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일기
컨디션 탓인지 아님 첫째가 배탈이 나서 몇번이나 토를 한 탓에 예민해진건지 오늘은 유난히 저녁내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다행히, 아빠랑 같이 즐겁게 하원한 둘째는 밥도 잘 받아먹으며 기분좋게 잘 놀아주었다. 책을 같이 보자고 내 손을 잡고 이끌기도 하고, 기차 소리가 들리자 같이 가서 보자며 계속 나를 불렀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었던 나는, 몇번 대충 영혼없이 책을 읽어주고, 같이 창가로 몇번 따라가 주다가 다시 내 할일을 하러 돌아오곤 했다.
그게 화가 난건지.
계속 칭얼대며 나를 당겼다 밀었다, 안으라고 했다가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발라당 뒤로 뒤집어져 누워서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몇번을 달래도 안되고 이유는 딱히 없고. 몸을 버티고 튕기다 내 얼굴을 때렸는데 그 때 내 이성의 끈도 끊겼다. 방으로 데려가서 앉혀놓고는 엄하게 소리를 내고, 엉덩이를 한데 톡 때렸다. 자지러지듯 울고불고 소리친건 당연지사.
그렇게 울다가 지쳤는지 물을 몇 모금 마시더니 알아서 공갈 젖꼭지를 찾아서 물고는 침대에 가서 눕는다.
“예서 잘거에요?”
“네”
“예서 속상했어요?”
“네-”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도 한방울 톡.
그렇게 한방울이던 눈물은 꺽꺽대며 우는 감정으로 심화되었다. 나도 힘들었나보다. 아이 앞에선 절대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결심했기에 부랴부랴 불을 끄고 옆에 누웠는데 새어 나오는 울음은 어쩔 수가 없다.
예서가 일어나서 내 얼굴을 한번 만져보더니 다시 눕는다.
“예서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화내고 엉덩이 때려서 미안해”
그랬더니 또 “네”한다.
그러고는 빙긋 웃고는 자는척 눈을 감는데, 어찌나 울었었는지 숨소리에 여전히 흐느낌이 남았다.
오빠가 먼저 하원한 이유로 저녁 여섯시까지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있다가 겨우 집에 왔는데, 아니 오늘 뿐인가. 거의 매일 그렇게 엄마아빠랑 있는 시간보다 어린이집에서 있는 시간이 월등히 많은데. 그래서 집에 오면 엄마랑 아빠랑 놀고 싶은데, 책도 같이 보고 싶고 기차도 같이 보고 싶은데 계속 엄마 아빠는 뭐에 바빠서 자기를 계속 혼자 둔다.
씩씩하게 잘 놀다 왔는데 엄마 아빠는 별로 웃어주지도 않고 같이 놀아주지도 않고, 내 말도 못알아듣고 답답하다. 그래서 화가 나서 소리를 치면 혼을 내고. 그래서 얼마나 속상했을까.
가만히 누워있는 예서를 안고 말했다.
“예서야 오늘 우리 예서가 엄마랑 놀고 싶었는데 엄마가 많이 놀아주지도 않고 화내서 정말 미안해”
예서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많다. 입버릇처럼 애 둘은 힘드니까 낳지 말라고 얘기하고 다니고, 늘 예준이 책이랑 교육 고민에 꽂혀있으면서 예서는 지금 얼마나 크고 있는지 뭘 같이 해보는 게 좋을지 같은 생각들은 훨씬 덜 하고, 아픈 곳 없이 다 잘먹고 건강한 아이라 손도 덜 간 고마운 아이인데. 그래놓고 화는 이렇게 와장창 내나그래.
내 자신이 내 상황이 너무 최악으로 느껴졌다. 스트레스 하나 조절 못해서 예서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닌가 싶고, 도대체 왜 나는 이런 상황에까지 몰려 이렇게나 정신이 날카롭게 되어야하나 이런 극한 정신적 상황까지 몰리게
되는 내 처지도 화가 났다.
일은 일대로 다 못끝내고 부랴부랴 아이 병원 데려가느라 나와야 하고, 병원 데려갔다오자마자 씻기고 죽 먹이고,
둘째 씻기고 밥 먹이고, 난 배고파 허기가 들어도 밥 먹을 여유따위도 없는 하루. 이렇게 치열하게 언제까지 살아야하나 싶은 마음에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어디까지 수퍼파워가 되어야하나. 이렇게 하는데도 다 잘 굴러가지도 않고. 다 내 마음 같지도 않고. 그래서 눈물이 터졌던 것 같다.
영문 모르고 본인 때문에 우나 의아해하며 눈치보다 잠이 든 예서만 꼭 안고 다독이며 잠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