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주 Oct 21. 2023

고집과 포용을 남달리 하지 않는 것

술자리에서 무슨 말이든 말하고 듣는 것

 술자리에서 흥미로운 대화 주제가 나오면 다들 열을 올릴 때가 있다. 취기 때문인지 열을 올려서인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사람들도 보인다.

 그 흥분이 너무 나아간 나머지 자신만의 이야기를 벽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 반면, 그 사이에서 조용히 앉아 잔을 홀짝거리며 말을 멈추고 듣고만 있는 사람이 있다. 다 같이 즐거운 이야기라면 함께 웃고 떠들 텐데 그게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곤 조용히 한마디 한다.


 “알았으니까 다른 얘기 좀 하자. 너무 멀리 갔어.”


 진지하게 화를 내거나 시비를 거는 게 아니다. 그저 잘못된 방향으로 뜨거워져가는 술자리의 온도를 내려 맞추려 할 뿐이다. 그렇게 중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들 하고 싶은 말 다하라며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도 있다.

 조금씩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걸 느낄 때쯤, 그제야 다들 이성을 찾고 다른 대화를 나눈다. 계속해서 고집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면 보통 다음 술자리부터 초대받지 못한다. 우리는 서로 소통하기 위해 술자리를 가지는 것이지 일장연설을 들으려고 술자리를 갖는 게 아니다.


 적당한 고집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갑자기 눈치가 보여 말을 하다 마는 사람도 있고, 안주도 항상 남들이 고른 것만 먹는 사람도 있다. 함께 자리를 한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도 듣고 싶고 다양한 메뉴도 맛보고 싶을 수 있다. 의견을 몇 번 강하게 말한다고 기분 나빠할 사람들도 아닐 것이다.



 고집이 심해지면 귀를 닫고, 포용이 심해지면 입을 닫는다. 고집과 포용을 남달리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께 술자리를 한다면, 하고 싶은 말을 고집스레 하되 상대방의 말도 귀담아듣는 포용도 있어야 한다.

 그게 이상한지 아닌지의 판단은 모든 걸 열고 각자의 머리와 가슴으로 하면 된다. 자주 갖는 술자리는 보통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다. 나의 말을 언제든 받아줄 사람들이 있고, 나 또한 그들의 말을 언제든 얼마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술자리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토론 대회도 아니며 객관적인 증명을 위한 청문회 자리도 아니다. 듣는 사람은 근거 없는 헛소리도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는 기색이 보이면 대화 주제를 돌리며 잔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귀를 열어 한탄과 고충과 자랑을 들어주고, 입을 열어 내 이야기를 전하고 웃음을 내뱉는다. 머리와 가슴은 그것들을 취기와 함께 조화롭게 섞인다.

 다른 자리와 술자리가 다른 점은 객관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분위기와 흐름에 대화와 몸을 맡기면 된다. 술자리는 고집과 포용이 섞이는 자리다.

이전 08화 집에 빨리 가도 이해하는 술자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