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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pr 09. 2021

정답의 노예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그들

    어릴 적 그곳에서 수많은 문제를 풀었다. 항상 정답이 있었고 틀린 답은 무조건 점수를 깎였다. 왜 내 답은 정답이 될 수 없고 다른 답이어야만 했는지 고민할 틈도, 필요도 없었다. 친절하게 정답을 설명해주는 풀이집이 항상 곁에 있었다. 떠오르던 의문은 그 책을 읽고 나면 머물 곳이 없었다. 머리와 마음은 개운해지고 맑아졌다. 정말로 정답이 맞았다. 괜히 정해진 답이 아니었다. 그것이 아니면 말이 안 되었다. 십 년 넘게 정답을 찾는 시간은 반복되고 계속됐다. 어느덧 정답을 모르는 상황이 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 듯한 상태까지 오게 됐다. 항상 이미 결정된 그 답을 알고 싶었다. 모르거나 결국 틀려버리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주어진 문제에 정답을 말하지 못할 때마다 내 인생이 잘못되어 간다고 믿었다.


    세상에 나와 보니 조금씩 눈이 떠졌다. 내가 알던 정답은 유일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정해진 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각자의 답을 선택할 뿐이었다. 많이 어색했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항상 정해져 있던 답을 향해 달려왔는데 이럴 수가 있다니. 분명 누군가 진짜 정답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열심히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리 찾아도 절대 유일한 것은 없었다. 정해진 게 없는 새로운 상황이 많이 낯설고 불안했다. 하나씩 서투르게 고르며 찾아가기를 시작했다. 나만의 답을 선택하는 것이 처음이라 주위를 살피곤 했다. 괜히 남의 선택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완벽하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혹시 나만 모르고 있는 정답이 있나 해서.


    결정적으로 모두에게 통하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다는 것을 완벽하게 믿게 된 순간은 백지상태의 아이를 만나면서부터였다. 



* 공감을 '강요'받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공감받지 않고, 공감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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