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인(LEAN IN)] - 직장의 여성과 남성
어느 날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책이다. 내가 사거나 빌려 놓은 책은 아니었다. 책을 들어보니 제목도 익숙했고, 저자의 이름도 얼굴도 익숙했다. 하지만 바로 읽지 않았다. 다른 책을 더 먼저 읽고 싶어서였고, 그만큼 내용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연히 다시 1년 정도가 지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다 읽고 나서 많이 후회했다. 더 일찍 읽을 수도 있었던 그 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아쉬웠던 것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었을까?
직장 생활 10년 동안 많은 여성 동료들, 선배들과 지내왔다. 그중에는 극한 직업 1순위라는 워킹맘도 있었다. 실제로 나는 여성 직장인과 결혼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싱글 여성 직장인이 워킹맘이 되는 과정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비교적 남녀 차별이 없는 기업 문화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내가 당사자가 될 수 없기에 무관심했기 때문이었는지 여성 직원들이 어떤 차별이나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의식적으로는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려 했기에 오히려 어지간한 부분을 민감하게 보기보다는 이 정도면 문제없겠지라며 완만하게 넘어가려 했는지도 모른다.
가끔 이런 솔직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다. 가정주부셨던 어머니의 보살핌이 익숙한 나에게 회사에 오래 있는 워킹맘들을 보면서 ‘저분들 아이들은 엄마가 많이 보고 싶겠다’라고... 이런 생각들을 모아보니 나도 그저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여성 직원, 특히 워킹맘에 대한 그다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선과 생각을 가지지 못하는 뻔한 남자 직원들 말이다.
살면서 역설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곁에 있는 와이프가 싱글 여성 직장에서 워킹맘으로 직장 내에서 타이틀이 변하면서 겪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라는 순간들이 생겨났다. 이젠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함께 고민하고 분노하고 그런 일들이 점점 생겨나던 중 뒤늦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가, 그리고 내가 빠져있던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먼저 고민한 저자의 귀중한 생각과 주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뒤늦게 읽음을 많이도 안타까워했던 것이었다.
이 책에는 우리가(특히 남자라면) 알면서도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던 ‘여성 직장인’들에게 일어나는 많은 상황과 생각에 대한 소중한 저자의 조언이 담겨있다.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바꿀 수 없고, 일단 인식하고 나면 바꾸지 않을 수 없다' 난 정말 인식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바로 옆에 있는 와이프가 겪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식했다. 그래서 그동안 대충 건성으로 생각하던 내 주변 여성 동료들을 생각하고 이해하고자 노력을 시작했다.
또한 그저 어린 시절 늘 어리광을 부릴 수 있던 환경인 전업주부의 아들로서 단편적인 생각으로 판단했던 ‘워킹맘’들에게 대해서도 시선을 바꾸기 시작했다. 저자의 이 말은 진실이었다. 또 이런 말도 나온다. ‘어머니가 일하겠다고 결정한들 자녀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느낄 이유는 전혀 없다’ 왜 아버지가 일하면서 육아에 전혀 동참하지 않는 것에는 자녀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이런 생각을 항상 가지고 살아왔을까?
엄마와 아빠, 그들의 ‘일’은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사, 육아’도 부부에게 동등한 책임이 있다. 별로 꺼내고 싶지 않은 말이며, 그 말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페미니즘’. 그리고 내가 이 글에서 열심히 써댄 ‘여성’이라는 수식어. 이런 서로를 갈라놓는 말들이 어서 사라지길 바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책을 ‘남성’들이 더 많이 읽길 바란다.
사실 맞벌이 & 육아를 하면서 와이프를 많이 이해하고 돕고 있다고 나름 생각해 왔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정말 일부분만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여성 직장인, 특히 워킹맘은 정말 물심양면으로 힘들다. 와이프가 가정과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일에 대한 포기를 하게 되는 일은 없도록.. 내가 가정과 육아를 ‘돕는' 것이 아닌 절반의 내 몫을 해야 한다. 요즘엔 '일'이라는 것이 우리 가정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나름 열심히 '폄하'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배부른 소리였던 것으로 인정하고, 앞으로 나와 와이프,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일'에 대한 의미를 새겨두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 균형을 맞추도록 해야겠다.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사라지고,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질 수 있도록, 내 안의 차별적인 생각이 없도록 항상 염두에 두면서 생활토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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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