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떼기 그리고 훈육에 대해
훈육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르고, 실제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선배맘들 사이에서의 의견도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훈육은 눈물 쏙 빠지도록 엄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훈육이 필요한 시기가 되어보니 그 “엄하게”의 기준에 대해 고민이 될 때가 많다.
요즘 둘째가 공갈 젖꼭지를 떼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 왔다. 가뜩이나 떼를 부리면 한시간도 거뜬히 우는 아이여서, 내 걱정은 이미 떼기 시도도 하기 전부터 벌벌 떨릴정도로 심했고, 또 상상만 해도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래서 계속 미루고 미루길 벌써 내일모레 두돌이다. 더이상은 안된다는 생각도 있었고, 어린이집에서 낮잠잘땐 찾지도 않는다는 소리에 마음을 먹고 시작했다.
아직 잠이 오기 전, 그러니까 잠투정 같은게 시작되기 전부터 슬슬 시동을 걸었다.
"예서가 좋아하는 새가 쭈쭈를 가지고 가버렸네. 새는 너무 훨훨 날아서 엄마가 잡을 수가 없어."하며
괜시리 날아가는 새에게 덤탱이를 씌운다.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이 안된건지, 그땐 아직 쪽쪽이가 고프지 않은지 그렇구나 하며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잠이 오기 시작하자 아니나 다를까.
간절히 찾으며 우는걸 시작으로 밤에 두시간 간격으로 깨서 울며 짜증을 내고 찾았다.
그래, 이정도는 내 각오했던 바다.
첫째때도 자다가 울며 찾았던 기억이 있는지라, 오늘 하루 내가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밤잠을 다 포기하고 그걸 다 받아주며 업고 달래고 안아서 재우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 짜증은 아침까지 이어졌고 엄마 가! 하고 소리지르고, 그래서 가면 간다고 오열, 그래서 들어오면 들어온다고 오열, 진짜 이런 진상이 있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 20개월을 입에 붙이고 살았는데 떼는데 너도 얼마나 힘들겠냐싶어서 어르고 달래주고 참을인을 수없이 새겼다. 하지만 출근시간은 다가오는데 등원준비는 커녕 아무것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계속 짜증을 내고, 졸졸 따라다니며 징징대고, 급기야 오빠를 때리고 나를 밀치는 지경에 이르기에 단호하게 훈육에 들어가야겠다 싶었다.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이런 행동은 아니라고 엄하게 말로 했다.
통할리가 없다. 울고 불고 자지러지고 난리다.
오은영 선생님처럼 다리 사이에 끼고 바라보며 기다려주는 것도 해봤다.
역효과다. 더욱 소리지르고 우는데 박차를 가하며, 30분이 지나도 더 심해지기만 했다.
내 인내심에 한계가 오기도 했지만, 아이가 이정도가 되면 매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무슨 이유든 때리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순간엔 그거 외엔 답이 없을 것만 같아서 회초리(긴 막대기)를 들고와 발바닥을 한대 때렸다.
그렇게 세게 때리지도 않았지만, 아이는 아팠을 수 있으니 얼마나 아픈지는 모르겠지만 더 강력하게 울며,
“엄마 예떠가 아프자나!! 하디마아~” 하길래,
예서가 아무리 속상하고 화가나도 엄마랑 오빠를 때리고 미는건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을 바로 알아듣진 않았지만 한동안 자기 발을 움켜쥐고 울더니 스스로 그치며 막을 내렸다.
하지만, 때리고 끝난 훈육이 마음이 편할리 없다.
아무리 화나도 때리는건 아니라고 해놓고 결국 나는 매를 들었던 것에 대해, 예서는 이해를 할까.
물론 내 입장에서야 그렇게 때리고 밀치는 것과 매를 드는 건 다른 개념이지만, 애 입장에선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일까.
아침에 등원하기 전에 둘째를 꼭 안고 말했다.
“예서야, 엄마가 아까 예서 아프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화가 난다고 때리고 미는건 안되는거야. 앞으로는 엄마도 예서를 화나게 하거나 아프게 하지 않을게. 예서도 때리고 미는 행동은 하지말자. 알았지?”
했더니, “네 엄마”하면서 빙긋 웃으며 “엄마 사양해”하며 꼭 끌어안는다.
공갈젖꼭지도 찾을때마다 새가 물고 쭈쭈 엄마한테 갖다주러 갔잖아 예서도 봤잖아 하며 반복적으로 얘기하며 달래주니 하루만에 끊었다. 물론 말이 단순해서 하루만에 끊었다지만, 이 과정도 결코 수월하진 않았다. 그래도 기다려주고 지속적으로 말해주고 달래주며 끊는 과정의 힘든 마음을 이해해주니 아이도 금방 끊어준것 같다.
매는 훈육에 있어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걸로 아이가 엄마를 무서워하게되고, 무서워서 말을 듣는듯한 행동을 하고.
과연 이게 맞는걸까 아직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매를 들게 되니 지켜보는 첫째에게도 영향이 간다. 내가 매를 들고 화난 얼굴로 밖으로 나오니 내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다가와서는,
“엄마 화내지마. 내가 지켜줄게”
“엄마가 예서때문에 화가 났었어. 예준이한테 화난게 아냐.”
“엄마 예서가 쭈쭈를 새가 물고가서 슬퍼서 그런가봐.”
하며, 엄마보다도 동생을 더 이해해주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난 오빠도 아닌 엄만데, 그걸 왜 더 이해해주지 못하고 나는 왜 더 참지 못했을까 더 기다려주지 못했을까 싶었다.
화를 내며 매를 드는 상황은 이렇게 첫째도 마음이 불안해진다.
무엇보다, 이렇게 자신을 아프게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고 그러니 더 무서워하던 둘째의 그 표정을 잊을수가 없다. 오랫동안 그 표정이 마음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