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는 늘 외롭다
공무원이라면 모두의 관심사가 근무성적평가이다. 근평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자신의 승진과 성과상여금 지급 등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근평은 모든 공무원에게 극도로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근무성적평가, 혹시 잘 받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근평은 매년 2회, 6월과 12월 혹은 4월과 10월에 진행된다. 대부분 근무실적 평가(50%)와 직무수행능력 평가(50%)가 평정자와 확인자에 의해 결정된다. 자치단체를 예로 들면 평정자는 자신이 근무하는 부서의 장이고, 확인자는 그 부서가 속한 국의 국장이다.
근평의 평가 항목과 절차를 잠깐 드려다 보자. 평가서는 근무실적 평가, 직무수행능력 평가 그리고 평가자에 대한 종합 의견 평가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무실적평가’는 단위과제별로 대상자의 역량에 따라 매우 미흡, 미흡, 보통, 우수, 매우 우수 5단계로 평정자인 부서장이 평가한다. 과장이 이 직원의 역량을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직무수행능력 평가’는 기획력, 의사전달력, 협상력, 추진력, 신속성, 팀워크, 성실성, 고객 수혜자지향의 평가 요소를 배점을 달리해서 항목별 5단계로 구분해서 평가한다. 이 항목의 평가도 부서장인 과장이 한다.
이렇게 근무실적 평가와 직무수행능력 평가가 끝나면, 확인자인 국장이 근무실적과 직무수행능력에 대해 평정대상 공무원과 면담을 거쳐 우수한 점과 보완할 점을 기재한 후에 대상자의 평가등급과 점수가 최종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평정대상 공무원은 자신이 일 한 만큼 정당한 평가를 받으면 좋겠지만 실상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근평 때마다 전쟁터 같은 치열한 과정을 겪어도 자신의 입장이 반영될지도 늘 미지수다. ‘나는 일도 열심히 했고, 경력도 만땅이니까 알아서 챙겨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손 놓고 있다가는 뒤통수 맞기 십상이다.
평소에는 순한 양 같은데 때만 되면 여우로 돌변해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인간.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몇 차례 승진에서 밀린 붙박이가 근평 달라고 인상 찌푸리는 인간. 복병이 많아도 너무 많다. 각자의 입장은 상대적이니 비난할 수도 없다. 거기에 자료의 초안을 만들고, 다분히 입김이 작용하는 서무주임과 과장, 국장 모두 사람이 판단하고 결정하다 보니~ 평가 과정에서 다분히 주관적 입김이 작용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전라북도 직원 451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근평과 성과상여금을 분리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만큼 근평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다. 확인자인 국장이 평정대상 공무원과 면담을 거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기관장이 부서장에게 은근히 압력을 넣어 자기 사람을 승진배수 안에 끌어넣는 일도 있다.
2020년 9월, 당초 근평 결과를 평정대상 공무원이 신청하면 평정등급, 평정점수, 종합평정 의견에 한정해서 당사자에게 알려주던 것을... 전면 공개하는 방향으로 ‘지방공무원 평정규칙’이 개정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개선될지 두고 볼 일이다.
그렇다면 경우 없이 선배를 밟고 올라서는 짓 말고, 그저 자신이 노력하고 일한 만큼 근평을 제대로 받고 싶은데... 어디~ 방법이 없을까? 있다. 있기는 한데 쉽지 않다. 아래 3가지 방법에 우선순위는 없다.
신임을 받는다는 것은 유능한 직원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유능한 직원이란 일도 잘하면서 평소에 반듯한 행실이 쌓여야 가능하다. 비록 아래 직원이라도 존경할만한 성품이어야 한다. 하나가 예뻐 보이면 다른 짓도 모두 예뻐 보이는 법이다. 이것을 연쇄효과라고 한다.
부서장에게만 인정 받으려는 행동을 했다가는 되레 동료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 반듯한 행동은 직원들에게 더 잘해야 한다. 업무적으로든 업무 외적으로든 자신만이 갖고 있는 필살기를 동료 직원에게 베푸는 것도 한 요령이다. 엑셀을 잘 다룰 줄 알면, 쩔쩔매는 직원에게 다가가서 도움을 주는 거다. 마이크 잡는 것에 재능이 있으면, 부서의 공식행사 때 자원해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부서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석연치 않을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어떻게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관리자가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위 ‘셀프 마케팅’이다. 한 주에 한 번씩은 주기적으로 과장과 국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것이다. 현안 사안이 발생하면 더 자주 대면해서 보고하고 상의하는 것이다. 보고꺼리가 없으면 쥐어짜서라도 만들어서 보고를 하는 것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라고 하지 않은가. 수시로 대면하고 보고해야... 일을 열심히 하는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이건 절대 남이 대신 해줄 수 없다.
과장, 국장이 귀찮아하지 않을까? 이점은 절대 염려할 필요 없다. 관리자의 입장과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관리자는 늘~ 외롭다. 자기에게 말 걸어주는 직원을 엄청 좋아한다. 정말 쉽지 않은 방법인 것 필자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권모술수 쓰지 않고 근평을 잘 받을 수 있는 정도의 길이다.
필자가 현직에 있던 2011년 5월, 호주 엘리스 스프링스에 전 세계에서 23명의 트레일러닝의 최강자들이 모여 8박 10일 동안 호주의 정중앙 울룰루까지 530km를 달렸다. 말 그대로 지옥의 레이스였다. 레이스 중 6명의 선수는 이미 탈락했고 17명의 선수로 시작된 레이스 9일째, 멀리 결승지점인 울룰루가 보이는 광야에 섰다. 몇몇 선수가 울룰루가 보이는 직선 방향으로 지름길을 택해 달려갔다. 필자는 정해진 코스를 따라 달렸다.
결과는... 조금 돌아가는 듯 싶던 필자가 간 길이 그들보다 먼저 울룰루에 도착했다.
생과 사의 고비에서 필자는 알았다.
정도의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경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