 싶다고 하면 시켜도 된다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받는 사람들은 그만한 배려와 인정을 돌려줄 줄 알아야 한다.
그냥 친하다고 가벼운 말과 마음만 주고받으면 길게 가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알콜만 탐하는 술꾼이 아니라 술자리 자체를 즐기며 술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장담컨대, 그 술자리는 오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