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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인 Aug 01. 2023

퐁토슈 가의 개들

가게가 점점 개판이 되어가요

가게에 앉아 퐁토슈 가를 바라보고 있으면 수많은 개들이 지나다니곤 해요. 처음 보는 개도 있고, 매일 같은 개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다니는 경우도 있어요. 다니엘 아저씨처럼 은퇴를 하고 시간이 많은 분들의 개가 그렇지요. 개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떤 특징 하나를 발견할 수가 있는데, 개들이 죄다 꼬질꼬질하다는 거예요. 개 사랑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어찌 된 일일까요.

프랑스 사람들은 개를 사랑하지만 사람처럼 너무 의인화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동물용품점에 가도 예쁜 강아지 옷이나 다양한 간식거리를 찾아보기 힘들지요. 털은 주로 여름에 깎이고, 옷을 입히는 경우는 비가 많이 내리거나 아주 추울 때를 제외하곤 별로 본 적이 없어요.


퐁토슈 가의 개들에 관한 관찰이 계속되는 가운데 발견한 또 다른 점은 바로 개와 그 개의 주인이 외모나 성격 면에서 비슷하더라는 거예요. 다니엘 아저씨와 이네스만 봐도 그래요. 자신은 개가 없으면 견딜 수 없이 외롭다는 다니엘 아저씨와, 사람만 보면 엉덩이를 들이밀고 예뻐해 달라는 이네스. 둘에게 절실한 건 사람들의 관심과 약간의 애정일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었답니다. 나중에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 말이에요.


퐁토슈 가에는 다양하고도 많은 개가 살고 있었어요. 굳이 이웃의 개를 나열해 보자면 먼저 이 동네 최고 연장자 이네스를 비롯해 길 모퉁이 약국집 개 지미, 지미와 베스트 프렌드인 세인트 버나드 종 갸스통, 가게 바로 앞 건물에 살고 매일 보면서도 아는 척 한번 하지 않는 시바이누, 인쇄소 집 성질 사나운 잭 러셀 테리어 두 마리, 뚱뚱해서 마치 걸어 다니는 소시지 같은 래브라도 쇼콜라, 다니엘 아저씨가 Con(바보, 머저리)이라고 부르는 새침한 아저씨의 개 킹 찰스 스패니얼, 그리고 이웃 건물 관리인의 개 올리브, 마지막으로 프랑스 가수 바네사 파라디 가족이 키우는 퍼그 지네트까지 열 마리가 퐁토슈 가의 개 멤버랍니다. 나는 어째서 이런 거나 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에 대해서만은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지요.


한 번은 어떤 개가 가게 앞에 오줌을 쌌는데 그 이후로 우리 가게가 퐁토슈 가를 지나가는 모든 개들의 영역표시의 장이 된 적도 있었죠. 그러면 나는 통에 물을 받아서 개들의 오줌 위에 뿌렸어요. 그럴 땐 마치 내가 이 거리에서 아주 오래 지내온 프랑스 마담처럼 느껴져 혼자 흐뭇해하곤 했지요.


가게의 커다란 전면 창을 통해 멍하니 밖을 바라보면 지나가던 개가 나를 쳐다보기도 했어요. 서로가 서로의 눈을 응시하는 찰나의 순간 어쩌면 저 개가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과 만약 그렇다면 그게 너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했죠. 켜켜이 쌓여가는 슬픔의 레이어와 날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내 자존감을 누군가 알아채야만 한다면 그게 지금 나를 보고 있는 회색 털을 가진 개, 바로 너였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나 내 바람과는 달리 회색 털의 개는 우리 가게의 냄새를 맡고 있었던 거예요. 가게에 자주 놀러 오는 이네스와 지미와 데이지의 냄새를요.


네, 가게는 어느새 동네 개들의 사랑방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단골 마담의 개가 들어와 화분에 오줌을 갈기고,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날뛰고 노는 개판의 현장이 되고 말았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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