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속셈이 있다. 사소한 것이 중요하다!
속고 속이는 세상이다.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순조로움에는 늘 무언가 숨어있다. 보이는 것만 믿기에는 다른 이를 완전히 믿을 수 없다. 의심을 거두고 싶지만 그동안 속여왔던 경험으로 쉽지 않다. 내가 속이지 않으면 속는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긴장을 풀 수 없다. 이번 일도 그렇다. 너무도 완벽하게 계획대로 흘러간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예상한 그대로다. 이대로 마침표를 찍으면 되는 걸까?
최종 결정의 단계다. 파트너와 마지막으로 우리의 결정을 검토 중이다. 사실 또 볼 것도 없다. 우리가 하자는 그대로 상대방이 모두 받아들였다. 바로 그때 그가 외쳤다.
여기서 'Catch'는 함정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놓친 상대방의 다른 속셈, 검은 속내를 발견했다고 한다. 역시 그랬던 것일까? 그의 말을 찬찬히 들어본다.
아주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곳곳에 논리적 비약도 많고 이리저리 갖다 붙인 티가 난다. 무조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쉽게 손들어 주기 어렵다. 그도 어떤 단단한 증거를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다. 직감에 기반한 찝찝함에 가깝다.
직역하면 '설 수 있는 다리가 없네'인데 '증명할 수 없잖아'로 사용된다. 스토리는 그럴 싸 하지만 결정적인 근거가 없다. 네 말대로라면 우리는 절대 결정하면 안 되는 게 맞다. 그러나 만약에 아니라면? 괜한 생각에 흔치 않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수도 있다.
다시 원점이다. 계획대로 돼도 문제라니 참. 결정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그가 말한다.
'Haste'는 서두름이라는 뜻이고 'Waste' 낭비, 쓰레기라는 의미다. (읽어보면 랩 가사 같다) 즉, 급하게 하면 망쳐버릴 수 있다는 말이다. 맞다. 괜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다시 들여다보자. 오늘 집에 못 가겠네.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이 많다. 처음부터 알게 된 것도 있고,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도 있다. 그 중요하다는 것들도 넘치게 되면 그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지 보이지 않아 힘들 때가 있다. 이것도 중요한 것 같고, 저것도 중요한 것 같고. 내가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표현한 문장을 가져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 만큼은 늘 명심하며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선택지가 있어도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을 택해야 한다. 나머지는 관심과 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괜히 나머지에 힘을 쏟다 보면 제일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내가 정한 가장 중요한 것 외에는 모두 2순위라는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을 중심으로 살아가야만 집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뀔 수는 있지만 없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 여러 개가 되면 그만큼 집중할 수 없기에 결국 모두 중요하지 않게 된다. 모두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중요하지 않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대게 비슷비슷하다. ‘이거 나도 생각했었는데!’라는 말을 할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다 거기서 거기다. 결국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행동’이고 그 ‘행동’은 얼마나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챙기냐는 것을 의미한다.
‘악마는 사소한 것에 있다.’라는 뜻인데 무심코 지나친 사소한 것에 의해 큰 재앙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디테일이 중요해!’라고 주고받는 말과 같다. 사소한 것을 잘 챙기면 큰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 기생충 영화 봉준호 감독의 별명이 ‘봉테일’이라는 것에서도 그 중요성을 찾을 수 있겠다.
무엇이든 적당한 게 좋다. 너무 과하면 탈이 난다. 알지만 어렵다. 그래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일 수 있겠지만 늘 염두는 해두어야 한다.
너무 많이, 너무 빨리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스스로 적당한 강도와 속도를 찾아야 한다. 오버하면 오래가지 않아 멈추게 된다. 조금씩 느리게 오래가는 것이 멈춰서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