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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주 Oct 20. 2023

누군가 수저를 놓을 때 물컵을 채우는 것

술자리 매너

 술자리에는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행하는 예의와 배려들이 존재한다.


 윗사람과 술을 마실 때 두 손으로 잔을 채워드리고, 내 잔을 아래로 부딪히고, 고개를 돌려 마신다. 허리가 안 좋다거나 복장이 불편한 친구가 있으면 복도가 아니라 벽에 기댈 수 있는 자리로 앉게 한다. 누군가 수저를 셋팅하고 있으면 알아서 컵에 물을 따라 나눠준다.


 이것들은 지켜야 할 예의가 될 수도 있고, 꼭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게 만들 수도 있다. 윗사람과 술을 마실 때의 예절이야 어렸을 때부터 많이 봐왔고, 부모님에게도 배웠기에 어지간하면 지키는 편이다.

 하지만 자리를 양보하거나 테이블을 함께 셋팅하는 것들은 일종의 센스로 여겨진다. 눈치껏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허리가 안 좋아서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있기 힘든 친구를 복도쪽 둥근 의자로 내쫓고, 상대방이 수저를 다 깔고 물까지 가져와 컵에 따르는 것까지 지켜만 보고 있다면 아마 언젠가는 그 술자리에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약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이걸 말해도 안 통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와 함께 술자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건 흔히 말하는 꼰대 마인드가 아니라 인생을 살며 알면 좋은 팁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몰라서 안 하는 건지, 정말 거드름 피우는 성격이라 안 하는 것인지는 알려주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어린 시절 내가 지켜줘야 하는 사람과 함께 걸을 때 그 사람을 인도 안쪽에 두고 내가 차도 쪽으로 걷는 것이라 배웠다. 본능적으로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어렸을 때 빠르게 그걸 들었기에 비슷한 상황들에서도 적용하게 됐다. 마치 안쪽 벽 자리로 친구들을 앉게 하는 것, 야장이라면 사람들과 자전거가 오가는 도로쪽이 아니라 안전한 자리로 앉게 하는 것과 같은 것들.

 모른다고 죄는 아니지만 알면 분명히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누가 가르치려 들지 말라 하거나 알아듣지 못한다면 함께 술자리를 오래 가질 수 없을 뿐이다.


 술자리 매너들은 자연스러운 배움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생기면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주듯 알려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친구 집에 전화를 걸 때 내 소개를 먼저 하는 거라고 말해주듯 알려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들은 필수는 아니지만 필요한 것들이다. 괜찮은 술자리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면 꾸준히 알려주고 배웠으면 한다. 이런 긍정적인 상황들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술자리에 매너 있는 사람들만 모일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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