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든 숨은 고수는 있다
공직에 임용 되서 처음 업무를 맡거나 인사발령으로 부서를 옮기게 되면~ 모든 걸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이때 무엇보다 급선무는 새로 맡은 업무를 가능한 한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주어진 업무는 자신의 밥줄이고, 직장에서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업무를 제대로 빨리 파악하면 일을 잘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업무를 잘 처리하면 조직에서 능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 빠르고 정확하게 제대로 업무파악 하는 요령은 없을까? 물론 있다.
필자는 30년 공직생활 동안 단순 민원 업무부터 인사, 기획이나 사업 부서에서 고난도 업무까지 두루 해봤지만 업무파악을 못한다고 선배나 부서장에게 핀잔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새로 맡은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잘 파악 하려면, 먼저 주변 형편부터 살펴야 한다. 아주 긴밀하게 말이다. 이 업무가 신생 업무인지? 아니면 과거부터 쭈~ 욱 해 오던 업무인지? 반복적인 업무인지? 창의적인 업무인지? 이 업무의 전임자가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지?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갔는지? 혹은 갈 예정인지? 전출을 갔다면... 같은 청사 건물의 다른 부서로 갔는지? 아니면 멀리 떨어진 다른 기관으로 갔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전임자의 동선 파악이 끝났다면, 형편에 맞게 업무파악을 빠르고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기관마다 사무 인수인계규정이 규칙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다분히 형식적이다. 업무파악의 가장 빠른 방법은 전임자에게 직접 인수인계를 받는 것이다. 전임자가 제대로 된 직원이라면, 전임자의 노하우가 녹아든 업무 매뉴얼을 전수 받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거기에 보태서 가장 비중 있는 업무, 당장 처리해야 하는 현안 사항까지 쿨~ 하게 전수 받으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임자가 같은 사무실이나 같은 청사 건물에서 자리를 옮기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멀리 다른 기관으로 전출을 갔다면 다시 모셔서 설명을 듣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 전화로 설명을 듣는 것과 직접 대면해서 인수인계를 받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 그러니 전임자가 아직 떠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전임자의 노하우를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
공무원은 어떤 사무를 보든 법령에 근거한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반드시! 반드시 업무처리의 근거가 되는 법률, 시행령, 조례, 시행규칙 그리고 업무지침서까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은 법규를 많이 아는 게 장땡이다. 특히 실무를 처리하다 판례집이나 유권해석집을 드려다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애매한 건 거기에 다 들어있다. 업무의 근거 법령을 꿰차지 않고 일을 하다 상급자나 민원인을 만나면, 버벅거리고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밑천이 부족하면 언제든 한 방에 무시당할 수 있다. 사상누각과 같은 것이다. 근거 법령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상급자든 민원인이든 누구든 당신을 만만하게 보지 못한다.
업무 전임자의 서류철이나 전자 문서함을 드려다 보는 것은 그 업무의 역사를 한눈에 보는 것이다. 그 자료 속에는 치열했던 전임자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다. 하루 이틀 정도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훑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너무 꼼꼼하게 드려다 볼 필요까지는 없다. 업무의 전반적인 흐름과 주요 내용을 파악하는 정도면 된다.
처음부터 업무 전체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니 어느 정도 업무가 파악되면, 망설이지 말고 업무를 실제로 처리해 보는 거다. 그래야 새로운 업무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업무는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하루, 이틀에서 한 달 혹은 반년 심지어 1년 넘는 주기가 돌아야 파악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신생 업무라면 상급 기관의 담당자를 달달 볶아서라도 업무 방향과 쟁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도 영~ 모르겠다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라. 당신의 가장 가까이에 고수가 있다. 한 사무실에는 부서 업무에 능통한 숨은 고수가 반드시 한두 명쯤은 있다. 다만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고수를 만났다면 예를 갖추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맡은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대로 잘 파악하는 것은
최고의 공무원이 되는 첫걸음이다.
이 정도 노력은 굳이 공직이 아니더라도 직장생활의 기본이고 정석이다.
공직생활 앞날에 꽃길이 펼쳐질지,
가시밭길이 될지는 오직 당신 하기에 달려있다.
경수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